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가에 앉는 마음 Mar 25. 2024

11. 끄적거림을 다시 시작하는 변(辯)

무심코 지나쳤던 일들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내용들

 본사 계신 분들이 가끔 이야기합니다. 요즘은 글쓰기를 중단했냐고? 몇 년 전 사보에 전기팀이야기를 일 년간 연재하다가 게으름으로 하차한 것을 두고 이야기하시는 것인데 글 솜씨가 메주라 끄적거리는 수준인데도 기억을 해주니 한편으로 고맙기도 합니다. 끄적거리는 버릇은 어릴 적부터 집안내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돈 되는 살림살이는 많지 않아도 지천으로 깔려있던 책들과 고주망태가 되어 들어오셔도 새벽이면 어김없이 잠에서 깨어나 글을 쓰셨던 백발의 글쟁이 아버님, 가업을 이어받아 지금은 수필가의 길을 가는 누이도 어릴 적부터 끄적거리길 좋아했습니다. 가끔씩 라디오프로와 잡지에 사연을 남겨 살림장만을 하셨던 어머님 등 보고 자란 것이 글쓰기였으니 자라온 환경을 무시 못합니다.


 장기 교육을 다녀와 보직이 바뀌었습니다. 안전재난관리팀 소속이니 전기팀이야기가 아닌 안전팀 이야기를 끄적거려 보려 했는데, 전기팀이야기는 직원이 40여 명이나 되었으니 직원 한 명 한 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4년 정도를 충분히 우려먹을 수 있었지만 안전팀 인원이라야 고작 5명이니 반년을 버티지 못할 것 같아 안전과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끄적거리기로 했습니다.

 사보에 투고하면 적지 않은(세금 공제하면 무려 2만 4천 원, 요즘은 올랐나요?) 원고료를 주지만 글을 연재한다는 것은 글 쓰는 내공도 필요합니다. 원고마감일을 지켜야 하며 천자내외로 의미를 전달해야 하고 ‘끄적거린다.’ 또는 ‘우려먹는다.’라는 문구를 점잖게 다듬어야 하는 등 여러 제한이 있어 신경 쓰이는 일입니다. 이렇게 메일로 보내면 신경 쓸 일이 덜하여 마음 편합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원고청탁이 온다 해도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닙니다.


 사업소 현장팀장으로 있을 때 안전과 관련된 공문이나 교육자료들을 건성으로 읽고 서명만 하는 등 실질적인 안전관리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자신의 책임이 크겠지만 굳이 남 탓을 하면 안전관리 업무라는 것은 온통 지켜라, 하지 말라는 지시와 규제성 업무가 많아 재미없는 업무로 인식되어 있는 것도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미없고 타율적인 안전관리업무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끌기 위해   편지를 보냅니다. 사업소 전 직원에게 안부편지를 빙자하여 제가 겪었던 안전과 관련된 경험들을 알려드립니다. 적어도 안부편지를 읽어 보실 동안만큼은 안전에 대해 같이 생각 해보고 이로 인해 안전의식이 저변에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취지에서 편지를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출발단계이므로 뜻한 바 효과를 거두었는가 논하기에는 너무 이르지만  호응은 좋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매번 50통 정도 답장과 개선의견을 받고 있으니 뜨거울 정도의 호응은 아니지만 뜨듯할 정도의 반응이 있습니다.


 열한 번째 안부편지 제목을 ‘끄적거림을 시작하는 辯’으로 정한 것은 본사 계신 분들도 읽어봐 주십사 하는 바람에서 입니다. 본사는 직접 정비를 수행하시는 것은 아니나 연초에 시행하는 안전기원제에도 참여하고 최근 해외에서 발생된 협력업체 직원 안전사고를 처리하시느라 고심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사업부서에 근무자도 안전과 연계한 사업계획을 수립해야 하니 관련성이 있으며, 지원부서에 근무자도 일정 부분 연관업무를 처리하셔야 하므로 안전과 연관되었다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하루에 산업재해로 7명이 죽고 250명이 다치고 있는 OECD국가 중 1,2위를 다투는 재해강국(?)입니다. 내가 아니더라도 직, 간접적으로 산업재해와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정보입수 차원에서도 안부편지를 받아주시고, 공감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호응을 해주시고, 업무에도 반영해 주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편지 내용들은 담당업무가 안전관리이니 안전이야기가 빠지지 않겠지만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또는 살아오면서 무심코 지나쳤던 일들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내용들도 등장하게 될 것 같습니다. 매번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조심해라 하고 협박성 잔소리만 하면 내성이 생겨 한쪽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리기 쉬우니 가끔씩은 살아가는 이야기를 가미하는 것이 효과적일 듯합니다.

 이러한 안부편지들이 회를 거듭하게 되면 안전이야기가 언급되지 않아도 안전팀에서 보내는 편지이니 안전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이로 인해 안전사고가 줄어 들것으로 기대하면서 열한 번째 안부인사로 갈음하고자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849.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