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여놓은 기술과 자료들을 하나씩 빼서 후배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기술연구원에 근무하시는 ‘우리나라 진동의 大家(대가), 봉 부처장’은 꼬박꼬박 답장도 해주시고 연구원 식구들이 제 편지를 읽지 않을까 봐 편지를 재전송해 주시는 분입니다. 전문가그룹인 연구원 식구들이 모범을 보여야 사업소식구들이 안전수칙을 지키는데 도움이 되겠다고 메일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너무 큰 숙제와 부담감을 드린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음 편지의 소재가 무엇일까도 궁금하지만 매주 한 번씩 편지를 보내다 보면 소재가 떨어져 편지가 오지 않을까 걱정됩니다.’라는 답장을 주셔서 다시 답장을 보냈습니다.
‘소재야 무궁무진하지요. 술 먹고 하는 이야기가 늘 이런 식이니 술 먹었다고 생각하고 편지 쓰면 됩니다. 언젠가는 부처장님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쓰면 편지의 한 꼭지가 되겠지요.’
한주에 편지 한 장 쓰는 것은 문제도 아니나 출장이나 휴가 또는 몸이 아픈 것을 감안하여 열 통 정도 미리 써놓는 편지들이 있었는데 곶감 빼먹듯 하다 보니 써놓은 편지 잔고가 달랑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이야기 소재가 없어 봉 부처장 이야기를 쓰는 것은 절대 아니고 오래전부터 옆에서 지켜봤던 것을 언젠가는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기회가 된 것이지요.
같은 입사 동기이지만 처음 만난 것은 봉석근 선임 전문원 시절이며 제가 국내교육 담당과장을 하고 있을 때니 벌써 20년이 가까워 갑니다. 사업소 직원들에게 진동교육을 시켜야 하는데 돈이 없으니 교육훈련비를 지원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연간교육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경우에는 교육을 시킬 수 없으나 본인이 갖고 있는 기술을 사업소 직원들에게 전수해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사람을 이길 재간이 없었습니다.
그때 ‘이 사람은 진동분야에서 커다란 사람이 되겠구나.’라고 직감했고 20년이 지난 지금 제 예견은 맞아 들어갔습니다. 타 정비분야도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지만 우리 회사 예방정비팀 실력은 타 회사와 분명히 차별화되어 있고 분석, 평가능력이 월등하다는 고객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의 밑바탕에는 20년에 걸친 열정과 노력이 깔려 있습니다.
봉 부처장의 斷片(단편)만을 보고 이야기를 드리는 것이니 사실과 상이한 부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이 알고 있는 기술 수준보다는 못하다 하는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그러한 사항은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주관적 판단에 맡기기로 하겠습니다.
제가 신입사원 때 제작사 직원이 IRD350(그 당시 최신장비이며 우리 회사 현장은 HIOKI사의 핸디 바이브로메터를 사용할 시기였습니다.)을 조작하면서 으쓱대는 것이 보기 싫어 IRD350 Instruction- Book을 번역하여 진동교육교재로 만든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는 진동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달랑 책 한 권 번역한 제 수준만해도 전문가 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며, 얼마 전 현장에 있을 때까지 요긴하게 사용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한수원 진동전문원과 이야기할 때 봉 부처장을 높게 평가하는 것을 보고 제가 바라보는 이상의 실력을 갖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술자들은 보유한 기술들을 빨리 후배들에게 줘야 한다. 후배들이 내가 하고 있는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나에게도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고 그래야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시간과 기회도 생긴다. 靑瓷(청자) 만드는 匠人(장인)이 자기가 보유한 기술을 後代(후대)에 전수하지 못하고 맥이 끊긴 것은 청자를 만드는 절차서가 없었기 때문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기술을 나눠주어 후진들을 양성하려는 의지가 없었던 것이 아니었나...’
검증되지 않았고 논리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술에 취해 청담동, 황학동에서 술잔을 비우면서 봉부처장과 이야기했던 사항들을 아직까지 잊지 않고 몸소 실천하는 몇 안 되는 기술자이기에 아직까지도 좋아합니다.
저는 쟁여놓은 편지들을 곶감 빼먹듯 하고 있지만 진정한 기술자인 그는 오늘도 쟁여놓은 기술과 자료들을 하나씩 빼서 후배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본인 지식을 후배들에게 나누어 주지 않고 옛날의 장인들처럼 감추고만 있었다면 ‘우리나라 진동의 대가’가 아닌 ‘우리 회사 또는 어느 사업소의 진동 전문가’ 수준에 머물고 있었을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