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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Mar 10. 2024

847.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1)

김해남著, 메이븐刊

 조그만 걱정에도 잠 못 이루는 과민한 아내를 위해 픽한 책이다.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와타나베 준이치著, 다산초당刊)’ 첫 페이지에 재미로 확인하는 둔감력테스트 문제가 있다. 아내는 20문항 중 18개 문항이 해당하는 예민함의 끝판왕이자 만렙이다.


스페셜 에디션을 펴내며

 파킨슨병 환자로 꽤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왔고 아들딸이 결혼해 할머니, 시어머니, 장모 등의 이름이 새로 생겼습니다. 파킨슨병은 진행 중이라 몸은 불편해졌지만 그 덕분에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매달리는 대신 바꿀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며 살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더욱 행복해졌습니다.

 그러니 용기를 내어 한 발자국을 떼어보세요. 저는 몸의 균형을 잡기 어려워 균형을 잃고 넘어질 수 있어 조심해야 합니다. 하지만 넘어지면 좀 어떻습니까. 상처 나면 약을 바르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일어나 또 한 발자국을 뗍니다. 세상을 좀 더 알고 싶고 그 안에 있는 삶의 경이로움과 재미를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후회되는 일이 없냐고요? 많습니다. 하지만 후회하느라 오늘을 망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재미있게 살아가려 합니다. 이 책을 읽는 당신도 걱정과 고민이 많겠지만 오늘은 모두 내려놓고 당신 자신을 챙기기 바랍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나라도 더하고 그래도 시간이 남는다면 소중한 사람들에게 안부를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산다면 초조와 불안, 그리고 두려움이 결코 당신을 해치지 못할 겁니다.

 결코 완벽한 때는 오지 않는 법입니다. 그러니 당신도 걱정과 고민을 내려놓고 어디로든 가보시기 바랍니다. 그만큼 당신의 인생은 분명 더 단단해질 테니까요. 


프롤로그: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다면

 학창 시절에는 좋은 대학을 목표로 살고 대학시절에는 좋은 데 취직하는 것을 목표로 산다. 그 목표를 이루면 뭐든 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아니 적어도 지긋지긋한 공부는 더 이상 안 해도 되겠지. 그런데 막상 취업하면 다시 출발선에 선 느낌이다. 잘난 사람들은 많은데 나만 잘하는 게 하나도 없는 것처럼 느껴질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이것저것 해보지만 마음만 조급하고 시행착오에 민감해진다. 지금도 뒤처진 것 같아 불안한데 발을 잘못 디뎠다가 낙오자가 되어버릴까 두렵다.


 어른이 되었으니 어른답게 행동하라 하고 일, 직장, 결혼, 아이문제 등등은 선택의 자유이니 알아서 결정하고 알아서 책임지라는 식이다. 그래놓고 한편으로는 ‘좋은 직장 구했으니 결혼하라 하고 아이는 빨리 낳는 것이 좋다고 재촉한다. 아직 경제적 자립도 못했는데 결혼과 아이라, 그 길을 가는 게 맞는 걸까. 그럼에도 결혼하면 안정된 삶을 꾸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하지만 결혼하면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든든한 내 편이 생겼으나 감당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팍팍한 현실과 불투명한 미래 앞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초보 어른의 생각과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는 살면서 무수한 선택의 기회를 맞이하며 인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선택일수록 신중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문제는 생각할수록 생각의 함정에 빠져든다는데 있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도 싫고 시간낭비도 싫은데 한번 시작된 부정적인 생각들은 멈출 줄 모른다. 사람들에게 휘둘리는 내가 못마땅하고 쉽게 상처받는 내가 싫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고, 갖은 핑계를 대 보지만 실패할까 두려워 아무것도 도전하지 못하는 내가 비겁하게만 느껴진다. 부정적인 생각의 늪에 빠져버린 사람들은 스스로 비하하고 과도한 자기 비난을 하게 된다.


 마흔두 살에 파킨슨병진단을 받았을 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딸, 아내, 며느리, 엄마, 의사, 교수로서 힘껏 살아온 대가가 고작 이것인가 싶었다. 감당할 수 없는 분노가 밀려왔고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온 것들을 영영 할 수 없게 된 현실이 고통스러웠다.

 ‘지금 걱정한다고 문제가 해결될까요? 걱정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 오히려 당신만 힘들어진다면 그 문제는 놓아버리세요. 그리고 지금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먼저 생각하세요.’ 평소 앞날을 걱정하는 환자들에게 잘하는 말이다. 그러나 정작 나는 그러지 못했다.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한 달이 지났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단지 몸이 힘들고 불편해졌을 뿐인데 왜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를 상상하며 두려워하고 분노하는 것일까? 시간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고 있었고 세상과 나 자신에 대한 믿음과 희망마저 잃어버리고 있었다. 단지 조금 불편하고 힘들며 미래가 불투명해졌다고 소중한 것들을 잃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이제 그만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한 집착과 미련을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그 집착으로 내게 남아있는 것들마저 놓치고 후회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찾아든 병마를 손님처럼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자 신기하게도 분노와 슬픔이 사그라지고 불안과 걱정도 잦아들었다. 지옥 같았던 마음마저 평안해졌다.

 그 후 나는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매달리는 대신 바꿀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해야만 하는 일보다 미뤄온 일들을 하기 시작했고, 책을 쓰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다. 예전 같으면 일에 치여 용기 내지 못했을 일이다.  게다가 의사, 엄마, 며느리, 딸로서 모든 역할을 잘 해내고 싶었다. 하지만 파킨슨병에 걸리고 나서 한계를 명확히 깨닫자  모든 걸 잘하고 싶은 욕심도 내려놓았다. 이상하게도 내려놓으니 행복이 찾아왔다. 삶이 단순해진 것은 물론이다.

 마흔둘에 찾아온 파킨슨병은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음을 받아들이고 바꿀 수 있는 것들에만 집중하는 삶이야말로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말이다.

 더 이상 걱정과 고민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일이든 인간관계든 당신이 지금 할 수 있고 바꿀 수 있는 일에만 집중했으면 좋겠다. 바쁘다는 핑계로 하고 싶은 일들을 뒤로 미루는 일도 줄어들고 소중한 사람들과 보내는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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