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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신이 손을 내밀 때까지

至誠(지성)이면 感天(감천), 盡人事待天命(진인사대천명)

by 물가에 앉는 마음

나는 어려운 문제에 봉착할 때마다

나 자신은 물론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신이 손을 뻗어 도와주고 싶을 정도로 일에

전념하라. 그러면 아무리 고통스러운 일일지라도

반드시 신이 손을 내밀 것이고,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교세라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왜 일하는가.'중에 나오는 글입니다. 일본 작가가 쓴 글이라 그런지 일본 정신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명문 와세다 대학이나 동경대를 나온 수재도 家業(가업)인 오뎅 집과 스시 집을 3대, 4대째 이어가기 위해 전념하는 일본다움이 묻어나는 글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말이 있습니다. 至誠(지성)이면 感天(감천)이라는 말은 정성이 지극하면 하늘도 감동하게 된다는 뜻이며, 盡人事待天命(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나서 결과는 하늘의 순리, 즉 천명을 기다린다는 뜻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지성을 다하거나 진인사대천명 하는 사람 모습은 어떠한 모습일까 눈을 감아 봅니다. 할 일 다 하고 하늘의 순리를 기다리는 사람은 나무 그늘아래 편히 앉아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비 오지 않아도 농사 지어야 하므로 밭고랑을 내고난 후 얼굴은 땀과 먼지로 범벅 되었지만 파란 하늘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비 오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농부 모습일 테고 신이 손을 내밀 때를 기다리는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선배이신 김현수 처장님(한수원 발전처장역임, 작고)께서 자주 말씀하신 것은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한다.’ 였습니다. 발전소 오버홀이라는 대공사를 하며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 작으면 어떻습니까? 내가 하는 일은 작은 밸브 패킹을 교체하는 일이라도, 볼트 조이는 자잘한 일이라도 내 능력으로 할 수 있는 만큼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한다면 보람 있는 일입니다. 회사를 위하고 나라를 위하는 일이라고 자각한다면 어떤 일이든 소중한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내가 청소하고 있다면 그것은 지구의 한 귀퉁이를 쓸고 있는 것이며, 내가 하고 있는 일은 터빈 볼트를 조이는 일이지만 전기를 만들어 산업의 쌀이라는 반도체를 만들고 쇠를 만드는 소중한 일입니다. 청소하는 일이 지구의 한 귀퉁이를 쓸고 있는 일이듯 작은 밸브의 패킹을 교체하는 일에 전념하는 것도 지구 한 귀퉁이를 밝히는 전기를 만들어 내는 일임에 틀림없기 때문입니다.


후쿠시마원전 사고 후 원전 복구를 위해 퇴직근로자가 발전소로 향하고 아내는 배웅해주는...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無名(무명)의 근로자는 운전원이 아닌 정비원이라고 짐작되어 동료의식을 느끼며 가슴이 뭉클해지고 콧등이 시큰함을 느꼈습니다. 前代未聞(전대미문)의 사고로 死地(사지) 임을 알면서도 발전소로 향하는 남편과 無事歸還(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아내 모습에서 최선을 다하고 신의 손끝을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국적을 떠나 발전소 경력으로 치면 그분은 선배임에 틀림없습니다. 목숨 거는 고통스러운 길임을 알면서도 떠나는 선배님에게 신께서 손끝을 필히 내밀어 주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또한 선배님에게 어떠한 난관이 있어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한국인의 정신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 최형선의 '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중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땡볕에 선 낙타


낙타는 위기를 맞으면

술수를 쓰지 않고 도전한다.

정공법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것이다.

땡볕에 쉴 그늘도 없을 때 낙타는 오히려

얼굴을 햇볕 쪽으로 마주 향한다. 햇볕을 피하려

등을 돌리면 몸통의 넓은 부위가 뜨거워지지만

마주 보면 얼굴은 햇볕을 받더라도 몸통

부위에는 그늘이 만들어져서 어려움은

오히려 줄어들기 때문이다.


후쿠시마원전 사고 후 사업 환경이 어렵습니다. 사고가 발생했다고, 사업이 어렵다고, 환경이 열악하다고, 고객이 내 맘 같지 않다고, 연구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난관을 피해 갈 수 없으며 어렵다고 남에게 미룰 수는 더더욱 없습니다. 위기를 회피하려 꼼수를 쓰다가는 빠져나오지 못할 수렁에 빠지기 쉽습니다.

얼굴을 햇볕으로 돌리는 낙타처럼 위기에 맞서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신은 반드시 손끝을 내밀어 주실 것이고 성공이라는 선물을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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