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을 받는 그날... 언젠가는
어릴 적에는 얼마나 모질고 고집이 쎘는지 별명이 일본헌병이었습니다. 동네 형에게 얻어맞고서는 복수한다고 쫓아다녀 해 질 녘 개천을 사이에 두고 쫒는 놈과 쫓기는 놈이 헐떡거리며 앉아있었을 정도로 독종이라는 이야기는 옛날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입니다. 나이 먹어가며 의식적으로 성격을 고치려 노력했고, 현실에 수긍해 가며 살아가야 하는 월급쟁이이다 보니 자연스레 순화되어가고 주관적 평가이기는 하지만 독한 놈이라는 평가는 받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생활하면서 고집으로 인해 손해를 본경우도 많았습니다. 본사 근무할 때 사규상에 넥타이를 매란 규정이 없었으므로 노타이차림으로 다녔는데 당시에는 파격적인 옷차림이라 감사실로부터 여러 번 주의를 받았으나 개의치 않아 시말서를 여러 번 작성했었습니다. 원칙대로 평가를 해보자라며 시작한 협력업체 평가업무로 인해 경고장을 받았지만 곧바로 휴지통에 들어갔고 비호세력이었던 고위층 눈초리는 애써 외면했습니다.
미국에 있는 누이도 요즘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가 봅니다. 문협일을 보면서 불의를 보고 한마디 했는데 그것이 잘된 것이냐 하는 논란에 휩싸인 것 같습니다. 유순하고 눈물 많고 천생 여자인 누이의 용감함에 박수를 보냅니다. 박수와 함께 올바른 일이었다면 끝까지 굽히지 말고 잘못을 바로 잡았으면 합니다.
박정희대통령시절 중앙정보부요원에게 사적인 일로 폭행당한 아버지께 중정 고위간부가 직접 병실로 사과하러 온 일은 회사 내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고 있다고 합니다. 어쩌면 순리에 어긋나는 일에 대해서는 눈감아 주지 못하는 가문의 피가 흐를수도 있습니다.
불의, 사실 불의까지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이니 눈 한번 질끈 감고 모른 체하면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 하고 넘어갈 수 있으나 양심에 벗어나는 일들은 오래도록 머리를 어지럽힙니다
수년 전 외국에서 낚시하다가 바늘이 빠지지않아 잡은 고기를 바로 놓아주지 않는다고 주변을 산책하던 동네주민에게 경고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외국인이나 우리들이나 똑같은 사람들이니 그도 모른 체하고 넘어갈 수 있었겠지만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용기는 선진사회에서만 가능한 일이고 나는 아직까지 그 여자를 존경하고 있습니다
조그만 사회적 규범도 존중 받는, 윤리적, 양심적인 발언이 존중을 받는 그날... 언젠가는 좋은 날이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