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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Mar 26. 2024

12. 존경받는 선배(1)

정직을 바탕으로 상호신뢰가 조성됩니다

 어미게가 새끼게에게 옆으로 걷지 말고 똑바로 걸으라 합니다. 일부 선배는 현장 갈 때 안전화를 필히 착용하라 해놓고 정작 본인은 경안전화를 착용합니다. 전기직군도 중량물을 취급하니 경안전화를 착용하면 발가락이 잘리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선배들이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영광 3사업소 변압기구역 잡초제거는 제 몫이었습니다. 현장순시 하면서 눈에 띄는 풀을 뽑고 다니니 허리운동도 되고 좋았는데 우리 팀 직원들 모두가 따라 해서 다른 운동거리를 찾아야 합니다. 제가 영광을 떠날 때 고객사에서 ‘임 부장이 떠나면 내일부터 누가 풀을 뽑을지 걱정됩니다.’ 하기에 ‘전기팀 40명이 풀 뽑을 텐데 괜한 걱정 하시는군요.’라고 대답해 줬습니다.


 전기쟁이들은 작업 장갑에 기름을 묻히지 않으니 작업용 목장갑 수거 통을 설치했습니다. 두 번 정도 빨아 재활용한 후 주변 농민들에게 나누어 줍니다. 직원들도 새 장갑은 먼지가 많이 나는데 재활용장갑은 먼지가 없어서 좋다고 합니다, 일용직원들까지 정비용 자재를 아끼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자재 아껴 쓰는 것을 아는 고객사에서도 정비용 자재 조달요청을 하면 따지는 일없이 신속하고도 충분한 물량을 조달해 줍니다. 후배들은 내 모습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고 용장 밑에 약졸 없습니다. 용장은 솔선수범하여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지 뒤에서 소리만 지르지 않습니다.


 거짓말하는 일용직원과 협력직원 몇 명을 정리했습니다. 정식직원은 아니나 남을 해고한 마당에 제 자신이 가식적일 수 없으며 후배들도 정직의 중요성을 배웁니다. 원자력발전소 이물질관리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물질이 발견되어 Critical-Path가 중단되는 일이 생겼고 사실진위논란이 생겨 제가 대표로 회의에 참석했지만 회의는 싱겁게 끝났습니다. 이야기를 길게 하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직원들에게 기술은 배워주지 못했어도 정직 하나만은 확실히 가르쳤습니다.’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고 생각될 때도 정직한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모 사업소 팀장이 전화했습니다. 퇴근 후 직원들과 맥주 한잔하며 ‘누구는 일을 잘하는데 너무 독선적이다.’ 하며 뒷 담화를 하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있던 사람이 다가와 ‘저는 영광 3 누구입니다.’ 하고 자기소개 후 한마디 하더랍니다. ‘우리 주임님 욕하지 마십시오. 그분은 후배들을 사랑하고 회사에 충성하는 사람입니다.’ 직원들이 서로 신뢰하고 아껴주니 팀워크가 끝내주겠다고 부러워하더군요. 정직과 선, 후배 간에 신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가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못합니다. 위기 상황을 벋어나기 위한 순간의 거짓말은 결코 오래가지 못하며 정직을 바탕으로 상호신뢰가 조성됩니다.


 윗분과 골프 치러 가서는 훅이 나도 ‘굿 샷’이고 슬라이스가 나도 ‘나이스 샷’을 남발하면서 후배들이 잘한 일에는 입을 봉하고 계신 것은 아니신지요. 한번 야단 치면 칭찬은 세 번 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칭찬받은 후배는 더욱 노력하고 조직에 충성합니다. 우리 팀 협력직원들과 일용직원들은 눈빛이 살아있고 타 부서 직원들보다 낫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고생했다’, ‘잘했다.’라는 짧은 칭찬은 일용직원들 눈빛까지 달라지게 할 정도로 보이지 않는 힘이 있습니다.

 정말로 궁금한 사항이 있어 ‘굿 샷’과 ‘나이스 샷’을 남발하는 분께 한 가지 여쭙겠습니다. 윗분이 뒷 땅 쳐서 팔이 저려오는 상황에서는 뭐라고 말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애석합니다, 전하’ 아니면 일본천황의 애매했던 사과처럼 ‘통석의 염을 금할 수 없습니다.’...라고 합니까?.

골프  안 치니 정말로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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