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생각하는 觀點(관점)이 달라 고민 없는 것 같이 보일 따름이다.
어릴 적 一等(일등)을 해보지 않은 사람 없고 남부럽지 않게 살아보지 못한 사람도 없었겠지만 美國사는 누이는 어렸을 적 일등을 놓쳐본 일이 없었다. 경기여중에 입학할 때만 해도 서울 변두리 동네였던 연희동에 秀才(수재)가 났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고 경기여중을 졸업한 후 경기여고에 합격해서 남자 형제들 기를 죽였다.
그 당시 형제들 고민은 당연히 누이만큼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시절만 해도 수재라 불렸던 누이는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시까지 학교 내에서는 그저 그런 아이로 취급받는 것이 기분 나빴지만 공부해도 전국에서 모인 天才(천재)들을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을 느꼈단다. 연희동 수재였고 경기여중고를 다녔으니 공부에 관한 한 고민거리가 없었을 것 같았는데 그 당시 누이 고민은 공부를 못하는 것이었으며 고민은 학교에 대한 섭섭함으로 까지 변했단다. 누이는 학교에 대한 섭섭함을 느끼던 차에 開校(개교) 100주년을 맞아 학교를 빛낸 동문상을 받아 섭섭함을 접었다고 自傳的 隨筆(자전적 수필)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아이들을 키워보니 공부 잘하던 못하던 고민거리가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학원, 과외공부를 하지 않고 혼자서 공부하겠다던 큰애가 능력의 限界(한계)를 느꼈는지 3학년 2학기가 되자 과외도 하고 학원도 다니기 시작했다. 수학을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겠다고 고민하던 큰애는 이과에서 문과로 옮겼고 고3이 되어 수척해진 모습을 보고 공부에 대한 고민이 많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중학교에 다니는 작은 아이는 공부에 관한 한 고민거리가 없는듯하다. 중학생인데도 패션채널 보는 일에 너무 열중하여 걱정이 될 정도이나 그래도 용케 영어를 알아들어 외국 프로그램을 즐기는 것을 보니 시냇가에 굴러다니는 돌(石) 수준은 아닌 것 같아 애비 고민거리는 줄어들었다. 작은아이 고민거리는 무엇일까 궁금해지나 굳이 물어서 고민거리를 만들어 줄 필요가 없는 것 같아 고민거리가 무엇인지 묻지 않기로 했다.
평생 운동만 하던 강호동 씨와 IQ 100을 간신히 넘긴 유재석 씨가 방송계를 주름잡고 있는 것을 봐도 공부만 잘한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니 공부하라는 잔소리도 그만두기로 했다.
그래도 별세계(別世界)를 별세개(three star)로 알아듣는 사오정 작은아이에게 ‘얘, 공부는 게을리해도 책은 부지런히 읽어야 한다.’라는 말을 해주기로 했다.
아이엄마를 보면 만들어하는 고민도 있는 것 같다. 있지도 않은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를 만들어 엄마 친구 아들은 일등만 하고 말도 잘 듣고 서울대에 합격했는데... 무슨 놈의 엄친아가 그리도 많은지... 세상 모든 엄마들의 친구 아들은 모두 다 서울대학교에 다니고 있다면 다른 대학에 다니는 아이들은 누구 친구의 아들이고 딸이라는 말인가? ‘엄친아’는 아이엄마들의 典型的(전형적)인 거짓말이자 본인들이 만들어낸 거짓말로 고민거리를 自家生産(자가생산) 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엄마들이 아닐까 한다.
아내의 고민거리는 아이들 키우는 것이 제일 크겠지만 도대체 딴 세상을 살고 있는 것 같이 여겨지는 저에 대한 고민거리도 있는 것 같다. 아이가 몇 학년인지? 차번호가 몇 번인지? 도대체 살아가는 것에 신경 쓰지 않는 벅수(벅수는 돌장승을 가리키는 경상남도 통영지방 사투리로 멍청하게 실실 웃기만 하는 사람을 말한다.) 같은 사람이 과연 회사 내에서 업무를 제대로 할지?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한다면 해당되지나 않을까? 고민하고 있지만 이미 반품(返品) 시기가 지났고 워런티(warranty) 기간도 경과하였으니 거추장스러운 혹처럼 느껴져도 제 몸의 일부처럼 사는 방도밖에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벅수같이 사는 인간이라지만 나도 고민거리를 갖고 있다. 부모님 모시고 살 때에는 삼시세끼 따뜻한 밥을 해드려야 하니 교회 가서 목사님 기도시간에 점심반찬을 무엇을 해야 할까도 고민해 보았고, 어떻게 하면 다음 주에는 교회 빠지고 낚시 갈까도 고민해 보았다. 사업소에 근무할 때는 어떻게 하면 우리 팀 식구들과 재미있게 지내고 출근이 기다려지는 직장을 어떻게 하면 만들 것인가 고민했다. 안전팀에 근무하고 있는 요즘은 어떻게 하면 안전사고를 줄일 것인가? 苦心(고심)하는 등 나름대로 고민이 많은 사람인데 아내와 생각하는 觀點(관점)이 달라 고민 없는 것 같이 보일 따름이다. 아내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내에 대한 내 고민거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