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사람을 마시게 되면 사람이 犬로 바뀌게 됩니다.
우리는 예로부터 음주가무를 즐기는 민족이었습니다. 고구려 국내성에 있는 고분벽화에는 14명의 남녀가 춤을 추고 있어 舞踊塚(무용총)이라 이름이 붙을 정도로 가무를 즐겨했고 서양이 지방별로 맥주를 만들듯 우리나라도 지방별로 수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민속주를 만듭니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술의 종류가 많다는 것은 음주문화가 발달했다는 것이죠.
된소리로 읽으면 욕하는 것 같은 제주 조껍데기술과 맛도 일품이지만 색깔이 더욱 멋진 진도 홍주, 부드럽고 술맛이 좋아 자꾸 마시다 보면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취해 앉은뱅이 술이라는 별명의 한산 소곡주, 독하디 독한 안동소주, 안동소주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입과 속에서 불이 나는 법성 토주와 이강주, 문배주, 백세주 등 지역별 명주와 집집마다 秘傳(비전)으로 내려오는 술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요즘 젊은 직원들은 회식보다는 자신의 개인 활동을 중시하여 우리 회사 음주문화도 많이 바뀌었지만 입사초기만 해도 발전소 앞 술집의 VIP는 우리 회사 직원들이며 서비스가 좋지 않아 찍힌 술집은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우리 회사 직원들은 술 많이 하기로 소문났습니다. 선배님들 성함을 거론하기는 부담스럽지만 酒神(주신)의 반열에 올랐다는 김 OO소장님, 유 OO소장님, 유 OO부소장님... 가부좌 틀고 약주 드시면 새벽까지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전설 속 선배님들이십니다. 혈액검사 하러 갔더니 알코올만 나왔다는 너스레의 황제 정 OO부처장님, 지하실에서 먹었기 때문에 동트는 것도 몰랐다는 예전 교육훈련부 식구들도 대단했습니다. 그렇게 먹고도 사우나 갔다 와서 밤늦도록 일하고 오늘은 맥주 한잔 간단히 하고 가자했으니 엄청난 주량을 갖고 있는 鐵人(철인)들이었습니다.
林氏(임 씨)는 젖꼭지 놓자마자 술꼭지를 문다고 고모님들께서 말씀하시곤 했는데 저도 꽤나 마시는 주량을 갖고 있었지만 입사하여 놀란 것은 신입사원 환영식 때 소주를 박스단위로 시켜서 기를 죽인 우리 회사 음주문화입니다. 저는 입사 전까지 소주 댓 병과 박스채로 갖다 놓으면 술맛이 없어서 낫병으로만 먹어봤을 뿐인데 회식 때는 박스단위로 소주를 시킵니다. 퇴근길 구멍가게에서는 노가리에 댓 병 소주를 놓고 술 마시고 신고식 시킨다고 구두에다 술따라주고 먹으라 하고... 한편으로 엽기적이고 엄청난 주량은 한술 한다는 저를 기죽이기에 충분했습니다.
일 잘하고 실력 있고 술 잘 먹는 후배를 꼽으라 하면 영광2발전소 백 OO과장님이 그중 한분입니다. 일곰인지 백곰인지..., 별명같이 곰처럼 일을 너무 많이 하여 건강을 해친 백 과장이 술도 절제하고 새로운 음주문화를 이끌어 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계획예방정비 중에는 밤 10시까지만 술을 먹는 것으로 하고 이를 어기면 페널티를 준다고 합니다. 계획예방정비를 하게 되면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끼리 과음하기 쉬운 여건이 조성되어 이로 인해 설비사고와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니 반가워도 적당한 음주를 하자는 취지이므로 매우 바람직하다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백 과장의 뚝심과 추진력을 믿기에 최소한 영광2사업소 원자로팀만은 새로운 음주문화가 정착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최근 술로 인해 많은 동료들이 교통사고를 당하여 귀중한 생명을 잃은 사례가 많고 실종되어 매스컴을 탔으나 아직까지 생사를 모르는 동료까지 있으므로 적당한 선에서 음주를 자제한다는 것은 무척 바람직한 일입니다.
저는 허름한 집에서 한잔 하며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야기하다 보면 왜 그리도 즐겁고 시간이 잘 가는지..., 아마도 잡혀있는 직원들은 집에도 가지 못하고 죽을 맛이었겠지요. 사택 앞 포장마차 여주인이 새벽 4시가 되면 눈총을 주고 그만 끝내라고 구박하기 일쑤였습니다. 조금만 더 버티면 포장마차에서 바로 출근해도 되는데 영업방해하면 안 되니 술에 취해 잠이든 팀원들을 깨워서 아쉬운 마음으로 포장마차를 나옵니다. 술만 먹으면 엉덩이가 무거워지는 저의 술버릇도 고쳐야 할 술버릇입니다. 영광2사업소의 백과장님에게 걸려야 임자를 만나는 것인데 다음에 만나서 고치게 될 날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저희 집에도 전해 내려오는 술 담는 祕傳(비전)이 있습니다. 가을이면 앞마당의 꽃사과 열매가 탐스러웠는데 꽃사과 술을 담글 때 가을국화를 한송이 넣으면 꽃사과의 신맛을 중화되고 그윽한 국화향이 나는 것이 일품입니다. 술을 자제하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술 담그는 이야기를 하니 술 취한 사람처럼 앞뒤가 맞지 않지만 술 담가서 적당하게 마시자 하는 뜻이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올바른 음주문화 過猶不及(과유불급), 사람이 술을 마시면 풍류를 논하게 되고, 술이 술을 마시면 화를 내게 되고, 술이 사람을 마시게 되면 건강을 해치게 됨은 물론 사람이 犬로 바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