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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May 20. 2024

-14. 전기팀 냉장고에는 사랑과 정성이 가득하다.

강철 같은 팀워크가 피어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전기팀 냉장고에는 항상 먹거리가 넘쳐난다. 입이 심심하거나 배가 출출할 때 냉장고를 열어보면 오징어, 참쌀 떡, 음료수... 가끔씩은 반입금지품목이지만 단골 중국집에서 서비스해 준 고량주도 찾아볼 수 있다. 본인생일에는 찹쌀떡을 해오기도 하고, 울진에 다녀온 직원 손에는 오징어, 고리에 다녀온 직원 손에는 붕장어(붕장어) 회, 휴가나 교육을 다녀오는 직원들 손에는 어김없이 음료수박스가 들려있다.

 이외에도 40명으로 늘어난 대식구들의 집안 행사가 얼마나 많은지 결혼, 회갑, 백일, 돌, 신차구입, 새집마련, 소풍 등 대소사를 치르는 날이면 의례히 아내들의 정성과 사랑이 듬뿍 담긴 먹거리가 등장하며 가끔씩은 행사가 없어도 얻어먹기 미안하다며 음식을 가져오는 직원들로 인해 늘어나는 허리둘레를 걱정하는 고민도 생겼다.


 얻어먹기만 하는 것이 미안해 야근하는 직원들을 위해 샌드위치를 만들어 온 적이 있었다. 여자가 귀한 탓에 어릴 적부터 부엌일에 익숙해 간단한 음식은 만들어 먹는다. 햄과 치즈가 들어간 것보다 깔끔한 맛이 나는 퓨전스타일로 만들어 가면 피곤에 지쳐 깔깔해진 직원들 입맛에 잘 맞을 것 같아 시장을 보고 열심히 만들었다.

집사람이 만들어줬던 기억을 되살려 참치, 양파, 삶은 계란, 감자에 하이라이트인 겨자를 듬뿍 넣은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홀아비팀장이 만들어 온 것이라 직원들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먹었다고는 하나 뒷소문은 겨자를 너무 많이 넣어 눈물을 흘리지 않고는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샌드위치였다는 것이다. 그 후로는 샌드위치 만드는 것을 포기하고 전화 한 통으로 해결할 수 있는 통닭으로 메뉴를 전환했다.


 직원들에게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먹거리를 먹을 때마다 직원들의 따뜻한 동료애와 사랑을 느끼며, 냉장고 안의 음식을 쳐다볼 때마다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는 듯한 포만감과 행복을 만끽하곤 한다.

 나는 앞으로도 전기팀 냉장고에 먹거리가 넘쳐 나길 원한다. 아내의 정성과 사랑을 나눠먹음으로써 끈끈한 동료애가 생겨나고, 그 속에서 강철 같은 팀워크가 피어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파트 옆 공터에서 일 년 동안 땀 흘려 농사지은 김 주임의 달콤한 고구마와는 비교되지 않아 항상 초라해 보였던 통닭대신 정말 맛있는 샌드위치 만드는 비법을 아내에게 전수받아야겠다. 샌드위치를 제대로 만들어 사랑과 정성을 나누는 대열에 동참하는 날이 오길 바라면서 창문너머 직원들이 출근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아이들 소풍철이 되었으니 김밥을 갖고 올 때가 되었는데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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