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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Mar 21. 2024

8. 알사탕 한 개

엄청난 효과가 발생되는 것을 직접 경험했기에...

 사고가 급증하기 시작하는 3월도 잘 보내고 어느덧 4월 중순입니다. 현장에서 철저하게 안전관리를 해주시니 성과가 어느 해 보다도 좋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19년간 발생된 안전사고 내용을 분석해 보니 5월 안전사고가 가장 많았습니다. 4월도 무사고로 지나갈 수 있도록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하겠지만 안전한 5월을 위한 준비도 잊지 말아야 할 시기입니다. 소장님과 선, 후배님들께 감사드리고 남은 4월도 무사고를 바라면서 오늘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고리원자력사업소에 근무하시는 김대리님께서 오랜만에 소식을 주셨습니다. 잊고 있던 사람에게서의 연락은 옛날 추억을 더듬을 수 있어 항상 기분이 좋습니다. 특징이 없었던 사람과는 좀처럼 공통되는 이야깃거리를 만들기 어렵지만 요즘말로 김 대리님은 조금 튀는 스타일로 특징이 있는 분이었습니다. 김대리님과는 예전 영광 5,6호기 시운전업무를 할 때 스쳐 지나갈 만큼 잠깐동안 같이 근무를 했습니다. 저보다 연세가 많았지만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인상에 붙임성 많은 김대리님 복장은 항상 작업복위에 안전조끼를 입고 계셨는데 처음에는 우리 팀 안전관리자 또는 사업소 안전관리자로 선임이 되었는가 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안전조끼의 여러 주머니는 다용도로 사용되었습니다. 전기쟁이용 공구도 들어있고 사탕도 한가득 있고... 김대리님 요즘도 똑같은 복장에 사탕이 들어 있습니까? 

 오십넘은 노인네가 무슨 사탕이냐고 할 수 있지만 김대리님 사탕은 본인용이 아니고 본인을 알리는 명함이었으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끈임과 동시에 협상용인 다목적 용도의 물건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사탕을 주고 이쁜 후배를 만나도 사탕을 주고 고객사인 한수원 직원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발전부 직원도 한 알, 전기부 직원에게도 한알, 기분 좋으면 두 알도 주고 김대리님이 컨디션 좋은 날이면 한주먹을 얻는 행운도 있습니다.


 신혼 초에는 죽고 못 사는 사이였으나 나이 들어가면 아이들 때문에 할 수없이 산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신혼 때의 불같은 사랑이 식은 게지요, 실제로 아이가 없는 부부의 이혼확률은 아이 있는 부부의 이혼확률보다는 월등히 높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삶의 희망이자 부부사이를 끈처럼 단단히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이죠. 물론 아이들은 사탕보다는 크나큰 보배 같은 존재이기에 적당한 비교가 되지 않으니 다른 비유를 들어 보겠습니다.

 저는 혼자 낚시 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막걸리 한 병 얼려 신문지에 둘둘 말아 갖고 가면 목마를 때는 음료수가 되고 속이 허하고 출출할 때는 점심식사가 됩니다. 시골인심이 좋고 훈훈하다지만 논 매는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면 긴장해야 합니다. 농사가 삶의 전부인 할아버지에게 논둑은 단순한 흙이 아니라 벼가 자랄 수 있는 물을 가두고 삶을 지켜주는 방파제나 다름 없는데, 논둑을 허물고 낚시하는 사람이 많으니 낚시꾼들이 욕먹기 십상 이거든요. 이때는 막걸리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막걸리 한 잔은 논둑에 걸터앉을 수 있는 충분한 뇌물이 되기도 하고 자릿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술 한 잔 나눌동안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대화의 매개체가 되기도 하며 다음번에 만났을 때는 훌륭한 새참을 얻어먹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사교의 술잔이 됩니다. 새참과 함께 시골 농부님에게 얻어먹은 낮술로 인해 귀가시간이 늦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막걸리 한잔의 위력은 정말로 대단합니다.


 한낮의 땡볕으로 목이 마르던 농부에게 막걸리 한잔은 대단한 선물일 수 있으며 낚시꾼과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기도 합니다. 김대리님 사탕도 단순한 사탕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하니 대단한 사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른들이 알사탕 하나 받아먹는다고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충치만 생길 텐데 한 번 만난 사람들은 기가 막히게 김대리님을 기억하고 있으니 신기하기만 합니다. 김대리님이 떠나신 후에도 발전부에서 이름은 몰라도 ‘있잖아요 사탕아저씨’하면서 그분 요즘 안보이던데 무슨 일이 있습니까? 하고 물어보니 상당한 효과가 있는 명함인 것은 틀림 없습니다. 

 김 대리님에게 힌트를 얻어 계획예방정비가 시작되면 조별로 커피와 알사탕을 배부해 주었습니다. 보잘것없는 사탕 하나가 커다란 힘을 발휘하길 기대하면서 쪼달리는 부서살림에 큰돈을 썼습니다. 얻어먹는 사람이나 주위 사람들은 사탕 한 알의 힘을 모를 수 있으나 알사탕 하나와 막걸리 한잔이 때로는 엄청난 효과가 발생되는 것을 직접 경험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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