消極的 安樂死(소극적 안락사)
존엄사를 인정하고 法制化(법제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나하고는 전혀 상관없고 매스컴에만 나오는 다른 동네 이야기인 것으로 생각했었다. 또한 사람이 개를 물어야 뉴스가 되니 존엄사라는 것이 일반화된 이야기가 아니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쉽지 않은 문제였다.
장모님께서 腦出血(뇌출혈)로 수술을 받으신 후 한 달 넘게 깨어나지 못하시자 사태는 심각해졌다. 한 치 건너 어머님이시지만 집사람과 처남들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면 절대로 쉬운 문제는 아니다.
몇 년간 植物人間(식물인간)이었다가 깨어났다는 뉴스도 있었으니 자식들이 산소호흡기를 떼어내자고 쉽게 결정할 수도 없는 문제이고 發意(발의)한 자식은 정신적 부담감을 평생 느껴야 할 것이므로 차마 입을 뗄 수 없을 것이며 쉽게 결정할만한 사안도 아니었다. 또한 보호자가 호흡기를 떼어 달라고 해도 병원에서 마음대로 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법적으로도 금지되어 있어 불가능하다.
더구나 4남 1녀나 되는 처갓집 문제에 대해 사위가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기도 쉽지 않은 사안이고 더욱이 사람 생명과 관련된 일이니 잘못 끼어들었다가는 舌禍(설화)를 입을 것이 뻔한 일이다. 물론 사위는 백년손님이란 이야기도 있지만 사위자식 X자식이란 말도 있으니 자식들이 풀지 못할 것을 이왕 욕을 먹은 X자식이 풀을 수도 있었지만 처갓집 내정간섭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장모님께서 누워계신 병원은 腦卒症(뇌졸증) 전문병원으로 걸어 다니는 사람들은 半身不隨(반신불수)이며, 휠체어에 의존하고 있고 분은 全身不隨(전신불수), 병상에 누운 사람들은 의식이 없는 식물인간 상태로 분류된다. 같은 병실에 있는 분은 3년간 식물인간 상태라 하니 적어도 병원 내에서 존엄사는 이미 커다란 사회문제이고 현실적인 문제로 되어 있었다.
무의미한 생을 기계장치에 의존하여 연장시켜야 할 것인가라는 인간 존엄성 측면의 문제와 기약 없이 늘어나는 병원비로 인해 남은 가족들이 경제적 고통을 받는다는 현실적 문제로 인해 소송도 진행 중이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조건을 판결하였다. 회생가능성이 없는 사망과정에 진입했을 경우 의사 치료중단 시행을 제시하였으나 연세의료원에서는 이를 확실히 한다는 취지에서 상고하였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시 환자 본인의 의사가 필요한지, 본인의사를 확인하지 못했을 경우 보호자와 병원이 치료중단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를 결정하기 위하여 상고하였다.
5월 21일 대법원은 환자가 평소 연명치료 거부의사를 표시하였기에 호흡기를 떼어도 된다고 판결 하였으나 이것은 판례이며 단서조항이 있으므로 보호자가 원할경우 무조건 호흡기를 떼어낼 수 있는 법규가 공표된 것은 아니다.
현재는 장모님같이 수술 후 植物人間(식물인간) 상태에 빠지는 경우에는 본인이 의사표시를 할 수 없으므로 법적으로 인공호흡기를 떼어 낼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법원 판결 후에는 상황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 병문안하고 돌아오는 길에 遺言狀(유언장)을 미리 써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봤고 문구를 정리해본다. 남아있는 가족들 고통도 덜어주어야 하며 나 자신도 무의미한 삶을 원치 않고 언제라도 닥칠 수 있는 상황이므로 현재로서는 유언장을 만들거나 음성녹음을 하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모님께서는 꼬박 두 달을 채우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이 자리를 빌려 조문과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전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드린다.
유언장
1. 회생가능성이 없는 비가역적 사망과정에 진입하였다고 의료진이 판단하였을 경우에는 인공호흡기 등의 기계장치를 제거하고 약물투여 등을 중단하여 **존엄사를 시켜주기 바란다.
- 보호자 동의 없는 인공호흡기 등 기계장치 부착은 15일까지로 한정해라.
2. 장기를 기증한다.
3. 장례는 기독교식으로 거행하고 화장 후 수목장으로 한다.
4. 추도식도 필요 없으나 자식들이 편한 시간을 택해 시행해라.
** 尊嚴死(존엄사)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면서 죽을 수 있게 하는 행위 또는 그런 견해이며 의사는 환자 동의 없이 원칙적으로 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으로 消極的 安樂死(소극적 안락사)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