猛狗酒酢(맹구주초)
韓非子(한비자)에 나오는 猛狗酒酢(맹구주초)라는 사자성어는 ‘기르는 개가 사나우면 술이 초가 된다.’는 뜻입니다. 송(宋) 나라 어느 고을에 술 파는 酒幕(주막)이 있었습니다. 주모는 美貌(미모)가 뛰어났고 술 빚는 솜씨도 훌륭하여 술맛이 좋았습니다. 성품도 좋아 손님들을 貧富貴賤(빈부귀천) 차별 없이 대했으며 바가지도 씌우지 않아 항상 門前成市(문전성시)를 이루었는데, 언제인가부터 다른 집보다 장사가 되지 않았습니다.
거울을 봐도 여전히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고 술 한 대접 먹어봐도 예전 맛과 동일한데 주막 앞에 나가보면 손님들이 자기 집 앞을 멀리 돌아 옆집주막으로만 가는 것이었습니다. 주모는 고민 끝에 마을 노인을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노인께서는 ‘집에서 기르는 개가 사나운가?’ 하고 물었습니다. 주모는 ‘요즘 암캐가 새끼를 낳아 사나워졌는데 개가 사나운 것과 술이 안 팔리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하고 다시 물었더니.
노인이 말하기를, ‘자네 주막에서 키우는 개가 술 마시러 오는 사람들을 보고 꼬리를 흔들기는커녕 시도 때도 없이 시끄럽게 짖어대고, 술 심부름을 오는 아이들을 보면,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며 물려고만 하니, 어느 누가 감히 술 마시러 오고, 술 사러 가겠는가? 이 때문에 술이 팔리지 않아 시어져 버리고 장사도 안 되는 것이라네.’ 하고 일러 주었다.
猛狗酒酢의 원뜻은 나라에 간신배가 있으면, 어진 신하가 모이지 않음을 경고하는 유명한 고사입니다. 나라를 위해 어진 신하가 아무리 옳은 정책을 군주에게 아뢰고자 해도 조정안에 사나운 간신배가 가로막고 있으면 불가능함을 강조한 말입니다. 역설적으로 군주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개발해도, 배역(背逆)하는 간신으로 인하여, 백성들이 알지 못하고, 또는 잘못 집행된다면, 결국 그 군주는 폭군으로 오인되어, 나라와 백성 모두를 잃게 된다는 통치철학입니다.
수화력 분야 정비업무는 오래전에 분리발주가 진행되었고 원자력분야 분리발주는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원자력분야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미 88년 우리 회사가 계측제어정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분리발주가 시작된 것입니다. 우리 회사에 계측인력을 공급해 주던 협력업체는 하루아침에 돈방석에 앉게 되었으며 계측직군직원들은 전기직군으로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회사 독점이었던 정비시장은 경쟁이 가속화되었지만 분명 우리 기술이 후발업체에 비해 한수 위에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술적 격차는 조만간 해소되거나 적어도 격차는 좁혀질 것이 분명합니다. 대고객 서비스 관점에서 보면 우리 회사가 후발업체보다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없을 듯합니다. 우리 회사의 정서적 근간에는 기술로 승부를 한다는 쟁이 정신이 밑바탕에 깔려있어 고객 관점에서 보면 융통성이 없고 고객 입장을 도외시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들 자신이 으르렁거리기만 하여 고객을 접근하지 못하게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왕이면 얼굴에 연지 곤지가 잘 찍혀 있는지 거울도 봐야 하고 헬스를 열심히 해서 옆구리에 붙어있는 군살도 빼야 합니다. 촛뱅이(겡상도 사투리로 술꾼) 주당들이라도 같은 값이면 예쁜 주모가 있는 주막으로 가게 되니까요. 담근 술도 제 맛을 유지하고 있는지 아니면 어떻게 하면 맛을 좋게 할 것인지 술 익는 온도와의 연관관계도 연구해야 합니다. 남자에게 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산수유나 요강이 뒤집어진다는 복분자, 효능에 관해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는 인삼도 넣어봐야 합니다. 포장도 잘해야 하지만 품질을 높여 부가가치를 높여야 하니까요
이렇게 했는데도 매일 오는 손님 발길이 뜸해진다면 문밖에 나가 猛狗酒酢의 요인이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猛狗가 없더라도 손님은 키가 크고 몸집이 큰데 우리 집 대문은 낮고 좁은지 아니면 집으로 들어오는 진입로가 질퍽하여 손님이 불편해서 방문하기 꺼리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