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신著, 해냄출판사刊
하물며 가전제품 하나에도 사용설명서가 있는데 우리 삶에는 설명서나 지침서가 왜 없을까? 세상이 참 어렵고 복잡해졌다고 생각하고 있던 어느 날 김홍신 씨에게 깨달음을 주신 스승이 물었습니다. 세상이 복잡한가. 머릿속이 복잡한가?
멋진 말씀입니다. 세상은 똑같은데 내 머릿속이 복잡하니 세상이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런지요. 법륜스님의 물음이었습니다.
1장 당신은 누구십니까?
o 없으면 못 살 것 같이 사랑하던 부부도 부부싸움 후에는 누가 집어갔으면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럴 때 대부분 사람들은 배우자가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대로인데 상대가 변했다고 생각하기에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갑니다. 배우자 얼굴에는 주름이 생겼고 나는 이팔청춘 변하지 않은 것일까.
o 모임에 가기 위해 옷장을 열었는데 변변한 옷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은 주눅 들었다는 증거이고 모임에, 세상에 끌려가는 사람입니다. 수수하지만 깨끗한 옷을 입고 당당하게 모임에 나가 서로 안부를 묻고 행복하게 살도록 해준 여러분들이 고맙다 생각하는 것 그것이 세상을 끌고 가는 사람입니다.
o 내가 원하는 백 개중 한두 개만 이루어져도 성공한 삶입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크게 누리고 많이 가졌지만 나라 명예를 실추시킨 인물로 추락했고, 소박한 삶을 사신 김수환 추기경님과 성철스님은 우리 시대의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2장 왜 사십니까?
o 기독교, 불교, 가톨릭...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지옥에 가려고 기도하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천사가 내려와 천당에 가자고 했을 때 순순히 따라나설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힘겹고 짜증 나고 벅차고 피곤하지만 악착같이 살아있고 천사를 따라가지 않는 것은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1Kg의 꿀을 만들기 위해서는 560만 송이의 꽃이 필요합니다. 먼 길을 날아와 꿀을 만드는 열정과 정성이 인간에게도 필요합니다.
o 중국 고전에 '인생은 백마가 달리는 것을 문틈으로 내다보는 것처럼 삽시간에 지나간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나이 들수록 인생이 빠르다는 것을 느끼지만 사람들은 세월이 기다려 줄 것이라는 착각을 쉽게 합니다. 세월을 더디 가게 만드는 방법은 살아있는 순간 최선을 다하고 참으로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인생 80에 웃는 시간은 20일 화내는데 5년이라고 합니다.
o 행복은 어디에 있습니까? 물으면 마음에 있다고 대답하지만 돈과 명예, 권력, 아파트, 승용차, 공부 잘하는 자녀에게서 행복을 찾으려 합니다. 숨을 쉬지 않고 참아보면 30초를 넘기기 어렵습니다. 훗날 병상에 누워 산소호흡기를 끼고 숨 쉴 때야 비로소 숨 쉬는 것이 참으로 행복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이미 행복을 놓친 것입니다. 아침에 눈 뜨고 숨 쉬는 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할 때 행복은 내 마음과 내 곁에 있습니다.
3장 인생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o 지구 중심은 어디입니까? 절대강국인 미국 아니면 새로운 맹주인 중국... 지구는 둥글기에 자신이 서 있는 곳이 중심입니다. 세상 중심은 어디입니까? 바로 당신이어야 합니다.
전쟁에서 팔을 다친 사병에게 군의관이 '당신은 팔을 잃게 되었다.'라고 말하자 '잃은 것이 아니라 조국에 바쳤습니다.'라고 답을 했습니다. 자존심을 갖고 있는 당신이 세상 중심입니다.
o 어릴 적 '우리 민족은 천성이 착해서 다른 나라를 한 번도 쳐들어간 적이 없고 무수한 공격을 받았다.'라고 배운 것은 완전한 거짓말입니다. '사기'를 저술한 사마천은 고조선이 무수히 중화를 침공했다는 사실을 기록하여 생식기를 잘리는 궁형을 당했습니다. 우리 민족은...이라는 것은 열등감을 버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나를 알려면 열등의식을 버리고 우리 문화, 우리 역사를 바르게 알고 가슴으로 느껴야 합니다.
o 자존심은 스스로 존엄하다는 걸 인정하고 자신이 존귀하듯 나 아닌 다른 모든 것도 소중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자신만을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은 자만심입니다. 자존심 높은 사람은 참으로 향기롭습니다. 자존심은 자신의 가치를 최고로 만들어 줍니다. 그런 사람은 세상에 겸손하고 천하에 당당하며 사람들에게 기쁨을 줍니다.
4장 이 세상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o 사람들에게 싫어하는 동물을 적으라 하면 뱀, 지렁이, 흰개미 등을 나열합니다. 뱀이 없으면 들쥐들이 극성을 부리게 됩니다. 지렁이는 땅속 공기 양을 30%, 물 저장능력을 20% 올리며 쓰레기를 먹고 배설물은 땅을 비옥하게 합니다. 흰개미는 나무를 갉아먹어 집을 무너뜨리지만 흰개미가 종이 한 장을 먹고 배출하는 수소는 2리터로 수소자동차를 10km를 달리게 할 수 있습니다. 어릴 때 저희 할머니께서는 뜨거운 개숫물을 마당 한켠에 버리기 전 '얘들아 뜨거운 물 뿌린다 워이 워이.'하셨습니다.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것입니다.
o 꽃은 아무리 어여뻐도 질 때는 추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질 때가 훨씬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아름답게 지는 사람의 특성은 사랑과 베풂입니다. 아름다운 사람에게서는 향기가 납니다. 영혼으로 맡을 수 있는 향기가...
o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 진정한 사랑은 이해, 포용, 자기 낮춤이 선행되어야 한다. 사랑이 머리에서 마음으로 내려오는데 70년이 걸렸다.' 김수환 추기경님 말씀
5장 누구와 함께하겠습니까?
o 홀로 가지 않으려면 지금 좌우와 앞뒤를 한번 살펴보십시오. 아니, 먼저 자신부터 살펴보십시오. 인생을 잘 살려면 첫째 지혜로운 스승을 만나야 하고, 둘째 어려울 때 함께할 수 있는 벗을 사귀어야 하며, 셋째 다사로운 동반자를 두고, 넷째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바쳐야 합니다.
o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벌판을 내달리다가 잠시 멈춰 뒤를 돌아본다고 합니다. 너무 빠르게 달리면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까 잠시 멈추는 것입니다. 혼자 마음대로 달려가고 편한 대로 생각하면 상대가 따라올 수 없습니다. 가끔 멈추어 상대를 살펴보십시오.
o 질 때가 훨씬 많은 것이 세상사입니다. 그럴 바에야 그냥 지지 말고 멋지게 져주는 지혜를 가져야 합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으로부터 수없이 듣던 '져 주는 게 이기는 것이다.'라는 말씀의 진정한 뜻을 이제야 알아차리게 됩니다.
6장 지금 괴로운 이유는 무엇입니까?
o 서(恕)에는 스스로 용서하고 가다듬는 추서(推恕)와 남에게 관대한 용서(容恕)가 있습니다. 잘못에 대한 진솔한 반성을 한 뒤 마음을 가다듬는 것이 진정한 추서입니다. 미움과 분노와 증오는 쏜 사람에게 되돌아와 꽂히는 독화살이며 용서는 내 영혼을 평온하게 하고 나를 향기 나게 합니다.
o 백세가 된 현역 최고령 한의사는 아직도 9시부터 7시까지 진료를 합니다. 손님들이 무병장수 비결을 물었습니다. '첫째 마음을 편하게 하고 둘째 남의 허물을 잊고 용서하며 셋째 소식하고 운동하라.'
o 한국인의 특질적인 질병으로 화병을 꼽습니다. 불안, 불신, 분노, 증오, 답답, 우울 등으로 병이 생기는데 화병은 핑계가 원인입니다. 내 탓이 아니라 네 탓이라 생각하여 울화를 삭이지 못하는 것입니다. 가톨릭 기도문중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라는 것이 있습니다.
7장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겠습니까?
o 대나무처럼 살라!(성철스님) 가늘지만 길고 긴 대나무가 모진 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것은 속이 비었고 마디가 있기 때문입니다. 속이 빈 것은 욕심을 덜어내어 마음을 비우라는 것입니다. 좌절, 갈등, 실패, 절망, 이별 같은 마디가 없으면 우뚝 설 수 없다는 것입니다.
o 태양은 밤이 있어 찬란한 것이며 슬픔과 불행이 있기에 희망은 더욱 값진 것이다. 희망은 기적을 만들지만 공짜라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만델라는 무기수였지만 교도소에서 작은 정원을 가꾸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아 27년 수감생활 후 대통령이 되었고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o 웃으며 즐겁게 살자. 소박하게 살자. 나누며 살자. 감사할 줄 알자. 희망을 갖자. 재미있게 일하고 세상에 보탬이 되자. 보람 있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