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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吮疽之仁(연저지인)에 대한 두 가지 해석

극진한 사랑, 가식적인 사랑

by 물가에 앉는 마음

연저지인 1

吮疽之仁(빨吮, 종기疽, 어조사之, 어질仁으로 종기를 입으로 빨아주는 인자함)이란 윗사람이 부하를 극진히 사랑한다는 뜻으로 사기(史記)의 손자 오기열전(孫子 吳起列傳)에 나오는 故事成語(고사성어)입니다. 魏(위) 나라 장수 吳起(오기)는 고된 훈련으로 종기가 발생하여 걷지 못하는 병사의 고름을 입으로 빨아주었습니다. 이 병사가 집으로 가서 어머니에게 오기 장군을 자랑했더니 어머니께서는 너도 네 아버지처럼 싸움터에서 물러서지 않고 싸우다가 죽겠구나 하며 슬피 울었다고 합니다.

오기는 사령관 신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병사들과 똑같은 생활을 했습니다. 의복이나 식사도 일반 사병과 같았으며 군을 지휘할 때도 말을 타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무거운 짐을 진 병사를 보면 짐을 같이 지어주기도 하였는데 오기는 ‘아랫사람을 극진히 사랑해야 그들의 충성을 얻는다.’고 믿었습니다. 그의 이러한 노력과 用兵術(용병술) 때문에 수많은 병사들이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다 장렬히 죽어갔으며 이런 장군과 함께 하는 병사들은 전장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았고 그는 76전 無敗(무패)라는 不滅(불멸)의 戰功(전공)을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후세에서는 오기 장군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평가하여 서번트 리더십의 표상으로 내세우기도 하며 여러 가지 긍정적인 말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 마음은 천 마디 말보다는 한 번의 행동으로 얻을 수 있다.

* 먼저 상대가 이쪽 마음을 믿을 수 있도록 행동해야 상대 마음을 얻을 수 있다.

* 종기 고름을 빨아주어 깊은 감동을 주듯 아랫사람을 극진히 사랑해야 그 충성을 얻을 수 있다.

* 흔히 일의 성과에만 집착하다 보면 정작 일을 해내는 사람을 소홀하게 생각하는 우를 범하기 쉽다.

*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하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수월하게 일을 진행시킬 수 있다.

이상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오기장군의 긍정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연저지인 2

연저지인에 대한 해석을 다음과 같이 부정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연저지인이란 종기를 입으로 빠는 사랑이나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가식적인 사랑을 뜻함’ 이러한 부정적 해석을 내는 근거는 오기가 德(덕)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는 사실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오기는 76전 全勝(전승)의 常勝將軍(상승장군)이었으며 부하에 대한 극진한 서번트리더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평판은 출세를 위해서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오기는 衛(위) 나라 사람으로 立身揚名(입신양명)을 위해 魯(노) 나라로 벼슬을 구하러 갔으나 齊(제) 나라가 노나라를 침공하자 출세에 지장이 될까 우려하여 제나라 사람이었던 부인을 망설이지 않고 단칼에 죽임으로써 제나라와 관계없음을 증명하였습니다. 이를 두고 殺妻求將(살처구장)이라고 합니다. 장군직을 얻기 위해 內助(내조)를 아끼지 않은 부인을 가차 없이 죽인 사람입니다. 또한 어머님이 돌아가셨으나 상을 치르지 않은 불효자이기도 했습니다.

노나라 장군으로 제나라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하는 등 공을 세웠으나 노나라에서 미움을 받아 魏(위) 나라로 도망갔고 든든한 후원자이었던 文候(문후)가 죽자 다시 礎(초) 나라로 갔습니다.


어설프게 권력을 유지하다가 노나라에서 쫓겨난 前轍(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왕의 절대적 신임을 얻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왕족과 귀족들의 俸祿(봉록)을 깎아 富國强兵(부국강병)에 힘써 초나라를 超强大國(초강대국)으로 만들어 초나라왕의 절대적 신임을 받았으나 왕족과 귀족들의 미움을 받게 되었지요.

총애하던 왕이 죽자마자 주위의 귀족들이 들고일어나 오기를 죽이려 했습니다. 오기는 왕의 시신 옆으로 피했으나 수많은 화살을 피하지는 못했습니다. 오기는 죽었으며 왕의 시신에도 화살이 꽂혀 왕의 시신이 훼손되어 새롭게 왕이 된 숙왕은 고의는 아니었으나 화살을 쏘았던 자들을 처벌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에 滅族(멸족)한 집안이 70여 집안이 되었다고 합니다.


연저지인을 假飾的(가식적) 사랑으로 해석하는 분들은 오기의 행동에 대해 모두가 치밀한 계산 하에서 행동하는 각박한 인물이었다고 평가하고 종기를 빨아내는 행위 또한 부하를 감동시켜 죽음을 무릅쓰고 전투에 임하게 하려는 底意(저의)가 있었던 것으로 오기장군의 행위를 낮게 해석함은 물론 죽은 후에도 70여 집안을 풍비박산 냈던 무자비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생각나는 말

* 가식적이며 계산적인 사랑은 오래가지 못한다.

* 權不十年(권불십년), 花無十日紅(화무십일홍), 있을 때 잘해

* 糟糠之妻(조강지처: 지게미와 쌀겨로 끼니를 이을 때의 아내)를 버리면 되는 일이 없다.

* 전쟁에서는 이겼지만 부하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장수는 결코 성공한 장수가 아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고의 장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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