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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Mar 19. 2024

6. 한 권의 책 ‘配慮(배려)’

‘배려하는 마음’과 ‘인적네트워크의 중요성’

 사실 안전이야기는 재미없습니다. 딱딱하게 산업안전보건법 이야기가 나오고 사사건건 이것을 지켜라, 저것을 준수해야 한다며 구속적이고 타율적인 내용이므로 재미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사업소 교육에서도 가장 인기 없고 참여도와 반응이 저조한 것도 안전교육입니다. 제가  안부인사를 빙자하여 보내는 편지도 ‘우리 회사의 안전사고가 많다, 3월부터는 안전사고가 빈발하니 조심해야 한다.’ 등 흥미를 끌만한 소재도 아니며 듣기 좋은 이야기가 아니란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안전이야기를 하지 않고 다른 이야기를 드릴까 합니다. 학교 다닐 때도 강의 중간중간 X담, Y담을 들려주는 교수님 과목이 흥미 있었고 공부도 잘되었으니 저도 가끔은 다른 이야기를 해야 제가 보내는 편지가 스팸메일로 등록되지 않을 것 같아서입니다.


 책상 위에 뽀얀 먼지를 덮어쓰고 있는 천덕꾸러기 책이 있었지만 보직이 바뀌고 정신없는 터라 쳐다볼 새가 없었습니다. 일요일 대기근무를 하게 되어 시간도 죽일 겸 읽기 시작했는데 읽을수록 책에 빠져들게 되어 단숨에 읽어 내려갔습니다. 입사하여 보낸 시간보다 앞으로 근무해야 할 시간이 많지 않으므로 언젠가는 입사하는 후배들에게 직장생활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하지민 외부사람이 먼저 이쁘게 책을 발간했으니 후배들에게 들려줄 이야깃거리가 줄어들어 한편으로 섭섭하기도 합니다만 이렇게 독후감거리를 만들어 줬으니 서로가 비긴 셈입니다.


 인생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경쟁의 연속입니다. 수억, 수십억의 정자 중 경쟁에서 이긴 실한 놈이 생명을 잉태하게 만들고 새 생명이 태어난 후에는 병마와 싸워 이겨야만 백일잔치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공부하는 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이 입시전쟁, 등수경쟁을 치열하게 겪어야 하며, 결혼 적령기가 되면 이쁘고 참한 배우자를 구하는 것도 경쟁입니다. 20대의 95%가 비정규직으로 ‘88만 원 세대’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혹독한 취업전쟁을 겪어야만 직장인이 됩니다.

 입사했으니 배움과 경쟁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커다란 오산입니다. 회사업무를 잘하기 위한 자기 계발은 직장인의 의무이자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무기이며 월급의 5%를 자기 계발에 투자해야 성공하는 직장인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저는 밝히기 어려울 정도밖에 투자를 못하고 있어 한편으로 부끄럽습니다. 공부보다 더욱 어렵다는 인적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에도 힘을 써야 합니다. 입사동기회, 향우회, 취미동아리 등등의 회사내부 인적네트워크 구성과 고객사와의 원만한 관계유지를 위해서는 회사 외부적인 네트워크 구성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업무의 성공은 물론 내 인생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것이 인적네트워크이기 때문이며 인적네트워크의 强度(강도)는 내가 얼마나 양보와 배려의 마음을 갖고 상대방을 대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한 권의 책 ‘배려’는 우리 회사와 업종, 배경이 상이하지만 수석입사를 하고 동기들 중 제일 먼저 진급한 위 차장이 조직 내에서 겪는 갈등과 경쟁의 이야기이며 회사업무에 너무 열중하여 별거상태에 들어간 가족과의 갈등은 양념으로 등장합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라는 것은 무시하고 항상 앞을 보고 달리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믿고 있는 위차장이 실적을 내지 말라는 은밀하고도 부당한 지시를 받고 문제부서에 배치됩니다. 문제부서는 팀장으로부터 말단직원까지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도 아니고 실적을 낼만큼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으나 타 부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인간관계가 돈독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를 모르던 위 차장이 문제부서에 동화되어 가면서 겪는 갈등은 우리들 고민과도 유사합니다. 타 부서와 수주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일하는 모습에서 대외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사업소간 경쟁을 치열하게 하던 몇 년 전 우리 회사 모습을 그릴 수 있습니다. 전력그룹사가 윤리경영을 선포하여 지금은 부조리를 찾을 수 없으나 발주처의 향응요구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병폐이며 얼마 전까지 직접 겪어왔고 고민하던 내용입니다. 독불장군처럼 지내오던 위 차장에게 직장과 가정에서 살아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 ‘배려하는 마음’과 ‘인적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가르쳐 준 것은 결국 문제부서의 요주의 인물들로 낙인이 찍혔던 동료들입니다.


 배려의 힘으로 고객의 마음을 돌렸으며 인적네트워크가 강한 팀원 간의 단합으로 불가능하리라 생각되었던 수주목표를 달성한 문제부서 소속원들은 모두 승진 했습니다. 반면 실적을 내지 말라고 부당한 지시를 했던 상사와 편법을 동원했던 경쟁부서는 결과가 좋지 않게 되었다는 권선징악적인 내용을 에필로그에서 보여주는 뻔한 줄거리로 구성되어 있는 짧은 소설이나 읽으면 읽을수록 공감 가는 내용들입니다.


 얼마 전 아내와의 말다툼은 시집와서 시부모 모시느라 아이들 키우느라 고생만 하고 헌신적이었던 집사람에 대한 배려부족이 아니었나 뒤늦게 반성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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