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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약이 될까? 독이 될까?(陰中陽 陽中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흔들리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꿋꿋하게 가는 것입니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OO사업소 撤收(철수) 건을 놓고 휴게실 토론회가 벌어졌습니다. 이러다가 계속 밀리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고 같은 발전소에 경쟁업체와 같이 있는 것보다 長點(장점)이 많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저도 개인적인 생각은 後者(후자)입니다. 제2의 정비업체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일들을 우리 회사에서 해결해줬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後發(후발) 정비업체 정비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원자력에서도 두산중공업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우리 회사가 해결한 사례가 많으므로 후발업체가 단독으로 발전소를 운영한다는 것은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만 화력에서는 이미 터빈, 보일러 등 주요 설비를 정비하는 후발업체도 많으므로 불가능할 것 같지 않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발전사로서도 한전KPS가 아닌 제2의 정비업체에게 발전소를 통째로 맡기는 것은 처음이니 새로운 挑戰(도전)이며 제2의 정비업체로서는 새로운 機會(기회) 임에 틀림 없습니다.

정부 정책이자 합의에 의한 사항으로 우리 회사 입장에서 발전소를 통째로 내준다는 것은 毒(독)이자 위기로 생각할 수 있지만 제2의 정비업체 수준을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에 앞으로 藥(약)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동전에도 양면이 있고 칼도 醫師(의사)가 쓰면 사람을 살리고 强盜(강도)가 사용하면 사람을 죽이는 흉기로 돌변합니다. 모든 일에는 兩面性(양면성)이 있어 세상 모든 것은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지요.

周易(주역)에 음중양 양중음(陰中陽 陽中陰)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세상에는 밤과 낮, 불행과 행복, 실패와 성공, 선과 악, 강자와 약자 등 대립되는 개념의 양면성도 있으며 한 가지 현상에도 양면성이 존재하여 좋은 것이 항상 좋지만 아니하고 나쁜 것 일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대로 나쁜 것이 항상 나쁘지만 아니하고 좋은 것 일수도 있다는 것이 陰中陽 陽中陰입니다.

OO사업소 철수는 분명 단기적으로 독이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정비 업무는 經驗(경험)하면서 또는 問題點(문제점)을 解決(해결) 해 나가는 過程(과정)에서 기술을 습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제2의 정비업체에게는 기술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입니다. 이미 타 발전소에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OO화력을 우리 회사 수준으로 운영한다면 2012년 이후 우리 회사 立地(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약해지는 계기가 되겠지요. 더 나아가 발전사 요구에 순응하는 직원들(발전사에서 보면 서비스정신이 충만한 것으로 보이겠지요.)이 한전KPS 수준을 上廻(상회)하는 정비기술을 보여준다면 입지약화 단계를 넘어 원자력시장까지도 위협받는 지경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값싸고 질 좋은 정비서비스 제공능력만이 생존의 법칙이자 시장 질서이니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서비스 질도 낮다면 해당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마땅합니다.


물론 이와 반대로 후발업체 기술 수준과 서비스 수준이 발전사 기대를 충족치 못할 경우에는 우리 회사에게는 약이 되겠고 새로운 기회가 생기게 되겠지요. 제2의 정비업체는 아직도 독자적으로 정비를 시행할 준비가 되지 않았으므로 2015년도 까지 정비시장에서 한전KPS의 독점적 지위를 인정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우리가 관계기관을 쫓아다니며 期間延長(기간연장)을 요청할 필요도 없이 정부와 고객사에서 먼저 이야기를 꺼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제2의 정비업체가 善戰(선전)하여 성공적으로 발전소를 운영한다고 해도 회사 내부적으로는 우리 위치를 재정립하려는 客觀的 視覺(객관적 시각)과 잣대(尺度)가 생길 것입니다. 나아가 생존하기 위해 기술개발에 노력하고 고객서비스를 혁신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테니 후발업체 성공은 위기이자 독이지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며 도약을 위한 補藥(보약)이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OO사업소에서 철수는 직원들이 정든 고향을 떠나 전근 가야 하고 피와 땀과 정성을 쏟은 발전소와 離別(이별)해야 하니 섭섭함이 우선하며 피부에 와닿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다면 조만간 정들었던 기계들과 再會(재회)의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간 OO화력을 정비하시느라 땀 흘리신 사업소 식구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사창립 이후 여러 위기의 순간들이 있었지만 지금 상황은 위기가 아니라 또 다른 기회의 순간입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흔들리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꿋꿋하게 가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렸습니다. 편지내용 중에 흠결이 있더라도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의롭지 못한 것을

보고도 못 본체하는 벗은

아예 가까이하지 말라.

감각적인 쾌락에만

탐닉해 있는 벗과도

가까이하지 말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지성적이며 진리에

귀를 기울이는

고상한 벗을 가까이 하라.

그런 벗은

여러 가지 도움이 되나니

모든 의심을 잘라버리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숫다니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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