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恩師(은사)님 가르침 덕에 좋은 아버지가 되는 꿈을 꾸어 봅니다.
고교평준화 정책 시행으로 鈍才(둔재)가 當代(당대) 최고 名門(명문)이고 천재들만 들어간다는 경기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러나 명문고에 입학했다는 행복감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입학과 동시에 시험이 치러졌고 선생님들은 우리들 시험결과에 氣陷(기함)을 하셨습니다. ‘너희 선배들은 어떻게 하면 문제를 풀지 못할 것 인가를 고민하며 시험문제를 출제해도 100점짜리가 수두룩한데 너희들은 어떻게 하면 풀 것인가를 고민하며 출제 했는데도 0점이 수두룩하니 공부로 밥 벌어먹기는 힘들 것 같다.’며 실망을 넘어 좌절하시는 눈치셨습니다. 좌절은 선생님뿐 아니라 학생들도 마찬가지였으며 실제로 수학이나 영어는 말할 것도 없이 국어까지 0점을 받는 아이들이 있었으니 우리들은 주눅 들 수밖에 없었고 선배들은 한없이 위대해 보였습니다.
학생들은 실력이 부족했으나 능력 있는 선생님으로부터 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들 또한 경기고등학교출신 선배들이며 몇 년 후 우리들 능력에 좌절하신 많은 분들은 대학 강단으로 또는 학원으로 옮겨 억대 연봉의 유명강사로 활약하셨던 분들이라 인성교육의 질도 매우 높았습니다. 校訓(교훈)인 자유인, 문화인, 평화인 에 걸맞게 선생님들이나 교풍은 자유로웠고 문화와 평화를 사랑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았는데 꼴등해도 요즘 말하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 갈 수 있는 천재들을 교육하니 강제로 공부를 시키는 것보다는 자유와 문화와 평화의 가치를 가르치는 것이 校風(교풍)이자 學校文化(학교문화)로 자리 잡은 것 같았습니다.
장래 희망에 대해 물어본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군인, 회사원, 의사, 판사 등 개인희망을 들은 후 선생님은 무엇보다 좋은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직업이 군인이든 의사든 결혼해서 아이를 올곧게 키우는 좋은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는 선생님 말씀은 피부에 와닿지도 않았고 누구나 이룰 수 있는 소박한 목표정도로 여겨져 곧 기억에서 사라졌으나 세월이 흘러 아이들이 커가니 선생님 말씀이 자꾸 기억납니다.
'길거리 청소를 해도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이 최고로 성공한 사람이며 성공하는 삶이다. 좋은 아버지는 직장에서도 열심히 일 할 것이고 도덕적으로도 바르게 행동하니 아이들이 빗나가지 않고 똑바로 자란다. 여러분들의 행복과 성공은 여기에 달려 있다.'
아버님께서는 예고도 없고, 한마디 말씀도 없이 하늘나라에 가셨습니다. 교회 가신다며 면도에 세면까지 마친 후 잠시 어지럽다고 침대에 누우셨는데 바로 하나님 곁으로 떠나셨습니다.
臨終(임종)을 지키지 못해 병원에 도착하니 벌써 안치실에 계신 아버지, 어쩌면 돌아가시는 것까지 성격대로 가셨을까? 냉장실에 누워 계신 아버지는 깊은 잠을 주무시고 계신 듯했습니다. 아직도 온기가 남아있는 얼굴은 말끔하게 면도와 세면을 하셔서 먼 길 떠나시려고 준비하신 형세이신데... 차 타고 바람 타고 구름 타고 그렇게 그렇게 멀리 가셨습니다.
아버지를 떠올리면 냉철하고 꼼꼼한 성격의 글쟁이... 돌아가신 지 10년이 되었지만 항상 그리운 아버지로 기억에 남습니다. 새벽같이 일어나셔서 원고지 빈칸을 지렁이 기어가듯 꼬불꼬불한 글씨로 메워가시던 아버지, 주변은 물론 자식들에게까지 불편을 주지 않으려 하시고 한 치 빈틈도 없으셨던 꼼꼼한 성격의 아버지, 하늘나라 가시는 그날까지도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시려고 하셨던 것 같아 좋은 아버님을 생각하면 눈물 납니다.
어려울 것 같지 않고 너무나 소박했던 ‘좋은 아버지’라는 목표는 아이가 커갈수록 시간이 지나갈수록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자식들에게 많은 재산을 남겨 주는 것은 불가능한 샐러리맨의 변명 같지만 3대 가는 부자 없다는 이야기가 있듯 많은 재산을 남겨주는 부모는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할 듯합니다. 아이들을 공부시켜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부모가 현명하다는 것은 탈무드(Talmud)에도 나와 있으니까요.
풍족하지 않지만 주위의 貧寒(빈한)한 이웃들을 도울 수 있을 정도로 마음만은 항상 부자이며
노력하며 땀 흘려 얻은 결실의 소중함을 깨우쳐 성경말씀과 같이 뿌린 대로 걷을 줄 아는 정직함을 알며
사랑으로 아이들을 키우며 홀로 계신 어머님을 恭敬(공경)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소박한 꿈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새해에는 고교 恩師(은사)님 가르침 덕에 좋은 아버지가 되는 꿈을 꾸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