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年(신년) 주요 업무 중의 하나
얼마 전까지 해가 바뀌게 되면 회사 업무수첩 뒤의 住所錄(주소록)을 정리하는 것이 新年(신년) 주요 업무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간 소식이나 거래가 없던 사람들의 주소록을 정리하고 새롭게 인연을 맺은 사람들 이름을 채워 넣는 작업인데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이므로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야 합니다. 일단 주소록에서 지워지게 되면 然(연)이 끊어짐과 동시에 잊혀진 사람으로 置簿(치부)되니 연락은 없어도 마음으로는 일정 交感(교감)이 있어야 하는 중요 작업 중 하나이며 신중해야 할 업무 중의 하나라고 판단했습니다.
요즘은 컴퓨터를 이용하니 편집도 쉽고 정리하기도 손쉬워 추가만 시킬 뿐 굳이 털어낼 필요를 느끼지 않지만 몇 년이 지나도 소식 한통 없고 사업에 활용되지 않는 주소는 ‘삭제’ 버튼을 클릭해도 무방할 듯합니다. 20년이 되었을법한 해외연수 시 얻은 음식점, 호텔, 렌터카, 코디네이터 명함은 유효기간을 초과했으므로 정리하는 것이 마땅하고 현명하겠지요. 해외훈련업무를 담당했을 때는 교육생을 위한 귀중한 재산이었으나 이제는 망하거나 퇴직하였을 것이고 구글이나 인터넷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으니 두터운 명함첩은 오히려 짐이 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명함을 정리하는 것 못지않게 회사업무를 정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慣行的(관행적)으로 해오던 업무도 정보 가치를 상실한다면 그것은 굳이 필요 없는 업무인데 본사에서 해당업무처리의 終結(종결)을 선언하지 않아 계속되는 업무도 있을 법합니다. 실제로 예전 모 부서에서는 월간 진도보고서를 제출받고 있었는데 담당자는 사업소에서 보내니 관행적으로 접수만 했지 활용하지 않는 實例(실례)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더구나 몇몇 사업소에서는 보내지 않는데도 일부사업소에서 계속 보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驚愕(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최근 들어 중대재해가 많았던 송변전분야의 안전 관련 점검표, 회의록등 각종 양식은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발전시장과 같이 萬國博覽會(만국박람회) 수준입니다. 발주처인 한전본사 또는 지사차원에서, 사업부서인 송변전처에서, 안전관리부서인 안전재난팀에서 사고가 발생될 때마다 사고 예방을 위한 양식을 개발하다 보니 경우에 따라서는 한건의 작업에 8종의 안전 관련 양식을 사용/작성해야 하는 현상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사고 예방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십분 이해한다 해도 이쯤 되면 업무의 비효율성이 눈에 보이는 듯합니다. 안전관리를 잘해서 수년간 사고 없는 사업장도 來日(내일) 일을 장담할 수 없으므로 양식을 표준화/간소화시키자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실정이라 제도의 불합리함을 알면서도 묵묵히 고통을 堪耐(감내)하는 현실을 눈감고 모른 체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8종이던 송변전 안전 관련 양식을 정리하기로 하였습니다. 물론 선배님들이 어렵게 만든 양식을 무시하고 폐기하고자 함은 절대 아닙니다. 송변전처 정 팀장과 같이 협의를 시작한 사항이나 현장 경험이 많은 김 팀장이 왔기에 현장 실정에 맞는 안전양식을 만드는 好機(호기)를 놓칠 수 없는 것도 현실적인 고려사항이었습니다. 양식을 정리하기 전 다음과 같이 3가지 원칙을 만들었습니다.
- 고객만족을 위해서 고객인 한전에서 요구하는 양식을 우선시 하자.
- 사업주관부서인 송변전처와 안전주관부서인 관리처에서 요구하는 양식은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자.
- 간소화하더라도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해서는 법적인 요건을 지키는 수준이어야 한다.
송변전처와 협의하고 검토한 결과 8종의 양식 중 4종은 삭제하고 4종의 표준 양식만을 사용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어쩌면 4개의 양식도 많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이번 정리로 인해 보고서 양도 줄이고 효율적인 업무를 추진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될듯합니다. 여건만 허락된다면 지금의 절반 정도로 줄이기를 원하나 현재로서는 최소한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중대재해가 발생되어 또 다른 양식이 생기기 시작한다면 예전과 같이 8종의 유사한 양식을 사용하는 불합리한 惡循環(악순환)이 되풀이되지 않기만을 바랍니다.
송변전분야가 안전양식의 박람회장 같이 변한 원인은 高所(고소)에서 高壓(고압)을 취급하는 작업의 특수성도 있을 수 있으나 ‘01~’ 09년까지의 송변전 분야 사고현황을 살펴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습니다.
- 24명의 재해자가 발생(송변전 24명/회사전체 171명= 14.0%)
- 7명의 사망자가 발생 (송변전 7명/회사전체 14명= 50.0%)
송변전분야 근로시간은 회사 전체의 6%선 이므로 사고인원 14.0%는 매우 높은 수치이며, 사망자 비율 50%는 두말할 나위 없이 매우 매우 높은 통계치입니다.
매우 매우 높은 통계치를 정리하려는 듯 지난 4월 20일 전국 송변전지사장, 출장소장이 모인 자리에서 전무님 주관 하에 위기대응훈련 및 무재해 결의대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위기대응훈련은 전국 최우수로 꼽히는 서울송변전지사에서 시범을 보였는데 TBM, 원포인트 지적확인, PMIS 등 교과서적인 안전절차 履行(이행) 후 까마득한 80미터 고공(765Kv철탑이라 조금 높습니다)으로 향하는 직원들 모습이 믿음직스러웠습니다. 본 행사를 준비하느라 얼굴이 까매진 박 서울지사장도 ‘안전’이란 구호로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은 것을 보니 안전에는 상하 구분이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이번 훈련을 지켜보면서 모든 작업 시 오늘과 같이 교과서적으로 안전절차가 이행된다면 사고로 얼룩진 송변전의 汚名(오명)을 씻어내고 정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울러 지난날 제천과 대전지사에서 연달아 20배 무재해 목표를 달성했던 예전 榮華(영화)를 그려봅니다.
PS 송변전처의 새로운 Vision인 無災害 元年 達成(무재해 원년 달성)을 어떻게 Imagination 할 것인가에 대한 Passionate 한 간담회가 새벽 두 시까지 진행된 것은 VIP: Vision, Imagination, Passion을 강조하신 전무님 强勸(강권)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