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追憶(추억)과 어머니의 사랑 일 것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세월이 흐를수록이라는 표현이 일반적이지만 읽는 선배님들께 건방져 보일 것 같아서...) 단맛보다는 은근하고 구수한 맛이 좋아집니다.
초등학교시절 연세대학교 앞 기차다리 밑에 위치한 코너빵집의 빵맛은 가히 환상적이었습니다. 45년 전의 빵집 商號(상호)를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을 정도이니 환상적인 맛을 뛰어넘는 味覺的 衝擊(미각적 충격)이었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적절한 표현일 듯합니다.
어머니께서 편찮으셔서 도시락을 싸주지 못하시는 날에는 빵 사 먹으라고 돈을 주셨습니다. 코너빵집 곰보빵, 팥빵, 크림빵이 5원도 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삼립빵이 처음으로 出市(출시)되던 시절이었으며 먹을거리가 귀했던 당시에는 제과점 빵의 달콤함은 어느 맛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맛이었습니다. 어렸을 적에는 어머니께서 매일 편찮으셔서 도시락을 싸주지 못하셨으면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요즘은 웰빙식이라 하겠지만 어릴 적 간식은 허접한 것들이었습니다. 어릴 적 간식이라야 철마다 나오는 과일을 빼고는 감자, 고구마 등이며 김장철에는 배추꼬랑지 정도 등의 자연산 먹을거리였고 가공식품은 떡과 빵밖에 없을 시절이니 어머니께서 기분 좋으신 날에는 막걸리 빵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시는 어머니는 막걸리 넣고 밀가루를 부풀린 술빵을 자주 만드셨지만 제과점 빵맛에 길들여져 가는 아이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게 되어 막걸리 빵을 만들어 놓으시면 피이~~~ 하며 실망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구수한 맛이 좋아지고 입맛이 단단히 바뀌었는지 떡도 無味(무미)에 가까운 蒸片(증편)을 좋아합니다. 어릴 적 좋아했던 꿀떡이나 깨와 설탕을 넣어 달콤한 맛이 나는 송편보다는 약하게 술향기가 솔솔 올라오는 증편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습니다. (읽는 분들이 알코올중독자로 오해하실까 두렵습니다. 빵과 떡도 술이 들어간 막걸리 빵과 술떡을 좋아한다고…) 증편(술떡)도 약간 달짝지근한 서울식보다는 전라도 지방 사평 기정떡집 증편이 고유의 맛을 지닌듯하여 입에 맞습니다. 영광에 근무할 때는 집안 大小事(대소사) 시에 떡을 해왔는데 증편을 갖고 오는 직원, 모시떡을 갖고 오는 직원들이 많아 입이 好事(호사)를 누렸습니다. 모시떡은 모시나무잎을 쌀가루와 혼합하여 만든 전라도지방 특산품인데 김대중 대통령께서 좋아하셔서 청와대로 납품되었던 떡입니다. 단맛이 덜한 만두만 한 쑥송편이라고 생각하시면 맞습니다.
얼마 전 비가 오는 주말, 일산에 홀로 계시는 어머님 뵈러 갔더니 빵반죽을 만들어 주셔서 집에 와서 빵을 만들었습니다. 저녁을 먹었는데도 집사람이 쪄놓은 막걸리 빵 내음이 코와 마음을 자극합니다. 아이들은 밀가루 냄새가 난다며 입도 대지 않았지만 한입 베어 무니 구수한 맛이 입안에 퍼지면서 어린 시절 막걸리 빵을 찌느라 김으로 가득 찼던 부엌과 김치를 쑹덩쑹덩 썰어 넣은 김치부침개도 생각납니다.
과학계의 연구결과 비 오는 날에는 부침개나 막걸리빵 등 밀가루 음식에 입맛이 간다고 합니다. 밀가루의 주성분인 단백질과 비타민B가 감정을 조절하는 세로토닌을 구성하는 물질이라 비가 와서 우중충하고 우울한 날에는 밀가루 음식이 당긴다고 합니다. 비 오는 오늘 막걸리 빵에 입맛을 빼앗기는 것은 세로토닌이 부족하다는 과학적 원인과 구수한 것을 좋아하게 된 입맛의 변화도 있지만 무엇인가 다른 특별한 원인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먹고 있는 막걸리 빵에 입맛을 빼앗기고 있는 원인은 어릴 적 追憶(추억)과 어머니의 사랑 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