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마음으로 하는 안전

공학보다는 오히려 인문학에 가까운 단어입니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예전에 보내드린 편지에 ‘感性的 安全管理(감성적 안전관리)’라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감성적 안전관리가 무엇이냐는 답장을 보내 주신 분도 계셨고, 맞다! 직원들 스스로 안전해야 한다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안전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며 그런 의미에서 ‘감성적 안전관리’라는 이름은 가장 적합한 것 같다는 답장을 보내 주신 분도 계십니다. 감성적 안전관리라는 단어는 아직 安全工學(안전공학)적으로 인정받는 단어도 아니고 관련기법이 개발된 것은 아닙니다. 공학보다는 오히려 인문학에 가까운 단어입니다.


세상만사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따라 결과가 뒤바뀌기도 합니다. 기계가 아니고 사람이 하는 일이니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축구가 아시아를 호령할 때 정신력 싸움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등장했습니다. 일본과 객관적인 전력을 비교해 보면 실력은 對等(대등) 하나 일본전은 필히 이겨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있으니 승률이 높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엊그제 동아시아 선수권에서는 3-0으로 대승을 거뒀지만 중국이 한국과 맞닥트릴 때 중국이 느끼는 恐韓症(공한증)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해도 한국에는 안돼’라고 생각하니 몸이 굳어지고 한국선수들이 공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잔인한 실험이긴 하지만 눈을 가리고 손가락을 바늘로 찔러 핏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실제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들려주면 서서히 죽어간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흔히 동물들은 신체기능이 저하되어 죽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상식을 뒤엎고 인간들은 정신적으로 또는 마음으로 죽는 것이죠. 너무 잔인했습니까?

플라시보효과( Placebo Effect )라는 것도 있습니다. 배 아픈 사람에게 밀가루 뭉친 것을 소화제라고 이야기하고 먹이면 병이 낫는 심리적 효과로 僞藥效果(위약효과)라고 합니다. 또 카페인은 覺醒效果(각성효과)로 잠을 못 이루게 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카페인이 함유된 우유를 먹인 그룹은 잠을 잘 자고 카페인이 제거된 커피를 먹은 그룹은 잠을 이루지 못하더라는 연구결과도 사람은 정신적으로 또는 마음으로 반응하는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제가 현장 전기팀장할 때 녹음기를 틀어 놓은 듯 반복해서 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협력직원이나 현장계약직원이나 전기팀소속이 된 이상 같은 배를 탄 것이고 한솥밥을 먹는 식구들이다. 전국에서 제일가는 일등부서에 근무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다른 직장이나 타사업소에 전출 가더라도 전기팀에 근무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해라. 여러분들이 노력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행동하면 출근이 기다려지는 일등 전기팀이 될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洗腦(세뇌) 받은 전기팀 식구들은 행동거지가 남달랐습니다. 말단에서 일하는 현장계약직원까지 복장뿐 아니라 생각하는 사고도 달랐습니다. 작업장 뒷정리 상태를 보면 우리 팀 작업장임을 금방 알 수 있을 정도였고 정비용 소모품도 내 물건 아끼듯 하여 고객사 칭찬이 자자할 정도였습니다. 팀장이 지시하고 강요한다고 행동과 태도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직원들 마음을 사로잡는 카리스마나 웅변실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우리 목표는 전국에서 제일가는 일등부서이고, 출근이 기다려지는 꿈같은 직장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는 마음이 생기도록 세뇌에 가까울 정도의 잔소리를 많이 했을 뿐입니다.


제가 떠난 지 2년이 넘은 어느 날, 밤 12시에 들뜬 목소리의 전화가 왔습니다. ‘팀장님, 오늘 체육대회에서 일등 했습니다. 기분 좋아 광주 나이트클럽에서 모두 놀고 있습니다.’ 체육대회 전에는 직원들 나이도 많고 신입직원도 없어 올해는 일등 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운동경기에서 일등을 못할 것 같으면 다른 것으로 일등 하면 됩니다. 응원을 잘하던가 아니면 잘 놀던가 일등 할 수 있는 것을 택해서 팀이 團合(단합)만 하면 됩니다.라고 답을 해주었는데... 전기팀 식구들은 마음 묶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예전같이 자체회의를 해서 전력은 열세지만 열심히 해보자는 결론을 냈으리라 짐작됩니다. 그네들은 실력이 아니라 마음으로 일등을 한 것입니다.


마음이 중요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우리 회사 전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능력이나 카리스마는 없습니다. 저는 단지 안전을 위한 자료를 客觀化(객관화)시키고 정보를 제공하는 단순한 역할만 수행하고 있을 뿐입니다. 가끔씩 이렇게 안부편지를 보내 현장에서 일하시는 모든 선, 후배님들께 나의 안전은 내가 지킨다는 ‘마음으로 하는 안전’이 중요하다고 잔소리를 하는 것 이외에는 하는 일이 없습니다.

새해 들어 오늘까지 단 한건의 안전사고도 발생치 않았습니다. 감사드리며 모든 선, 후배님들께 안전하려는 마음을 연말까지 소중하게 간직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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