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씨를 상상하셨던 분들께는 사과드립니다.
노름판 프로갬블러를 ‘타짜’라고 합니다. 정비 현장에서는 타짜를 전문가 또는 전문원이라고 하는데 우리 팀 안전사고 조사전문가에게는 적당한 호칭이 없어서... 오늘은 사고조사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제목만 보시고 육감적인 몸매의 영화배우 김혜수 씨를 상상하셨던 분들께는 사과드립니다.
안전사고 조사 목적은 사고 원인을 규명하여 유사/동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입니다. 물론 필요에 따라서는 관련자 歸責(귀책) 사항을 따져 懲戒(징계)가 따르지만 이것은 後次的(후차적)인 문제일 뿐이며 누구를 잡아야겠다고 前提(전제)하여 사고조사를 하지 않습니다.
사망사고와 2명 이상이 3개월 이상 중상을 입는 중대재해의 경우에는 경찰, 노동부 등 정부 조사가 선행되어야 하므로 이 경우에는 意圖的(의도적)으로 자체조사를 늦춥니다. 자체 사고조사를 先行(선행)할 경우 회사나 관련 직원들이 곤란을 입는 경우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사고원인은 정확히 규명하되 선량한 의무를 다하였을 경우에는 개개인에 돌아가는 피해는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사고조사를 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안전사고 원인은 어처구니없고 납득가지 않는 상황들이 한 가지 또는 몇 가지가 重疊(중첩)되어 발생됩니다. 사고조사는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상황들을 모자이크 하여 그림을 완성시키는 작업이므로 거짓이 加味(가미)되었다면 그림이 어색해지거나 완성되지 않습니다.
간혹 사업소와 관련 직원들에게 불이익이 초래될까 봐 실상을 감추는 경우가 드물게 있습니다만 그럴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조사자들이 눈감고 조사를 하지 않는 한 피조사자보다는 한수 위 전문가들이라 진실을 밝히는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기에 수고스럽게 진실을 歪曲(왜곡)한 시나리오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사고가 발생되면 본사 쪽으로 많은 정보들이 입수되어 오히려 사고 관련자보다 많은 정보가 축적되게 됩니다. 많은 정보들을 끼워 맞추다 보면 사고 조사 전 90%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있어 실제 현장 조사 시 에는 그려 놓은 그림이 맞는지 檢證(검증)하는 단계가 되므로 진실을 왜곡한 경우에는 상호 간에 민망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습니다.
또한 타짜들이 조사하다 보니 감추고 은폐를 하려 해도 시나리오가 맞지 않게 되어 사업소에서 의도한 대로 조사가 종결되는 경우는 절대 없으니까요.
일부 관련자들은 거짓말탐지기(이하: 군대 전문용어로는 ‘허탐기’라고 합니다.)를 갖고 와서 검증해 보자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도 하지만 虛探機(허탐기) 보다 우수한 성능을 갖고 있는 얼굴표정과 제스처를 놓치는 조사자는 없습니다.
저도 군에서 허탐기를 사용해 본 경험이 있어 말을 믿지 않아 답답하다며 허탐기를 가져오라는 虛風(허풍)에는 넘어가지 않습니다. 또한 눈과 표정, 제스처가 허탐기보다 정확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눈을 읽었고 제스처를 놓치지 않았으니 시간소요가 많아질 뿐이지 진실을 밝히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高度(고도)의 훈련을 받은 間諜(간첩)들도 모든 것을 부정하다가 혐의와 관련된 사진을 보여주면 동요합니다. 경험한 내용이면 사진을 대충 봐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면 될 텐데 시나리오 만든 것이 사진과 다를 가능성이 있으므로 눈동자 움직임이 빨라지고 왜곡된 시나리오를 기억해 내어 설명하려니 힘들게 됩니다. 진실을 부정할 경우에는 목소리가 커지며 본능적으로 입이나 코를 만지게 되는 제스처를 읽어냅니다. * 이러한 행동을 왜 하게 되는가는 이미 의학적으로 검증되었습니다.
사고 당시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사고현장 사진을 보여줬을 때 ‘사진이 정확하지 않은데요.’라는 대답을 얻어내면 이미 상황은 종결된 것입니다. 조사자는 의도적으로 다른 상황의 그림을 보여줄 수도 있으며 사고 당시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는데 사진이 정확치 않다고 이야기하면 사고 당시의 의식이 또렷했다는 것이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 된 것이죠.
이미 피조사자는 數(수)를 읽혔고 다음부터는 조사자의 의도대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한 가지 현상에 대해 불리한 쪽으로 물어보면 강하게 부정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유리한 쪽으로 물어보면 본인도 모르게 긍정적으로 답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 회사의 경우 災害者過失(재해자과실)에 의한 사고는 83% 정도이고 국가 통계의 경우에도 비슷한 수치를 보입니다. 즉 재해자가 가장 사실에 근접한 상황과 진실을 알고 있는 셈입니다.
자체조사의 경우에는 재해자가 있는 그대로를 진술하여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엉뚱한 대책을 수립하지 않습니다. 엉뚱한 대책이 수립된다면 사고예방의 실효성이 없게 되며 이것이 부메랑이 되어 또다시 나 자신과 동료의 목숨을 노릴 수 있습니다.
저희 팀에서 근무하는 식구들의 사고조사 焦點(초점)은 정확한 원인규명과 이에 걸맞는 예방대책의 강구입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하다 보면 사안 대부분은 속 시원히 해결됩니다. 저희 팀 식구들도 처음부터 타짜는 아니었고 초짜였겠지요. 피조사자들은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 한 경험을 하는 것이고 저희 팀은 직무상 여러 번 조사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이런저런 조사기법을 공부하다 보니 타짜가 된 것이고요.
처녀 총각들이 연애하며 양다리를 걸치는 경우가 있는데 애인이 거짓말하는지 알아보는 쉬운 방법입니다. ‘요새 나 말고 다른 사람 생겼지? 내 친구가 명동에서 다른 여자와 팔짱 끼고 가는 것을 봤다고 하던데?’
말이 많아지거나 적어지는 경우
대답이 빨라지거나 짧아지는 경우
말끝이 흐려지는 경우
손이 떨리거나 감추려 하는 경우
코나 입을 만지거나 다리를 떠는 경우
눈을 똑바로 보지 못하거나 시선을 피하는 경우
눈동자가 흔들리거나 눈을 심하게 깜박이는 경우
몇 가지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면...
100 프롭니다.
괜히 생사람 잡았다고 항의 들어오는 것은 사절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