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들이 붙여준 명칭은 ‘狂’이며 본인들이 붙인 것은 ‘mania’
미치지 않으면(不狂)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不及): 미쳐야 미친다(不狂不及). 어떤 일에 全力(전력)을 다해야 專門家(전문가) 境地(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말이며 미친 듯 몰두하지 않는다면 전문가가 되지 못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성덕대왕 신종으로 불리는 에밀레종은 서기 771년에 만들어졌으며 종을 만들 때 애를 집어넣었다는 슬픈 전설이 있습니다. 그로부터 1200년 후 과학기술이 몇 백배 발달하였을 1986년 複製品(복제품)을 만들었지만 제소리가 나지 않는 것을 두고 혹자들은 애를 넣지 않아 그렇다고 이야기하나 추후 성분분석 결과 에밀레종에서 아이 성분을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으니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는 원인은 종을 만드는데 미친 사람 즉 진정한 匠人(장인)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定說(정설)입니다.
得音(득음)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폭포의 轟音(굉음)을 이겨야 하며 목청이 터져 피를 세 번 쏟아야 하는 것도 모자라 진정한 소리꾼으로 키우기 위해 눈을 멀게 하는 스토리가 오래전에 봤던 영화 ‘서편제’였던 것 같습니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영화와 오래된 전설 같은 이야기 말고도 미쳐서 미친 이야기는 요즘에도 흔히 찾을 수 있습니다.
프로페셔널의 세계가 ‘不狂不及’의 世界(세계)가 아닌가 합니다. 능력이 있다고 하여도 축구와 야구에 미치지 않고는 프리미어리거나 메이저리거가 될 수 없습니다. 반쯤 미쳐 열정이 부족하거나 능력이 부족하여 마이너리거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 월등히 많으므로 능력도 있어야 되겠지만 미쳐도 단단히 미쳐야 世界頂上(세계정상)의 班列(반열)에 오를 수 있습니다.
발레리나 강수진의 험한 발이 인터넷상에서 화젯거리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험한 일을 하는 남자들에게서도 찾기 힘들고 평생 군화를 신고 다녀야 하는 군인들 발보다도 못생기고 험한 발의 주인공이 강수진 씨 발이었고 가슴이 뭉클하도록 만든 못생긴 발이었습니다. 강수진 씨 발은 발레에 미치지 않고서는 도저히 만들어질 수 없는 발이며 험한 발을 가진 그녀는, 아니 발레에 미친 그녀는 세계정상급에 미치는 발레리나가 되었습니다.
20여 년 전 고리원자력발전소 3,4호기 시운전할때, 이름을 대면 많은 분들께서 아실만한 기계부장님이 계셨습니다. 다단펌프 임펠러가 케이싱에 닿는 문제가 생겨 발전소가 고심하고 있었고 저는 품질검사자 입장에서 입회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전공이 전기라 훈수는 못하고 일을 배울 겸 입회하고 있는 중에 케이싱內面(내면)을 약간 갈아내고 조립하면 되는데 하고 혼자 말씀을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품질검사자가 제지하고 말렸어야 당연하지만 잠시 자리를 비켜드렸습니다. 만약 선배님께서 일에 미치지 않은 분 이셨다면 저는 자리를 비켜드리지 않았을 것이나 일에 미쳐서 전문가 수준에 도달한 장인이셨기에 자리를 비켜 드렸습니다. 물론 문제점이 깔끔하게 해결되었고 그 후로도 문제없이 펌프 성능은 유지되었습니다.
*주물로 만들어진 케이싱 내면은 매우 거칠었고 다듬질 수준의 가공은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었으나 20년 전 우리 회사 기술 수준은 그것을 결정할만한 수준이 되지 못했다.
불과 수년 전 영광원자력발전소 5,6호기 시운전시절에도 狂氣(광기) 어린 분이 계셨습니다. 30여 일을 퇴근도 안 하고 발전소 안에서 먹고 자고 했다는 傳說(전설)을 갖고 계신 신 주임님이 주인공인데 제가 봐도 광기 있는 분입니다. 이분은 일이 밀린 것을 못 보는 광기가 있었습니다. 일이 있으면 전동기를 달아 놓은 듯 발걸음이 빨라지며 말도 덩달아 빨라집니다.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문제들도 그의 손에 들어가면 쉽게 해결되니 맥가이버같이 귀신같은 솜씨도 있습니다. 발전소마다 펌프의 達人(달인), 밸브의 達人 등 達人의 경지에 이르고 광기 어린 분들이 많으며 광기 어린 분들로 인해 오늘도 발전소가 자-알 돌아가고 있습니다.
不狂不及에서의 狂은 좋은 의미로 쓰였지만 ‘狂’이란 흔히 도박狂, 경마狂...처럼 좋지 않은 의미의 접미사로 쓰이는 경우가 많으며, 좋은 의미로는 ‘매니아’라는 단어를 붙여주기도 합니다. 제가 낚시 간다고 이야기하면 집사람이 항상 ‘미쳤어, 미쳤어 이렇게 비가 오는데 낚시 간다고...’ 그러는 것을 보면 아마도 제 생각에는 집사람들이 붙여준 명칭은 ‘狂’이며 본인들이 붙인 것은 ‘mania’ 같습니다. 낚시매니아 임을 자칭하는 낚시狂의 일방적인 생각이었습니다.
* 不狂不及(미쳐야 미친다)의 제목은 ‘푸른역사’刊(간), ‘정민’著(저)의 제목을 Copy 한 것이며 내용을 표절한 것은 아닙니다, 책상 위의 놓여있는 책의 머리말만 읽었지 본문은 아직 못 읽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