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직장을 다니려면 행복하게 다녀야 합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노래를 시킨다면 적성에 맞지 않아 못한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노래해야 먹고살 수 있다면 연습하여 어떻게든 살아갈 것입니다. 인도 운전기사들은 曲藝(곡예)에 가까울 정도로 운전을 잘하는데 이유는 어릴 때부터 운전을 배우기 때문입니다. 직업이 세습되는 사회이니 어릴 때부터 아버지 운전대 옆에 앉아 보고 배우고 익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자라서 운전하는 사람들은 운전이 적성에 맞는다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행정관리나 교사를 하던 동남아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막노동을 합니다. 그들의 적성이 노동은 아닙니다. 돈을 벌어먹고 살려니 막노동을 하는 것이지요. 하기 싫지만 단기간에 돈을 벌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함입니다. 똑같은 노동을 해도 그들은 한국 사람보다 덜 괴로워합니다. 한국에서의 노동의 대가는 고향에서 받는 월급보다 많기에 적성에 맞지 않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남편이 술 먹고 바람피워 못살겠다는 사람이 와서 상담을 합니다.
힘들면 절로 오시지요 라는 권유에
일을 안 해도 밥을 줍니까? 몇 시에 일어나야 합니까? 용돈은 줍니까? 독방을 줍니까?
밥은 주지요, 하지만 새벽 4시에 일어나 부엌에 가서 밥 해야 하고 방도 같이 써야 하며 물론 용돈은 없습니다.라고 대답하면 '죽으면 죽었지 그렇게는 못 삽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욕심이지요. 절에 들어와 사는 것보다는 바람피우는 남편과 사는 것이 이득이 많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직장을 다니면서 죽겠다 죽겠다 하면서도 다니는 이유는 그런대로 견딜만하고 이득을 취하는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직장을 다니려면 행복하게 다녀야 합니다. 불평만 하면 내 직업에 대한 自矜心(자긍심)이 떨어지고 마음에는 불만이 가득 차고 업무능률이 오르지 않으니 승진 기회가 적어지고 상사에게 밉보이기 십상입니다. 상사가 자기 말을 듣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아랫사람이 상사의 말을 들어야지 상사가 아랫사람의 말을 듣겠습니까? 부하가 말을 안 듣는 다구요? 사람은 부모 말을 안 듣는 존재인데 누구 말을 듣겠습니까? 당연합니다. 따지고 보면 당연하지 않은 것이 없지요. 남의 눈치를 보지 말고 살아 보십시오. 돈과 승진에 목을 매게 되면 남의 눈치를 보게 되고 피곤하기만 하여 자기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합니다. 열심히 일을 하면 오히려 자기의 특기 자신의 재능을 드러낼 수 있어 누구 하고도 친해질 수 있고 남에게 교만해 지지도 않고 인생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인생의 목표, 목표' 하기 때문에 인생이 괴로운 것입니다. 인생에 의미를 너무 많이 부여하기 때문에 인생이 불안하고 초조하고 괴로운 것입니다. 인생살이를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하나 인생은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욕심이 없다고 하지만 욕심이 한없이 많은 것입니다. 일반인들에게 인생의 목표라는 것은 돈과 지위와 명예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한 포기의 풀이 자라고 한 마리의 토끼가 나듯이 사람도 나서 자라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아무 생각 없이 산다고 해도 이 자연의 질서, 생명계의 흐름에는 털끝만큼 위배가 되지 않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떨어뜨리는 것도 자연의 질서를 위배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인생의 목표가 없다고 불안해할 이유가 없습니다.
돈 내고 하면 놀이이고 돈받이고 하면 노동입니다.
풍광이 좋은 설악산에 놀러 가기 위해서는 5만 원의 회비를 냅니다. 땀을 흘리면서도 놀이를 다녀왔으니 좋아라 하지만 대청봉에 갔다 오면 5만 원 줄게 다녀오라고 하면 노동이라 생각하고 힘들어하며 투덜댑니다. 산이 좋아 하루에도 두세 번씩 대청봉에 오르는 직업이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좋아하는 산을 타고 10만 원도 버니 이처럼 좋은 직업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안녕히 계십시오.'하고 직장을 그만두고 적성에 맞는 길을 찾아보십시오. 돈 때문에 할 수밖에 없다면 이왕 하고 있는 일에 취미를 붙여야 합니다. 자기가 존재하는 지금 이 직장에서 자기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내일을 위해서 오늘을 희생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내일은 내일의 일이고 지금이 좋아야 합니다. 지금의 자기가 좋아야 하고 자신이 스스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월급을 많이 주는 곳을 찾을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을 하는 곳 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일이 적성에 맞는지 보람을 찾을 수 있는지를 중요시해야 합니다. 좋아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라면 스트레스받을 일이 별로 없습니다.
법륜스님 이야기를 읽고 제 자신을 돌아봅니다. 저도 스트레스 받으면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월급을 많이 주는 회사라고 하여 입사한 것은 맞습니다. 母(모) 회사보다 20%가 높은 급여로 신입사원 때 연봉이 해운대 서민아파트 2채를 살 정도였으니 대한민국 최고 연봉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돈보다 적성에 맞는다는 생각하며 다닙니다. 사실 다른 회사로 轉職(전직)할 나이가 지난 현실적인 이유도 있겠지요.
회사생활 26년차 이니 오래 다니기도 했습니다. 신입사원 때는 돈 받는 재미에 또 최고 연봉을 받고 있다는 프라이드에 다녔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아직도 하는 일에 비해서는 과한 연봉을 받고 있고 차와 아파트도 사고 결혼도 하게 해 준 고마운 회사를 위해 무엇인가 봉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사기업에 취직했다면 회사의 비리에 고민했을 가능성이 있었고 내가 하는 일이 나라와 국민을 위한 일인지 아니면 회사와 나 자신만을 위한 일인지 고민 했을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는 명분을 취하면 이익을 잃게 되는 경우가 있고 이익을 취하면 명분을 잃게 되는 경우가 있지만 우리 회사의 경우에는 명분도 살려주고 이익도 주는 정직한 회사이기에 마음도 편합니다.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경우에는 감언이설과 마음에 없는 찬사를 동원해야 하니 보통 피곤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 회사는 기계를 상대하니 묵묵히 내가 할 일만 하면 되고 정직함을 배우는 장점이 있습니다.
모회사에 비해 월급이 적다고, 복지혜택이 적다고 그리 불평할 필요는 없습니다.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니 우리 후배들이 몇 년 후에 국내 최고 연봉을 받는 일등기업으로 만드는 것은 머지않은 일이고 그 또한 보람된 일이 아니겠는가 하면서 오늘도 행복한 출근길을 걷는 것이 정신적으로 이득 되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