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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우리 시대의 역설

Paradox of our time

by 물가에 앉는 마음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작아졌다.

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좁아졌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지고

더 많은 물건을 사지만 기쁨은 줄어들었다.

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더 적어졌다.

더 편리해졌지만 시간은 더없다.

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부족하고

지식은 많아졌지만 판단력은 한없이 모자라다.

전문가들은 늘어났지만 문제는 더 많아졌고

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다.

너무 분별없이 소비하고

너무 적게 웃고

너무 빨리 운전하고

너무 성급히 화를 낸다.

너무 많이 마시고 너무 많이 피우며

너무 늦게까지 깨어있고 너무 지쳐서 일어나며

너무 적게 책을 읽고 텔레비전은 너무 많이 본다.

그리고 너무 드물게 기도한다.

가진 것은 몇 배가 되었지만 가치는 더 줄어들었다.

말은 너무 많이 하고 사랑은 적게 하며

거짓말은 너무 자주 한다.

생활비를 버는 법은 배웠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는 잊어버렸고

인생을 사는 시간은 늘어났지만

시간 속의 삶의 의미를 넣는 방법은 상실했다.

달에 갔다 왔지만 길을 건너가 이웃을 만나기는 더 힘들어졌다.

우주를 호령한다지만

우리 안의 세계는 잃어버렸다.

공기청정기는 갖고 있지만 영혼은 더 오염되었고

원자는 쪼갤 수 있지만 편견을 부수지는 못한다.

자유는 더 늘었지만 열정은 더 줄어들었다.

키는 커졌지만 인품은 왜소해지고

이익은 더 많이 추구하지만 관계는 더 나빠졌다.

세계평화를 더 많이 이야기하지만 전쟁은 더 많아지고

여가시간은 늘어났어도 마음의 평화는 줄어들었다.

더욱 빨라진 고속철도

더 편리해진 일회용 기저귀

더 많은 광고전단

그리고 더 줄어든 양심

괘락을 느끼게 하는 더 많은 약들

그리고 더 느끼기 어려워진 행복....


- 제프 딕슨 -



1999년 4월 20일, 미국 콜로라도의 작은 도시 Littleton에 있는 Columbine고교에서 총기 난사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평소, 학교에서 왕따였던 에릭 해리스와 딜란 클리볼드가 히틀러 생일에 맞춰 평소 자신들을 무시한 우등생들을 죽이기 위해 저지른 사건입니다.

'paradox of our time'이란, 사건을 직접 목격한 제프 딕슨 이란 고등학생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나 그 이후 많은 사람들이 한 줄씩 보태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글입니다. 혹자들은 내용이 너무 삭막하며 현실 비판적이기도 하고 염세주의적 분위기라고 하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뒤를 돌아다보게 하는 글이며 교훈을 줄만한 역설적 내용입니다.


윗글에서 같이 모든 생활이 편리해지고, 발달하고, 풍요해지고, 선진화되어 간다고 하나 우리들은 항상 쫓기듯 바쁘고, 불안해지고, 고민이 많아집니다. 또한 사회 발전과 더불어 삶이 풍요해지면 인간의 행복지수가 올라가야 하나 세계 최강국이자 풍요와 축복과 기회의 땅이라는 미국의 행복지수는 150위입니다. 헐벗고 못 사는 나라이며 행복이 없을 것 같은 방글라데시, 아제르바이잔, 나이지리아의 행복지수가 1, 2, 3위 인 것은 보면 우리 시대의 또 다른 모순이자 역설입니다.


우리들의 행복지수는 몇 등이고 얼마나 행복하고 살만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들 대부분은 며칠째 풀리지 않던 펌프의 진동문제를 해결했을 때 행복을 느끼며 내가 고친 발전기와 터빈이 굉음을 내며 전기를 만들어 낼 때 희열을 느끼는 단순하고 순박한 가슴을 갖고 있습니다.

주위의 불우한 이웃들에게 커다란 도움은 주지 못하지만 다달이 모은 작은 정성으로 쌀포대를 나누고 갖고 있는 기술로는 집을 고쳐주는 따스한 마음도 갖고 있습니다. 자그만 집에는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소박한 반찬과 따뜻한 밥을 짓는 아내가 아빠의 안전을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직원들도 아이들과 아내의 건강과 행복을 기도하며 애절한 마음으로 가족과 만날 다음 주를 기다립니다. 화려함도 모르고 빠르지도 않고 차가운 쇳덩이와 씨름하는 정비업무가 천직인 줄만 아는 우직한 정비인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는 좁지만 순박하고 따스한 마음을 갖고 있는 우리 인생은 그래도 살만하고 보람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행복은 내 마음과 주변에 자잘이 박혀있거늘 멀리서만 찾으려 하고 커다란 행복만을 찾으려 하니 보이지 않으며 찾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참고로 경제력으로는 세계 12위인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행복지수는 세계 102위로 문전에서 헛발질만 해댄다는 한국축구보다 순위가 낮습니다.

행복이 보이지 않는 분들은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려 집에 들어가실 때 붕어빵 천 원어치를 사들고 가보시기 바랍니다. 술에 취해 휘적휘적 걸어오시던 아버님 손에는 붕어빵 봉지가 들려있었지요. 이리 차이고 저리 차여 배가 터진 붕어빵이지만 졸린 눈을 비벼가면서 맛나게 먹던 옛 기억을 되살려 보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투자대비 두 배, 세 배의 행복이 다가옴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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