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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한수 배우기

壽衣(수의)를 준비하는 것까지 배움의 연속

by 물가에 앉는 마음

현장에 근무할 때 기술지원 出張(출장) 가는 식구들에게 당부하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 고참이라도 설비가 낯설 테니 모르면 해당사업소 식구들에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 해당사업소가 우리보다 잘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니 한 사람이 한 가지씩 알아갖고 오시기 바랍니다. 우리 팀이 전국 최고라고 自負(자부)하지만 뭔가는 배울 것이 있을 것입니다. (그 당시 우리 팀의 열정만은 전국 최고였다고 자부합니다)

기술지원 출장을 오신 분들께도 비슷한 이야기를 드립니다.

- 설비가 낯설어 의문점이 있다면 우리 식구들에게 물어보고 정비해주시기 바랍니다.

- 신설사업소라 가르쳐줄 것이 많고 배워갈 것은 많지 않을 것이나 열심히 일하는 것은 배워 갈만 합니다. 장갑 재활용, 남은 세척제 끝까지 사용하기 등 타사업소에서는 시행치 않는 것이 있을 테니 구석구석에 보이지 않는 작은 것들이라도 한 가지씩 배워 가시기 바랍니다.

- 안전수칙을 준수해 주고 오버홀 일용직원 관리를 철저히 해주시기 바랍니다.

사업소마다 고유의 整備文化(정비문화)가 있어 본인도 알게 모르는 사이에 사업소 문화에 同化(동화)되어 갑니다. 물론 최고의 정비문화를 갖고 있는 사업소는 본인도 모르는 여러 부문에서 벤치마킹 대상이 되겠지만 新生事業所(신생사업소)도 약간의 배울 것은 있기에 注文(주문) 한 것입니다.


사람은 태어나서 어머니 젖을 빠는 것부터 죽기 전 본인이 입을 壽衣(수의)를 준비하는 것까지 배움의 연속이고 선배는 물론이며 후배에게도 배우는 것이 있고 학교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시골 村夫(촌부)에게서도 배울 것이 있습니다. 明心寶鑑(명심보감)에 나오는 황희정승의 유명한 逸話(일화)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血氣旺盛(혈기왕성)한 젊은 황희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말을 함부로 하여 주위의 미움을 사서 잠시 官職(관직)을 그만두고 見聞(견문)을 넓히려 全國遊覽(전국유람)을 하고 있었습니다. 질퍽한 논 한가운데 누렁소와 검은 소 두 마리 소를 이용하여 논을 갈고 있는 農夫(농부)에게 어느 소가 일을 잘하냐고 물으니 농부가 질퍽한 논에서 걸어 나와 귓속말로 누렁소가 일을 잘한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만한 일을 갖고 번거롭게 논 밖으로 나와 귓속말을 할 필요가 있느냐고 하자 농부는 두 마리 소가 힘들여 일하고 있는데 어느 한쪽이 잘한다고 하면 일 못하는 소가 기분 나쁠 것 아닙니까. 아무리 짐승이라도 함부로 이야기하면 안 됩니다. 농부 말에 크게 깨달은 황희는 이후 남의 短點(단점)을 입 밖에 내지 않았고 모든 사람이 존경하는 정승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농부에게서 배운 한수는 平凡(평범)한 황희를 정승으로 만드는데 큰 몫을 한 것입니다.


저의 한수 배우기 또한 아직도 進行形(진행형)입니다. 굳이 範圍(범위)를 넓히지 않아도 팀 내에서도 매일매일이 한수 배우기의 연속입니다. 안전팀 박 대리는 안전 분야에 있어서는 살아있는 역사책이며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입니다. 십 년 전 일까지 기억해 내어 업무 역사가 어떻게 되는지 줄줄 꿰고 있으며 무엇을 물어봐도 막힘이 없는 ‘통달, 박대리’입니다. 전 차장은 기술행정분야의 達人(달인) 경지에 올라 있습니다. 현장정비업무도 많이 했지만 제안, 특허, 기술기획, 교육훈련, 품질관리, 공정관리, 연구개발관리 등 회사 내에서 발생되는 제반 기술행정업무를 涉獵(섭렵)한 경험으로 일당백은 되지 않아도 일당십의 능력이 있는 관리의 달인 ‘섭렵, 전 차장’입니다. 停年(정년)을 얼마 남지 않은 허 과장은 인생선배로서 제가 부족한 노련미를 채워주고 계십니다. 흔히 벌어질 수 있는 부서 내 葛藤(갈등) 없이 우리 팀이 한 가족, 같은 형제처럼 지내는 裏面(이면)에는 ‘화합, 허 과장’의 숨은 내조(?)가 뒷받침되어 있습니다. 매주 안전편지를 쓰고 있는데 우리 팀 식구들 소개와 칭찬에 인색했던 것 같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한수 배우기’였으니 우리 팀 소개는 이 정도에서 마침표를 찍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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