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다운 사건이라 함은 거짓이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합니다.
노무현대통령과 박연차게이트, 김대중대통령과 진승현, 정현준, 이용호게이트, 박정희대통령시절 박동선 씨의 코리아게이트.... 눈치 없는 분이라도 게이트란 대통령과 관련된 非理(비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은 普通名詞(보통명사) 화된 게이트라는 단어를 처음 쓰게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은 1972년부터입니다.
1972년 6월 17일 38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닉슨 대통령이 상대방이었던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에 선거 전략을 불법으로 盜聽(도청) 하기 위해 도청장치를 설치했는데 그곳이 워터게이트 호텔(watergate hotel)이었습니다. 닉슨정부는 단순 절도사건으로 위장을 시도했으며,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거짓말했던 닉슨 대통령은 결국 미국 역사상 최초로 사임(1974년 8월)했습니다. 워터게이트사건은 추악한 사건이었지만 미국민들이 추구하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한편으로는 미국이 위대하다는 것을 보여준 미국다운 사건이었습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현직 대통령이라도 직권을 남용하고 법을 어기면 물러나야 하고 누구든 법 앞에서는 평등하다는 교훈을 남겼고 최고위층과 관련된 비리에는 ‘게이트’란 단어를 붙이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미국다운 사건이라 함은 거짓이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합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이 사과나무를 도끼로 자른 후 고민하다가 아버지께 고백했던 사실을 초등학교 때부터 가르치며 정직이 최고의 선이라고 洗腦(세뇌)시킵니다.
클린턴대통령시절에도 게이트가 있었습니다. ‘지퍼게이트’ 백악관 인턴직원 모니카 르윈스키와 부적절한 성관계로 인해 탄핵 위기에 몰렸으나 대통령이 직접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다고 진실을 말했기에 탄핵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지퍼게이트로 인해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던 민주당 엘고어는 막판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공화당 부시에게 패하고 말았습니다. 르윈스키 치마에 묻은 체액이 미국 역사 또는 세계 역사를 바꾼 것입니다. 동양적인 사고로는 워터게이트보다 더욱 위중한 사건이었음에도 클린턴의 지퍼게이트는 진실을 토로함으로써 탄핵을 막을 수 있었으며 미국민들은 도덕적으로 부패했지만 정직한 대통령을 살려 주었습니다.
우리 회사 내에서도 원자력발전소 문화는 미국식 문화에 가깝습니다. 발전소를 정지시켰어도 절차서 대로 했다면 인적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관례입니다. 몇 년 전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소장님부터 無補職(무보직)시키고 줄줄이 징계를 당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제가 안전팀에 오고 난 후 '사망사고라고 해도가혹한 중징계를 내리신 것 같습니다.' 하고 전무님께 말씀드렸더니, 품질관리를 오래 하셨던 전무님께서는 사고 후 거짓말에 대한 징계였지 사고에 대한 징계가 아니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원자력품질관리를 4년 정도 했으므로 전무님 말씀에 공감이 갔습니다. 원자력문화 중에도 특히 품질관리업무는 미국식 사고와 행동을 요구하기에 저도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안전분야의 자그만 사건이었지만 성격으로는 게이트와 유사합니다.
미국영화는 대부분 정의가 이긴다는 結末(결말)을 맺고 있고 정의를 추구하고 惡(악)을 물리치는 주인공들은 대부분 남성이지만 정작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정의의 신은 여자입니다. 눈을 가리고 한 손에는 칼을 한 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는 여신의 이름은 ‘정의의 여신 유스티치아(Justitia)’입니다. 칼을 쥐고 있는 것은 법집행을 엄하게 하겠다는 의미이고 天秤(천평) 저울은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는 공평성을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편견이 배제된 평등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눈을 가린 것 역시 심판받는 대상의 地位高下(지위고하)를 고려하지 않는 주관성을 배제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유스타치아는 칼만 들고 있는 최초의 정의의 여신 디케(Dike)의 후신이며 최근에는 대법원 정문 위 浮彫(부조)처럼 칼 대신 법전을 들고 있는 유스타치아의 후신도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여자는 胎生的(태생적)으로 객관적이고 냉혈적이며 부정과는 거리가 있는 정의로운 族屬(족속)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뇌물을 준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이 없는 이상한 거래의 사회,
前職(전직)에 대해서는 칼날을 現職(현직)에 대해서는 솜방망이를 들이대는 주관적 해석과 적용을 하는 사회,
서민이 꿈도 꾸지 못할 몇 십억 원이 고위층으로 올라가면 껌값으로 변하는 희한한 화폐가치체계의 사회,
정의의 여신 유스티치아가 살아있다면 우리나라에도 降臨(강림)하여 눈감고 천평과 칼을 들고 정의의 심판을 내려주길 희망해 봅니다.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이가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어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끔찍하고 가슴 아픈 사건은 이번으로 마지막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의의 여신 유스티치아(Justitia)를 거론하는 것은 박근혜 씨를 염두에 두었거나 여자들을 稱頌(칭송)하고자 함은 아닙니다. 요즘 남자들이 하는 정치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얼마 전 봉하마을에 세계적으로 珍貴(진귀)한 장면을 찍기 위해 많은 外信記者(외신기자)들이 구름같이 모인 것을 보고 진실공방의 終止符(종지부)를 찍을만한 사람(?)은 유스티치아밖에 없다는 漫畵(만화)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전직 대통령의 자살은 반대편에 섰던 사람들도 가슴 아파할 사건입니다. 또한,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나라의 수치이며 국민들 자존심이 유린당한 사건이었기에 우리 아이들은 게이트가 없는 나라의 투명한 햇살이 쏟아지는 넓은 뜨락에서 밝게 뛰놀아야 할 텐데 하는 답답한 마음에 몇 자 적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