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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Mar 22. 2024

9. 逆發想(역발상)

2% 부족한 부분

 모든 사람들이 No라고 할 때 Yes라고 대답할 수 있거나, Yes라고 할 때 No라고 대답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이며 대안이 있는 확신의 표현입니다. 요즘은 일반화되어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귀향하느라 교통지옥에서 고생할 때 부모님들께서 역귀성하시는 것은 예전에는 굉장한 아이디어였습니다. 일반인들이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거꾸로 생각하여 성공한 케이스를 흔히 볼 수 있는데 따로따로 있었던 연필과 지우개를 붙여 놓은 것 같은 경우는 단순한 아이디어를 대박으로 연결한 사례이고 3M의 Post-it도 접착력이 낮아 실패한 발명품을 ‘떼고 붙일 수 있는 메모지’로 재탄생시켜 히트 쳤으니 이 또한 역발상에 성공한 케이스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船泊(선박)을 발주받는 현대그룹 왕회장이셨던 정주영 회장의 무용담이자 옛날이야기가 광고를 통해 매스컴을 타고 있습니다. 오만분의 일짜리 지도와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바닷가 사진 한 장 달랑 들고 가서 선주를 설득시키는 이야기입니다. 당신이 배를 사준다고 하면 영국정부에 가서 돈을 얻어다가 허허벌판 바닷가에 조선소를 세워 배를 만들어 줄 테니 내 배를 사줘라. 황당무계한 시추에이션에 영국 선주의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 그려지는 듯합니다.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 선달도 아닌데 지도와 바닷가 사진 한 장 달랑 들고 배를 팔겠다고 대들었으니 수주의 성공여부와 무관하게 현대그룹의 저돌적인 기업문화 단편을 보는 것 같지만 정 회장의 생각이야말로 역발상이 아니었나 합니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번듯한 조선소와 설계도가 있어야만 선주를 만나 내가 이런 배를 만들겠으니  배를 사라고 설득해야 정상적이나 왕회장은 일반인의 상식을 허물고 역발상을 하였습니다.


 제가 요즘 사창립 이후 발생된 안전사고에 대한 분석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안전관리업무가 경시되었던 예전 기록은 망실되었고 89년부터 07년까지 19년간 우리 회사의 안전사고 발생건수는 336건이고 재해인원은 353명이었으며 29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고원인은 재해자과실 236명에 안전수칙 미준수가 59명으로 재해자의 84%가 인적실수에 의한 것이므로 재해자의 안전 불감증을 탓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하면 84%라는 수치는 안전사고 예방조치로 줄일 수 있는 목표치이며 희망의 수치가 아니겠습니까?

 작업자의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안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안전보건 11대 기본수칙을 준수케 한다면 산재의 84%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니 희망의 숫자임이 틀림없습니다. 우리 회사 산재원인이 제3자 과실이나 설비결함 등 재해자과실이 아닐 경우에는 산재예방은 매우 힘들어질 수밖에 없으며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었을 텐데, 재해자과실이 84%나 된다는 것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고 유형도 협착이 85명, 추락이 78명, 무리한 동작 53명, 낙하 37명으로 고소작업과 중량물취급과 관련된 재해에 집중되어 있어 두 가지 유형의 재해예방에 치중한다면 상당한 감소효과가 있을 것이니 더욱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희망이 보이고 가능성이 충분하며 안전 공학적으로도 안전사고의 98%는 막을 수 있다 하니 더욱 희망적인 수치라고 판단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역발상에는 한 가지 단서조건이 있기는 합니다. 이러한 역발상을 하기 전에도 우리 회사 산재의 주요 원인은 재해자 과실이었고 유형 또한 고소작업과 중량물취급 관련 작업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알고 있었던 만큼 그에 대한 예방대책과 교육이 뒤따랐을 것이니 예방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할 수 없으나 안전사고는 계속 발생되고 있으니 2%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재해자과실 84%를 감소시키고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한 가지 단서조건과 2% 부족한 부분이란 전 직원들이 안전에 대해 같이 생각하고 고민하며 안전수칙을 준수하고자 하는 준법정신과 안전문화를 생활화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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