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회사업무와 타이밍(Timing)

오늘 편지는 타이밍이 맞았습니까?

by 물가에 앉는 마음

처, 실별 업무보고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어 사장님을 별도로 찾아뵙고 두 가지 부탁을 드렸습니다.

o 사업소 방문 시 안전이 우선이라고 말씀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사고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임, 경영간부께서 사업소 방문 시 안전을 강조해 주신 덕이 많습니다.

- 그렇지요, 안전이 우선이지요. 사업소별 안전관리자들이 있을 테니 주기적으로 교육도 하고 결의대회도 합시다.

o 매주 전 직원들에게 안전편지를 보내고 있는데 가끔 사장님 이야기를 써도 되겠습니까?

- 알았습니다. 써도 됩니다.

두 가지 부탁을 드리는데 짧으면 2분, 길면 5분 정도 예상했는데 1분 만에 끝났습니다. 말씀과 의사결정하시는 속도를 보니 향후 회사 경영이 스피디하게 펼쳐질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오늘은 시간과 관련하여 회사업무와 타이밍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품질교육을 받으신 분은 아시겠지만 품질을 높이려면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품질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사람이 필요하고 교육해야 하며, 良質(양질)의 資材(자재), 檢證(검증)된 계측기... 모두가 돈입니다. 그렇다고 품질을 높이기 위해 무한정 투자할 것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품질과 비용은 정비례가 아니고 이차 함수적으로 비례하기에 어느 정도 품질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결국 市場論理(시장논리)에 의해 결정됩니다. 물건과 기술이 팔릴만한 품질을 유지해야 하며 그만큼의 비용을 투자해야 합니다.

25년 전 粗惡(조악)한 품질의 현대차 포니가 미국에 상륙했을 때 그나마 팔린 것은 價格競爭力(가격경쟁력)이었죠. 중고차가격의 포니를 사는 사람들은 품질이 좋지 않은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가격이 헐하니 구매한 것이죠. 우리들이 최근에 메이드인 차이나를 구입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쓰다가 버릴 것이고 내구성이 필요 없는 곳에는 메이드인 차이나를 써도 무방하니 싼 맛에 ‘buy china’를 하는 것입니다.


제목이 회사업무와 타이밍인데 골치 아픈 품질이야기에 품질비용까지 언급하느냐 하는 의구심이 드실 수 있습니다. 품질은 현장정비에도 적용되고 책상에서 하는 사무나 기술행정업무에도 적용되며 타이밍도 품질에 포함되므로 서두를 길게 이야기했습니다.

일주일 내에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지시받았는데 완벽하게 꾸미기 위해 열흘이 걸린 사람과 엉성하지만 주요 내용만 간추려 기일 내에 보고한 사람과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보고서 내용과 충실도 면에서는 열흘 걸린 사람 것이 월등했으나 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했고, 엉성하지만 기일을 지킨 사람 보고서는 유용하게 사용되었습니다. 전체적인 업무품질에는 업무 마감시간과 질적인 내용뿐 아니라 지시한 사람의 의도 등 모든 것이 포함된다는 것이죠.

발전소 예를 들면 主通路(주통로) 조명등을 오전 중에 교체하라고 했는데 완벽을 기하느라 補助(보조) 통로까지 포함하여 퇴근 무렵 해서 교체 완료하였습니다. 교체는 완벽하게 했으나 VIP는 이미 통과했고 조명상태 불량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전체적인 품질은 높았을지 모르지만 요구자가 기대하는 품질에 맞추지 못해 결과적으로 조명분야 품질이 엉망이라는 누명을 쓰게 된 것이죠.


20년 전쯤 연수원, 연구원, 전문원들이 교육, 연구, 기술지원을 할 수 있는 종합시설을 만드는 계획을 다음 주 월요일까지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고민 많이 했습니다. 짧은 기간 내에 엄청난 것을 만들어 내라 하니 업무지시가 터무니없기까지 했습니다. 울진3사업소 최 소장, 퇴직한 심 부장과 제가 주어진 시간에 맞는 정도의 품질 수준으로 3페이지짜리 보고서를 만들었습니다.

3개 그룹이 모여서 교육, 연구를 하고 기술지원을 하려면 국토의 중심인 대전이 최적지이며 원자력 관련 연구는 放射性廢棄物(방사성폐기물)이 생산되므로 원자력연구원이 있는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하여야 주민 반발이 없다. 대지 2만 평, 200억 원 정도가 소요되며... 볼품은 없었지만 3페이지짜리 보고서에는 주요 핵심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물론 시간도 지켰고요. 지시하신 분은 실행계획이 아닌 사장님 意中(의중)을 확인하기 위한 자료였기에 만족을 표했고 추후 3페이지짜리 보고서는 원자력정비기술센터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영광3사업소에 근무하고 있을 때 발전소 내에는 여러 가지 프랭카드와 각종 구호가 걸려있었는데 가장 제 마음에 와닿는 문구는 한수원 발전소장이신 김 소장님(한수원 발전처장 역임 후 작고)께서 걸어놓으신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한다.’입니다. 盡人事待天命(진인사대천명)이란 격언을 현대적으로 간단하게 표현하신 듯합니다.

저는 그 문구를 여러 가지로 해석했습니다. 최선을 다했으니 품질도 믿을만할 것이고 타이밍도 맞췄으니 결과가 좋지 않아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해석이 가능할 것이고, 그렇게 하면 결과는 당연히 좋을 것이니 걱정할 필요 없다는 해석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사실 김 소장님 계실 때는 그 문구 때문인지 몰라도 오버홀을 끝내고 계통병입 할 때도 그다지 가슴 졸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식구들은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 정비했으니까요.


안전사고가 발생되어도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현장에서 행하는 응급처치 타이밍은 목숨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합니다. 응급처치 후 병원으로 후송하는 것도 타이밍입니다. 증상에 따라 전문병원으로 후송하는 것도 寸刻(촌각)을 다투는 환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사고 후 현장보존도 타이밍을 놓치면 사고 흔적이 치워져 증거확보에 실패하고 경찰과 노동부 조사 시 괜한 오해를 부를 수 있습니다.

사고 후 본사로 통보 타이밍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응매뉴얼이 있지만 사고로 경황이 없는 사업소에서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없도록 본사 조언을 받는 것도 매우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다못해 제가 보내는 편지도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時宜適切(시의적절) 하지 못한 내용이라 업무에 도움을 주지 못 할 테니 저도 상황에 맞는 편지를 보내려고 타이밍을 재는 때가 있습니다. 오늘 편지는 타이밍이 맞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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