169. 他人能解(타인능해)
전남 구례 운조루(雲鳥樓)
오늘은 시대의 화두이자 회사의 화두이기도 한 ‘疏通(소통)’에 대해 조금 색다르게 접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운조루(雲鳥樓) 이야기는 인터넷 검색: 네이버 백과사전 등에서 퍼왔습니다.
전남 구례 雲鳥樓라는 대저택은 조선 영조 때의 武官(무관) 류이주가 1776년에 세운 99칸 한옥으로 섬진강, 지리산 등 주위 풍광과 어우러진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운조루는 ‘나무 쌀독’ 덕분에 더욱 유명한 곳입니다. 나무 쌀독에는 ‘他人能解(타인능해)’라는 글이 쓰여있는데 ‘他人能解’란 ‘쌀이 필요한 사람은 아무나 와서 쌀독의 뚜껑을 열고 쌀을 퍼 갈 수 있다.’라는 뜻입니다.
뒤주에는 3 가마정도 들어가는데 1년에 36 가마정도 채워졌고, 2만 평 농사에 1년이면 200 가마를 내던 류 씨 집안 소출 약 20%가 주변의 없는 이들에게 조용히 나눠졌습니다. 뒤주가 위치한 곳은 곳간으로 쌀 가져가는 사람이 주인과 마주 치치 않도록 배려했습니다.
이러한 류 씨 집안 정신은 자손들에게도 이어졌는데 손자인 류억(1796~1852)이 어느 날 쌀뒤주를 살펴보니 뒤주에 아직 쌀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에 며느리를 불러 ‘왜 이렇게 많은 쌀이 남아 있단 말이냐? 우리 집안에서 그만큼 덕을 베풀지 않았다는 증거 아니냐? 당장에 이 쌀을 주변사람들에게 나누어 줘라.’ 호통쳤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뒤주와 더불어 운조루의 ‘낮은 굴뚝’ 또한 배려의 산물입니다. 굴뚝은 높아야 연기가 잘 빠지지만 99칸 운조루 굴뚝은 1미터 남짓 비정상적으로 낮은데 이는 양식이 없어 힘겹게 살아가는 배고픈 이웃을 배려한 것입니다. 배고픈 이웃은 보릿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부잣집이라고 굴뚝에서 연기가 펑펑 나오는 것은 보기 좋지 않다고 하여 굴뚝을 낮췄습니다. 물론 굴뚝이 낮아 연기가 온 집안에 퍼져 콜록거리는 것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타인능해’와 ‘낮은 굴뚝’은 배려와 낮은 자세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운조루의 가풍이었음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소작료를 만석이상 겆지 않아 소작농들과 더불어 살았던 경주 최부자집이 영남지방 노블리스 오블리주 모범사례라면 운조루는 호남지방 모범사례라고도할 수 있으며 타인능해의 정신은 오늘날에도 면면히 이어져 전주시 금암동, 광주시, 정읍시 등에서 사랑의 쌀뒤주를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리산 자락은 한국전쟁 때 빨치산의 소굴이었습니다. 지리산자락 운조루는 ‘타인능해’ 정신 덕에 火魔(화마)를 피할 수 있었고 주인은 참변을 면하였습니다. 공산주의 세상이 되면 모든 인민들이 땅을 갖게 되고 지주들과 관리들보다 높게 된다는 말에 머슴과 소작인들은 모두 빨치산이 되어 방화, 약탈, 살인으로 그간의 압제에 대한 설움을 풀었으나 운조루 타인능해에서 쌀을 꺼내먹었던 머슴과 소작인들은 오히려 운조루를 보호하였습니다. 타인능해는 머슴과 소작인에 대한 배려의 상징이자 운조루 주인과 주위 사람들을 이어주는 소통의 도구였습니다. 후세에서는 타인능해에 대해 평가하기를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에서의 사랑과 불교에서의 ‘자비실천’과 동일한 철학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무대를 옮겨보면 미국 북서부 인디언 콰키우틀족에게도 ‘타인능해’와 유사한 소통 방법이 있었다고 합니다. 추장 재산이 일반 부족들보다 너무 과하게 많아졌다고 판단되면 어느 특정한 날을 정해서 재물을 펼쳐놓고 인근에 사는 부족민들까지 초대하여 성대한 잔치를 벌입니다. 바로 ‘포틀래치(Potlatch)’라는 축제입니다. 초대받은 부족민들은 한 달 내내 추장이 미리 준비한 음식을 먹고 마시며 노는 것입니다. 음식이 남으면 그들이 골고루 가져갈 수 있도록 마당에 펼쳐 놓고 손님들은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갑니다. 만약에 남은 음식이나 재물이 있으면 모두 불태워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고 하며 추장은 그들이 보는 앞에서 ‘이제 가진 것을 모두 털어놓았으니 다시 재물을 모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열심히 일하자.’고 외친다고 합니다.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고 경험하면서 한 달 동안 먹고 마시며 소통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콰키우틀족’과 인근 부족들 간에는 많은 곡식을 차지하기 위한 또는 넓은 땅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있었을까요?
갖고 있는 것을 먼저 꺼내놓고 ‘Give’ 하는 것이 상대방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열쇠이자 소통의 첫걸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