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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우리 회사 기술개발과 남대문시장 액세서리

경쟁사보다는 빠르고 저렴하게.

by 물가에 앉는 마음

기술개발이란 단어는 연구개발과 동일한 의미로 다가오지만 우리 회사에서 기술개발은 부족한 기술을 확보하는 의미로 예전부터 사용되어 왔습니다. 부족한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으나 개발 역량이 부족한 경우에는 선진국으로 교육훈련을 보내는 것, 선진국과 기술협력계약을 체결하여 사용권을 획득하는 것, 신장비를 구매하는 방법으로 선진국 기술을 구입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많은 제약이 따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많은 돈을 지불하고 기술협력계약을 했지만 기술의 활용지역 및 범위가 한정되어 있으며 실적에 따라 로열티를 지불해야 합니다.

이는 우리 회사의 경우에만 한정되지 않고 휴대폰도 마찬가지이고 심지어는 식음료산업, 농업에도 적용됩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아이스크림도 로열티를 내며 딸기와 장미꽃도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유로 원천기술개발이 중요하며 모든 회사에서는 원천기술, 고유기술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술확보 방법은 언급한 것과 같이 구입과 자체개발로 대별할 수 있으나 모든 기술을 확보해야 하는가는 의문시됩니다. 한 회사의 확보능력은 인력, 시간, 자금 등 가용자원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로 인해 필요한 기술이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사업성이 떨어지는 기술은 개발대상에서 삭제되기도 합니다.

특정발전설비에 10년 주기로 적용되는 정비기술의 경우, 개발할 필요가 있는지? 외국인을 불러와 1억 원이면 고칠 수 있지만 우리가 개발할 경우 5억 원이 소요되는 경우에는 고민해야 합니다. 개발 후 50년이 지나야 기술개발비를 회수할 수 있으므로 자체개발보다는 외국인 기술용역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태양열,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사업자측면에서 보면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화력과 원자력에 비해 한전에서 전력을 구입해 주는 단가가 높다 보니 매력적인 시장은 틀림 없으나 정비업체인 우리 회사 입장에서는 시장을 냉철히 분석해야 합니다. 태양광 발전설비 정비시장에서 돈벌이는 무엇이 될 것인가?

태양전지 모듈의 전력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모듈에 쌓인 먼지를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합니다. 과학적으로 기술적으로 검증된 것이지만 사업성이 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비가 오면 자연적으로 해결되며 물을 스프레이 한다면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인데 영세사업자들이 우리 회사로 전화해서 해결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태양전지는 폴리실리콘(모래에서 규소를 뽑아낸 태양전지 원재료) - 잉곳(폴리실리콘으로 만든 중간재) - 웨이퍼(잉곳을 슬라이스 형태로 만든 중간재) -태양전지(셀이라 불리며 태양광을 전기로 변환시키는 단위전지) -태양전지 모듈(태양전지 여러 개를 집적한 판)의 단계를 거쳐 제품이 생산됩니다. 이미 완제품시장에서는 중국이 최고 경쟁력을 갖고 있어 삼성, 한화. 웅진 등 국내업체는 시장분석 결과에 따라 수 조원 규모의 예산을 폴리실리콘에 집중투자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연구개발도 시장분석을 잘해야 합니다. 너도 나도 뛰어든다고 황금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주식투자를 예로 들면 너도 나도 뛰어드는 시장은 이미 어깨를 넘어 상투 잡으러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구개발 기본계획서에 시장분석 부분도 들어 있습니다. 어쩌면 신기술 개발능력보다는 시장분석을 철저히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측면의 목표가 있겠으나 연구개발 최종목표가 ‘경쟁사보다 빠르게 고객이 원하는 기술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이라고 하면

o 남들이 보유하지 못한 정비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 남들이 개발하지 못하는 정비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너도 나도 뛰어들지 못하므로 부가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 우리가 블루오션, 레드오션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너도나도 뛰어드는 시장은 레드오션이고 나만 할 수 있는 시장이 블루오션입니다.

o 고객에게 도움 되는 정비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 우리도 흙 퍼다 장사하는 것이 아니므로 돈이 되어야 합니다.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개발하면 결국 우리에게도 도움됩니다. win-win 하는 기술이란 고객에게 초점을 맞추었을 때, 고객이 정비비용 100원을 지불했을 때 고객에게 100원 이상의 가치가 창출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 개발 후 시장과 고객이 외면하는 기술은, 기술은 기술이되 기술이 아닙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격이랄까요. 기업에서의 연구개발은 팔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이야기지요. 많은 기업들이 이 부분을 도외시하다가 실패합니다.

o 경쟁사보다는 빠르고 저렴해야 합니다.

- 경쟁사보다 늦게 개발할 경우 경쟁사는 이미 개발비를 회수하여 우리가 시장에 진입할 시점에서 가격을 낮추게 되며 고객 입장에서도 경쟁사가 생겼으니 경쟁 입찰을 하게 됩니다. 수익성이 떨어지고 몇 번 당하게 되면 기술 개발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아는 분이 남대문시장에서 플라스틱류 액세서리를 제작, 판매합니다. 남대문시장 액세서리 가게는 대여섯 평 정도로 조그만 점방이지만 대부분 공장이 별도로 있거나 협력공장에서 제품을 만듭니다. 가게는 작아도 전국을 상대로 사업하고 있으므로 매출은 기업규모입니다. 수시로 외국을 드나들며 외국제품 트렌드를 참조하여 제품을 생산하는데 히트 제품을 출시하면 소위 대박이 납니다. 일주일에서 열흘정도 전국의 도, 소매상에게 물건을 팔면 옆 가게, 옆의 옆의 가게에서 유사제품을 만들게 됩니다. 10일간 블루오션일 때 부지런히 벌고 레드오션일 때는 가격을 다운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겨 레드오션이 생성되어도 최초 개발자로서의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게 됩니다.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의 액세서리를 구미 당기는 가격에 경쟁자보다 빠르게 개발하여 대박을 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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