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72.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수치

by 물가에 앉는 마음

新政府(신정부) 들어설 때마다 內閣構成(내각구성)을 위한 聽聞會(청문회)를 하지만 주요 이슈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항상 일정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부동산투기, 탈세, 편법증여 등 재산형성과정이 불투명하고 정당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는 빠지지 않습니다. 병역기피, 자녀의 이중국적, 논문표절 문제 등 지도층 인사로서의 부도덕한 행실을 문제 삼는 이야기들로 뉴스가 도배되다 시피하며 이를 접하는 서민들은 상실감과 자괴감을 느끼게 됩니다.

땅을 사랑하기에 땅 투기를 했더라도 수익의 일정 부분을 사회에 還元(환원)했다면 이해가 갈 텐데... 아니면 솔직하게 장관이 될지 예상하지 못해 위장전입 등 부도덕한 행동을 했다고 고백하면 봐주고 넘어갈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후보자가 내뱉은 말이 사건이 되고 이를 해명하는 말들은 다시 政爭(정쟁)을 일으켜 정치권 모두가 부도덕과 부조리의 집합체로 치부됩니다.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불감증과 노블리스 오블리주 실종사태를 보는 국민들 시선은 고울 수 없는데 4년 후에는 ‘道德 政府(도덕 정부)’ 기치를 내건 政派(정파)가 집권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신기한 일이다. 그리고 놀랬다. 15년 전에 썼던 편지인데 오늘의 현실과 100% 일치한다. 미래학자나 노스트라다무스도 아닌데..., 왠지 입맛은 씁쓸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지도층의 사회적 책무를 뜻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유럽왕실 전통이며 귀족들이 지켜야 할 不文律(불문율)입니다. 또한 영국에서 아직까지 귀족제도가 존속되고 있는 원인은 귀족들이 그들만의 권리를 享有(향유)하지만 않고 귀족으로서 지켜야 할 사회적 책무를 다했기 때문입니다.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도 참전했으며 찰스황태자도 아르헨티나와 영토분쟁이었던 포클랜드 전쟁에 참전하였고 최근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되었던 해리왕자도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다하였습니다. 왕위계승 서열 2위인 월리엄왕자도 공군중위로 복무했으므로 만약 전쟁이 난다면 조국을 위해 參戰(참전)하여 영국왕실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들의 조상 때부터 내려오던 불문율이자 귀족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법도이니까요.


조선말 개혁파였던 윤치호는 민비에게 왕과 왕자와 자신의 안위가 보장된다면 백성들과 나라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상관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할 정도로 왕실의 도덕성을 문제 삼았지만 우리나라에도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3대 가는 부자 없다는 말이 무색하게 1600년대 초반부터 1900년 중반까지 무려 300년간 12대 만석꾼 집안이었던 경주 최부자 집에는 6가지 家訓(가훈)이 있었습니다.

1. 절대 진사이상 벼슬을 하지 말라. 높은 벼슬을 탐해 정쟁에 휘말리면 집안의 화를 당할 수 있다.

2. 재산은 1년에 1만 석(오천 가마) 이상 모으지 말라.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른다. 1만 석 이상의 재산은 이웃에 돌려 사회에 환원하였다.

3. 나그네를 후하게 대접하라. 누가와도 넉넉히 대접하여 누구나 푸근한 마음을 갖게 한 후 보냈다.

4. 흉년에는 남의 논, 밭을 매입하지 마라. 흉년에 먹을 것이 없어 헐값에 내놓은 논밭을 사서 그들을 원통케 해서는 안 된다.

5. 며느리들이 시집오면 3년 동안 무명옷을 입혀라. 내가 어려움을 알아야 다른 사람의 고통을 헤아릴 수 있다

6.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특히 흉년에는 양식을 풀어 빈민들을 구제하라.

최부자 집에 부자의 사회적 책무와 올바른 처세를 위한 여섯 가지 가훈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주위의 시기와 비방으로 滅門之禍(멸문지화)의 위기를 맞았을 터이고, 재화에 대한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불러 3대를 버티지 못하는 평범한 부자로 전락하였을 것입니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샐러리맨이지만 우리 회사 직원들도 지켜야 할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있다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 합니다.

1. 정직해야 한다. 정비한 기계와 흘린 땀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2. 나만의 기술은 없다. 회사를 발전시키고 후배를 양성하는데 써야 한다.

3. 솔선수범 해야 한다. 내가 먼저 나서지 않으면 뒤따르는 후배가 없다.

4. 원칙이 우선이며 정도를 지켜야 한다. 과정은 고달프나 결과는 달콤하다.

5. 타인을 배려해라. 동료와 약자에 대한 배려는 기쁨이 되어 돌아온다.

6. 안전해야 한다. 개인의 안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소중하다.


7월 22일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행정안전부 의뢰로 작성한 '노블리스 오블리주 지표개발을 위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사회 노블리스 오블리주 점수는 100점 만점에 26점으로 나타났는데 국민들은 사회지도층에 대한 불신이 심각하다고 본 것입니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평균점수 26점에 미치지 못하는 집단이 법을 만들고 솔선수범하여 법을 지켜야 하는 검찰간부, 대법관 등 법조인과 고위공무원, 국회의원 및 정치인 이랍니다. 사회지도층에 대한 불신이 심각하다고 본 것을 넘어 驚愕(경악)을 금치 못할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 한국사회 노블리스 오블리주 평가점수(100점 만점 기준)

시민단체 간부 ----------- 47.29

대기업 최고 경영자 -------38.75

노조간부 -----------38.38

대학교수 ---------------36.17

언론인----------------34.04

의사, 회계사 전문직 -------29.58

검찰간부, 대법관등 법조인-----25.04

고위공무원 ---------23.25

국회의원 ----17.33

*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수치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