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장, 이문설렁탕 등 옛날부터 전통을 자랑하는 설렁탕집과 신선, 봉희설렁탕 등 요즈음 새로 생긴 설렁탕집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건물이 고색창연하던 아니면 현대식이던 상관없이 설렁탕 전문점이니 본질인 湯(탕) 맛으로 차이를 논하는 것이 객관적이며 타당한 비교 기준이 될 것입니다.
이남장의 탕맛은 깊은 맛이 있고 이문설렁탕은 구수한 맛이 있고 요즘 생긴 설렁탕집은 깔끔한 맛이 있다든지 하는 것은 미식가들의 이야기이지 제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 입맛이 민감치 않아서인지 탕의 맛은 오십 보 백보인 것 같고 깍두기 맛만 특색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하던 차에 얼마 전 신문보도를 보니 설렁탕집 선택기준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아무렇게 씀벙씀벙 썰어놓은 깍두기 맛이라 합니다.
이처럼 주객이 전도된 것은 고기 집 선택기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름 있는 고깃집 모두 한우 상등품을 쓰고 있고 요즘 대세가 생고기를 구워 먹는 것이므로 고기 맛의 차이 또한 수십 보, 백보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고기 집도 마찬가지로 고기 질과 맛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된장찌개 맛으로 고기 집을 선택한다니 한우의 굴욕이라고 할 수 있고 부수적인 면이 본질을 驅逐(구축) 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유는 조금 다르지만 물론 이러한 이야기들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닌 듯합니다. 와인이라면 프랑스산 ‘보르도’ ‘부르고뉴’ 산 고급와인을 첫 손으로 꼽는데 상류층만의 고상한 사교문화의 상징이었던 고급와인은 본질이 맛이어야 함에도 고상함과 희귀함 등 부수적인 면이 부각되었던 탓이 아니었나 합니다.
즉 고가의 와인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와인의 본질인 맛보다 부수적인 면인 프랑스 문화를 체험하는 값을 지불하는 것으로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실리를 추구하는 요즘은 인식이 많이 바뀌어 값싸고 질 좋은 칠레산, 미국산 와인에 프랑스산 와인이 밀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프랑스문화를 사려는 부수적인 면을 완전히 구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회사의 정비기술은 국내 최고임을 자타가 인정하고 있으나 뭔가 빠진 듯한 부분 또는 2% 부족한 부분이 친절 등 부가적인 서비스라는 것은 내부적으로 이미 알고 있습니다. 발전소에 들어와 있는 제2정비업체와 우리 회사 정비 실력과 품질은 수입소와 한우의 맛처럼 차이나지만 우리 회사의 부수적인 서비스 수준이 뒤떨어지니 우리 회사에서 제공하는 정비서비스가 경쟁사와 비슷하다고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본질인 정비품질을 보고 평가를 해야 정확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고객입장은 다를 수 있습니다. 깍두기나 된장찌개가 맛이 있거나 음식을 내오는 아가씨의 상냥함을 서비스의 본질로 착각하는 고객의 입맛을 우리가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名品整備(명품정비)를 지향하는 우리 회사 입장에서는 소비자 입맛이나 인식이 본질인 정비의 질적 수준을 정확히 감별하는 수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나 이 역시 어려운 문제이니 명품정비에 상냥함을 포장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닌가 합니다.
안전 분야에서도 미묘한 차이로 인해 사고사업장과 무재해사업장이 판가름 나고 있습니다. 안전관리 절차서와 안전관리시스템은 전국 어느 사업장이나 대동소이해도 이를 활용하고 준수하려는 마음가짐이 다를 것이며 이렇게 자그마한 사항이 설렁탕집의 깍두기나 고기 집의 된장찌개맛 같이 전체를 좌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얼마 전 안전교육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송변전사업소나 원자력, 수화력 발전소나 똑같은 회사식구이며 같은 안전관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미세하나마 차이가 있는 부분이 있다. 발전소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기술지원출장을 다니면서 타 발전소의 깍두기가 맛이 있거나 된장찌개 맛이 특색이 있는 경우 벤치마킹하여 전수를 받거나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한다. 하지만 송변전은 타사업소가 잘하는 것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적어서 그런지 개선이 더디고 변화가 느린 것이 다르다.’
98%가 잘되고 충실하더라도 나머지 2% 부족함을 느끼는데 이것을 메워주고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깍두기와 된장찌개의 맛을 어떻게 하면 높일 것인가는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