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노멀’은 이미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
코로나 펜데믹과 같이 한지 1년이 넘어 생소하게만 느껴졌던 ‘뉴 노멀’은 이미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 발 빠르게 대처한 결과 백신이 개발되었지만 의학전문가들은 세계적 집단면역이 형성된다 해도 코로나는 토착화되어 상당기간 동안 인간과 더불어 살 것이란 우울한 전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그 시대의 뉴 노멀이 될 것이다.
‘세계는 코로나 이전(BC ; Before Corona)과 코로나 이후(AC ; After Corona)로 나뉠 것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돌이켜보면 NYT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뿐 아니라 여러 사람들 전망이 맞아 들어가고 있다. 신체기관 일부처럼 되어버린 마스크를 쓴 채 그 전망에 맞춰 After Corona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네덜란드에서 직장생활 하는 작은아이가 일시 귀국해 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 후 보름간 자가 격리 했다. 오랜 기간 혈압약을 처방해주던 동네 병원 노 의사가 갑자기 코로나로 돌아가셨다. 노모를 돌보느라 바깥출입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어 TV로만 접하던 확진자와 사망자 통계, 검체를 채취하기위해 기다란 플라스틱을 코에 찔러 넣는 모습을 내 일이 아닌 다른 나라 상황처럼 치부했지만 이제는 일상이 되었음을 새삼 느낀다. 그렇다고 코로나 포위망이 점차 좁혀온다는 불안감을 갖는 것은 아니다. 철저히 대비하되 현실은 담담히 받아들일 뿐이다.
비행기 타고 자유롭게 여행하고 세계 곳곳의 맛난 음식을 맛볼 수 있었던 BC의 시대는 가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비행기 타고 상공에 머물다 무미건조한 기내식을 먹고 출발지로 되돌아오는 해외여행 상품이 개발되었다. 여행 느낌만을 맛보는 여행, 어느 누구도 AC의 시대를 상상하지 못했다. 관광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온갖 인센티브를 제공했던 나라들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이 문을 걸어 잠갔다. ‘여행’이라는 단어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여행사 → 항공사 → 호텔, 콘도 → 차량렌트 회사 → 음식점 → 관광 가이드 → 면세점 → 기념품점 등이 연결되어 있다. 이들이 연쇄 도산되거나 위기와 맞닥트렸다. 2, 3차로 관련된 의류, 여행가방, 자동차제조, 정유, 유통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펜데믹으로 인해 혜택을 보는 업종도 있다. 비대면 관련 플래트폼 기업들, 포장재, 운송 택배, 인터넷 게임, IT, Digital 관련 기업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세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이므로 총체적으로는 ‘삶이 팍팍해졌다’로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는 빈부격차를 따지지 않고, 정치편향성이 없어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며 모든 인간에게 공평하고 평등하다. 불편하지만 다행이다. 자유를 만끽하던 대부분 나라들은 예외 없이 코로나가 만연하여 방역을 위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통금까지 만들었다. 자유를 일정부분 양보한 나라들은 코로나를 어느 정도 통제하여 불편하지만 코로나와 공생하고 있다. 계산 해보지 않았지만 개인이 누리는 자유의 총량을 계산해보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을 듯하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일이 뒤죽박죽되었고 ‘뉴 노멀’이 정착되어가는 단계지만 아직은 혼란스럽다. 거의 모든 면이 부정적이지만 긍정적인 부분이 일부 보인다. 인간은 사회적동물이며 이타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다. 사람과 사람을 통해 전파되기에 내가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며, 타인은 내게 영향을 준다. 위대한 성인이나 철학자도 이렇게 단기간에 집단을 깨닫게 하지 못했으나 코로나의 힘이 대단했다.
고도로 발달한 기술과 발전된 사회라 할지라도 자연의 힘을 이기지 못하며 또한 인간이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가 일깨워줬다. 다른 한편으로는 어떠한 역경에도 의지가 꺾이지 않음으로 인해 인류는 진화하고 발전한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었다. 永劫(영겁)의 시간으로 보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태는 달리는 백마를 좁은 문틈으로 얼핏 보는 것과 같이 순식간이고도 사소한 이벤트일 것이다. 앞으로 인류가 당면할 더욱 커다랗고 당혹스러운 문제에 대해 백신을 맞았다 생각하면 될듯하다.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이 AI, IoT, Robot, Digital기술 발전을 촉진시킨다. 이동최소화로 탄소배출이 감소되고 에너지 저소비 사회로의 전환도 가속되어 대기질 향상, 유가저하, 오존층 회복이라는 긍정효과도 유발될 것이다. 대신 급격하게 늘어난 포장쓰레기는 해결해야할 문제이다.
하지만 가장 피부에 와 닿고 긍정적인 효과는 ‘참석하기 싫은 모임에는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런저런 구차한 사유보다 ‘코로나’는 매우 강력하고 어디에나 통하는 카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