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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Mar 24. 2024

849.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2)

김해남著, 메이븐刊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 인생의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배울 것도, 생각할 것도 많은 현대사회를 사는 것은 매우 피곤한 일이다. 입력되는 자극은 많은데 뇌가 소화해 낼 시간은 부족해 과부하가 걸린 뇌는 잘 돌아가지 않게 된다. 이럴 때는 판단력이 저하되어 중요한 결정을 망칠 수 있고 아이디어도 고갈된다. 또한 잠을 많이 자도 피곤이 풀리지 않아 스트레스가 가중된다. 

 휴식이 필요하다. 수많이 입력된 자극들을 생각하고 정리할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빌게이츠는 1년에 두 번 일주일씩 별장에 머무르며 생각주간(Think Week)을 가졌다. 혼자만의 시간으로 재충전하여 중요 사업구상은 모두 이때 만들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잘 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떤 이는 쉬는 것 자체를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생산적인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몸과 마음이 늘 긴장상태에 있게 되고 뇌는 과부하에 시달려 결국 터져버리게 된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은은 ‘노는 만큼 성공한다.’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에스키모는 슬픔, 걱정, 분노가 몰려올 때는 무작정 걷는다고 한다. 슬픔이 가라앉고 걱정과 분노가 풀릴 때까지 걷다가 평안이 찾아오면 그때 뒤돌아선다고 한다. 그리고 그곳에 막대기를 꽂아둔다. 살다가 또 화가 나 걷기 시작했을 때 이전에 꽂아 둔 막대기를 발견한다면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뜻이고, 막대기를 볼 수 없다면 그래도 견딜만하다는 뜻이 된다. 휴식은 내 마음에 막대기를 꽂는 일이다. 내 안의 나와 끝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평화가 찾아올 때까지 가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막대기를 꽂고 돌아오는 일이다.’


결혼한 아들과 딸에게 해 주고 싶은 유일한 당부

 ‘할무니’하며 계단을 뛰어오르는 소리가 들리면 딸의 목소리가 들릴 차례다. ‘엄마가 뛰지 말랬지?’ 5년 전 딸은 엄마가 되었고 덕분에 나는 할머니가 되었다. 태어나자마자 아파서 속을 태웠던 딸이 엄마가 되어 아이를 돌보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장모님’도 되었고 ‘시어머님’도 되었다.

 얼마 전 결혼 40주년을 맞아 가족들이 모두 모였다. 언젠가 아이들이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는 날이 오겠지 상상했으나 실제 모습은 잘 그려지지 않았다. 내 품을 떠나는 날이 올까 싶었고 잘 보낼 수 있을지 걱정도 했었다. 그런데 그것은 기우였다. 아이들은 씩씩하게 짝을 찾아 떠났고 딸은 엄마가 되었고 아들은 곧 아빠가 될 예정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을 적정하지 않는다. 지금껏 그래왔듯 그저 나의 삶을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뿐이다.


 부부갈등으로 찾아왔던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우리 남편은 결혼 후 지금까지 하나도 변한 게 없다.’였다. 사람은 원래 잘 변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임을 인정하지 못하고 내 듯대로 만들겠다면 행복은 없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 노력할 때 부부관계가 편해질 수 있다.

 또 이 세상에 문제없는 사람은 없다. 다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문제를 가진 사람이 있을 따름이다. 그러므로 문제를 고치려 애쓰기보다 어떻게 감당할지 생각하는 게 맞다. 미국 정치가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처럼 결혼 전에는 눈을 크게 뜨고 결혼 후에는 눈을 반쯤 감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상대의 단점을 눈여겨보기 시작하면 결혼 생활이 지옥으로 변하는 것은 한순간이다.


 결혼생활을 뒤돌아보면 날카로운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주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낄낄대는 사이가 바로 부부였다. 시부모님과 아이로 인해 힘들고 스트레스받을 때 말하지 않아도 남편이 당연히 알 것이라 생각했고 모르는 척하는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남편은 정말 모르고 있었다 하니 허탈했다.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나를 도와야 한다는 착각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정작 나는 남편이 어떤 걸 힘들어하는지 알고 있을까. 그래서 대화가 중요하다. 대화를 나누지 않으면 오해가 쌓이고, 상대를 원망하게 되며 나만 희생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러면서 부부싸움으로 번진다.

 결혼 생활은 힘든 게 당연하다. 연애는 먼 곳에서 산을 구경하는 것이라면 결혼은 그 산을 오르는 것이다. 멀리서 봤을 때 몰랐던 상대의 장단점을 속속 아는 게 결혼생활이다. 참고 싸우며 현명하게 산에 올랐을 때 누릴 수 있는 편안함은 남다르다. 등산하면서 힘들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결혼한 아들 딸이 상대방에게 좋은 배우자가 될 것을 강요하기보다 먼저 좋은 배우자가 되기 위해 애쓰면 좋겠다.


나는 이렇게 나이 들어가고 싶다.

 하루는 시인 롱펠로에게 그의 친구가 이렇게 물었다. ‘친구 오랜만이야. 그런데 여전하군. 그 비결이 뭔가?’ 롱펠로는 정원에 있는 커다란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나무는 늙은 나무지만 꽃을 피우고 열매도 맺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저 나무가 날마다 조금이라도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야. 나도 마찬가지로 하루하루 성장한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네.’ 노인은 끝나버린 존재가 아니다.

 하버드 심리학과 교수 엘랜 랭어가 1979년 70 후반에서 80 초반 노인을 모집해 심리적 시계를 20년 전으로 되돌리는 실험을 했다. 벤허영화를 보고 냇킹콜노래를 듣고 당시의 시사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가족과 간병인 도움 없이 스스로 무엇을 먹을 것인지 결정하고 요리도 하게 했다. 일주일 만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참가자 전원의 신체나이가 2~3년 젊어졌다. 시력, 청력, 기억력이 향상되었고 걷는 자세까지 좋아졌다. 이 연구는 마음먹기에 따라 젊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혁신적 심리실험으로 극찬을 받았다. 엘랜 랭어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를 가두는 것은 신체의 한계가 아니라 그 한계를 믿는 우리들의 사고방식이다.’


 나는 예순네 살밖에 안 되었지만 파킨슨병으로 인해 몸이 굳어가고 있다. 게다가 손과 발이 굳어가니 할 수 없는 일이 늘어만 간다. 간병인 도움을 받고 있지만 나는 이 순간 무엇을 할 것인가 신중히 선택하고 결정한다. 누구를 만날지, 구순의 어머니와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지, 어떤 영화를 볼지,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하고 결정한다. 너무 아파 누워있을 때도 덜 아픈 시간에 무엇을 할지 생각해 본다. 나는 아직도 많은 것을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공부할 게 너무 많다는 것이 기쁘다. 기왕 오늘 눈을 떴으니 재미있게 살면서 좋은 추억을 만들어야겠다. 그것이 내가 오늘을 보내는 방식이고 나이 듦에 대처하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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