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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즐겁게 일하기

샐러리맨들의 로망입니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즐겁게 일하고 열심히 놀 수 있는 직장은 샐러리맨들의 로망입니다. 열심히 놀 수 없는 여건이라면 적어도 일할 때는 즐거워야 합니다. 그러나 같은 일을 해도 짜증 나게 일하는 부류가 있고 신명 나게 일하는 부류가 있습니다. 선천적으로 낙천적인 사고를 갖고 계신 분도 계시지만 업무컨트롤을 잘해서 즐겁게 일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제가 언제 말씀을 드렸던가요?(편지를 보내 놓고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몹쓸 건망증... 말씀을 드렸는지 드리지 않았는지 가물가물합니다). 영광 5,6호기 시운전할 때 긴급한 작업이 벌어졌는데 밤새워 흥얼거리며 일하는 직원이 있어 아침이면 틀림없이 복구가 될 것이라고 판단되어 마음이 놓였다는 이야기...

원자력발전소 비상디젤발전기는 평상시 운전이 되는 기기는 아니지만 tech-spec에 復舊制限時間(복구제한시간)이 설정되어 있어 고장에서 복구되지 않으면 발전소를 정지해야 하는 중요설비로 트러블이 발생되면 밤을 새워 복구해야 하며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 관리감독자들은 속이 타들어 갑니다. 그날도 트러블이 발생되어 밤을 새우게 되었는데 자정이 넘었는데도 도면을 보면서 기기를 조물락거리면서 유행가를 흥얼거리는 직원이 있었습니다. 작업 진척상황을 파악하러 갔다가 흥얼거리며 일하는 그를 보곤 내일 아침이면 틀림없이 해결될 것으로 생각되어 간식만 넣어주었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그는 정확하게 트러블 원인을 규명했고 말끔히 해결을 했고요. 밤 새운다고 짜증내며 일 했다면 해결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고 다음부터는 짜증만 내고 일도 못하는 그에게 일을 맡기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매일매일을 바쁘다고, 너무 바빠서 쉴 틈이 없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오늘은 제가 여유롭게 회사 생활을 하실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퇴직하신 선배님 한분이 계셨습니다. 너무나 유명했던 분이라 혈액검사를 위해 採血(채혈)했더니 알코올만 나오더라는 등의 관련된 逸話(일화)를 말씀드리면 아!... 그러실까 봐 더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겠습니다.

저하고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 선배는 매일매일이 너무 바빴습니다. 이 사무실로 저 사무실로 왔다 갔다 하다가 퇴근 무렵이 되면 일 좀 할까 하고 좌판을 벌이고 일할 준비를 합니다. 퇴근 준비하던 직원들도 약속을 취소하고 굳은 표정으로 야근할 준비를 합니다. 그러나 다른 부서에서 소주 한잔 하자는 프로포잘이 들어오면 업무를 내일로 미루며 퇴근했고 남은 직원들은 입이 댓 발이나 나와 잔무를 처리했습니다. (요즘 간부들이 이렇게 하면 공개처형 당합니다. 벌써 18년 정도 지난 일입니다)


선배가 승격해서 전근을 가고 난 후 제가 일을 맡았습니다. 업무를 파악해 보니 6개월 전에 發刊(발간) 했어야 하는 보고서도 있고 몇 개월 치 업무가 밀린 듯했습니다. 같이 일하게 된 직원하고 약속 했습니다. 2개월 정도 오티하면 정상퇴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할 수 있냐? 밥 먹듯 오티를 했는데 2개월이야 식은 죽 먹기죠.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한 달여 만에 밀린 업무를 끝내고 내친김에 일주일치 업무를 미리 해놓고 잔여업무에 대한 일정표를 만들었습니다. 이제부터는 6시가 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퇴근을 해도 된다고 말 했으나 처음에는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고 해(Sun) 있을 때 퇴근해 본 적이 없어 일찍 퇴근하는 것이 서먹서먹하다던 직원은 퇴근 후 岩壁登山學校(암벽등산학교)에 다닐 정도로 정상적인 회사생활이 가능해졌습니다. 전임자에 비해 업무를 잘했다고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한 것은 두 가지밖에 없었습니다. 밀린 업무 淸算(청산)과 업무계획 수립에 따른 퇴근에 대한 불확실성의 解消(해소)입니다.


경험에 의하면 즐겁게 일하는 방법이란 아주 간단합니다. 첫 번째 관건은 '일을 지배할 것인가 아니면 일에 지배 당할 것인가?'에 달려 있는 듯합니다. 일을 지배한다면 많은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전날 회식으로 인해 酒毒(주독)이 남았을 경우에는 미리 해놓은 일주일치 업무에서 하루치를 빼어 쓸 수 있고 여유가 있을 때는 하루치를 다시 저축하면 됩니다. 물론 현장 정비 업무는 사무실업무와 달리 突發變數(돌발변수)가 많아 제가 이야기한 대로 되지는 않습니다만 사람이 일을 관리하는 수준이 된다면 현장업무도 양상은 많이 달라집니다. (두 번째 방법은 업무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주고 목표를 향해가는 공동체 의식을 만드는 것인데 지면이 허락되지 않아 추후에 이바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와 반대로 일이 사람을 지배하는 경우에는 해도 해도 끝이 없습니다. 일머리를 모르고 어떻게 결론을 지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일 한다면 업무에 휘둘릴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오늘은 일찍 끝날 수 있을까? 약속을 해도 될까? 하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게 되며 일하는 것이 즐겁지 않게 됩니다.

가끔씩은 일에 대한 眺望(조망)이 필요합니다. 일이 풀리지 않을 때나 너무 바쁠 때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목적지를 향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앞에 있는 장해물은 무엇인지?, 나는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업무에 대한 조망이 필요합니다. 목적지와 나의 위치가 파악된다면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구성원 모두가 함께한다면 밤 새워 일해도 콧노래를 불러가면서 즐겁게 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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