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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즐겁게 일하기

프로와 아마추어는 무엇이 다를까요?

by 물가에 앉는 마음

기술적 분야에서 入神(입신)에 경지에 들어섰다는 전문원들도 계시고 행정업무 처리하는 것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전문가 수준에 들어선 분들이 많으니 일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것이고 불도저 앞에서 삽질하는 격입니다. 그러므로 오늘은 일하는 방법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즐겁게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해 같이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소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일을 잘한다는 것은 어떻게 정의를 할 수 있겠습니까? 예전 같으면 실적에 관계없이 사무실에 오래 앉아 있으면 일을 열심히 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는데 원시적인 업무처리방법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개인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서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 경우에는 남들보다 업무처리 하는데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만 그리 효율적이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정해진 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일 처리하는 사람들이 일을 잘한다고 평가받으니 소위 일머리를 알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겠지요. 그러나 일머리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즐겁게 일하는 사람의 효율은 당해 낼 수 없습니다.


영광 5,6호기 시운전 초창기 우리 팀 모토는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자였습니다. 다소 거칠고 직설적인 표현이며 팀원들도 일만 열심히 하자는 이야기겠지 하고 반신반의하였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전 직원들이 적응되어 물불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놀 때는 얼굴에 광기가 돌듯 미친 듯이 놀았습니다.

밤새워 일하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직원이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까지 결과를 내놓아야 하는 긴급작업이었으니 저는 마음이 조급해서 자주 현장에 가서 진척도를 점검했습니다. 작업속도를 빠르게 해달라고 말하지 않아도 팀장이 자주 가니 상황이 긴급하다는 것을 직원도 알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것도 물어보고 저것도 물어보고 언제쯤 점검이 끝날 예정인지 물어도 봤지만 새벽 3시경인데도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일하니 진척도를 물어볼 필요도 없이 일이 잘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놓였습니다. 예상했던 것같이 아침업무가 시작되기 전에 정비는 끝이 났고 함께 먹은 컵라면 한 그릇은 속도 풀리고 왜 그리 개운하던지요.

집에 가지 못하고 꼬박 밤을 새웠다는 불만을 갖고 있었다면 일이 말끔하게 끝났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마음속에 불만이 가득 차게 되면 이것이 분노로 바뀌고 도면해독 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내 설비이고 내 업무이니 밤새워 일하는 것이 당연하고 어차피 일할 바에는 즐겁게 일하자는 긍정적 생각이 콧노래도 나오게 하고 일을 즐겁게 만든 것입니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무엇이 다를까요? 엄격하게 따지면 어제까지 아마추어였다가 프로로 전향을 하니 실력적으로 아마추어와 프로의 한계를 구별하기는 어려우나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게임을 즐길 것인가 게임에 속박되어 있는가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허영호 같은 산악인은 취미가 직업이 된 것이지만 등산을 즐기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생명을 내걸고 험준한 산을 오르지 않을 것입니다. 낚시에도 프로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프로낚시인들은 낚시를 미친 듯이 사랑해서 프로로 전향한 사람들입니다. 그분들의 생활을 보면 일반사람들이 보기에는 무모하기도 하고 치열한 수준입니다. 한겨울에도 자그만 텐트를 치고 밤을 샙니다. 오로지 붕어 잡는 사진 한컷을 찍기 위해 1밀리미터 라도 더 큰 붕어를 잡았다는 기록경신을 위해 살을 에는 추위도 견디어 냅니다. 취미로 낚시하는 동호인이었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낚시를 사랑하고 즐기는 경지에 올랐으니 가능한 일입니다. 저도 40년을 넘게 낚시를 했으되 젊은 프로낚시인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한 가지 원인은 저는 낚시를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이며 그들은 즐겁게 낚시하는 방법을 터득한 프로이기 때문입니다.


피하지 못할 일이라면 즐겨라 하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에 치여 죽는다고 표현하지만 많은 직장인들이 입에 붙이고 사는 이야기이며 이는 늙은이가 빨리 죽어야 한다. 노처녀가 시집 안 간다. 장사꾼이 손해 보고 판다 등 3대 거짓말 이외에 추가되어야 할 4대 거짓말 중의 하나 같습니다. 일에 치어 죽기 전에 일을 사랑하고 즐기는 프로의 마음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지요.

저는 현장경험이 많지 않아 후배직원들에게 정비기술을 가르쳐줄 만한 실력은 없습니다. 하지만 일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야기합니다.

o 일을 즐길만한 경지에 오르려면 신입사원 때 박박 기다시피 일을 배워야한다. 나이 들면 후배들 틈에서 일을 배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o 일용직원들에게 쓰레기 치우는 것을 시키려면 쓰레기를 치워본 사람이 효율적으로 시킬 수 있으니 쓰레기 치우는 것도 해봐야 한다.

o 험하고 궂은 일이 있을 때는 선임이 먼저 나서라. 후배들에게만 궂은일을 시킨다면 따르지도 않을뿐더러 존경받는 선배가 될 수 없다.

o 즐겁게 일하려면 동료를 배려하고 팀워크를 맞춰 일해야 한다. 우리 회사 모든 작업은 팀워크를 맞춰 일해야 하며, 동료는 나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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