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가에 앉는 마음 May 03. 2024

-4. 쇠고기 유감과 타산지석

정직함이 최선이란 것을 살아오면서 배웠고 아버지 회초리를 통해 알고 있다

 최근 미국쇠고기 사태를 보면서 세상은 많이 변했다는 것을 실감했다. 전문가가 아니므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위험에 대한 논란은 섣불리 이야기하기 곤란한 부분이 있다. 예전 차장시절 사장님께 민감한 부분을 이야기하여 곤욕을 치렀던 기억으로 국민적 관심사인 쇠고기 문제를 언급하여 다시 필화를 겪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도 벼락에 맞은 후 자동차사고로 죽을 확률 정도로 낮고 미국 여행객들과 미국민들이 먹고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는 측의 주장에도 공감이 간다. 미국사람들이 먹는 쇠고기를 그대로 들여온다면 먹을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부분 즉 내장과 머리와 척추와 30개월 이상까지 수입된다니 위험성이 더욱 높다는 것도 이해할만하다. 

 시청 앞광장에서 3일 밤을 새우며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황희정승도 어니면서 양측 주장을 모두 이해할만하다 하니 너무 비겁하다. 


 이번사태를 지켜보면서 행정부와 정치인 등 소위 윗분들이 국민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예전의 못 먹고 못 살 때인 7-80년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 가장 커다란 문제다. 아쉽다. 세계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시대가 되었고 정부보다 국민들의 정보취득속도와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의 정보 수집능력은 폭력을 휘두른 전경의 소속은 물론 블로그주소까지 알아내는 등 CIA의 정보력을 능가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을 생중계했던 알자지라 방송의 보도능력을 뛰어넘는 수준이며 한림원을 뛰어넘는 과학적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위정자들이 시대의 흐름과 국민들의 정서를 읽지 못하고 국민들의 의식 수준에 미치지 못하므로 아날로그의 시각으로 디지털을 이해하지 못하고 뒷북만 치는 격이다.


 사실 뒷북치고 눈치 없음은 여와 야를 가리지 않는다. 본디 ‘여와 야’란 모음이 왼쪽이냐 오른쪽이냐만 다를 뿐 같은 글자 아니던가. 뿌리는 같은데 좌편향이냐 우편향이냐만 다를 뿐이다. 서민들을 무시하는 것을 보면 생각이 다른 형제일 뿐이다. 

 화가 나서 촛불 든 국민들이 만들어 놓은 절대호기임에도 야당의원들은 감흥이 없었고 공부도 하지 않았다. 정부에 대한 국민들 감정이 악화되자 고작 한다는 것이 슬그머니 방석하나 들고 시위대에 자리하나를 차지한 꼴이 되었다. 국민들의 시선이 고울리는 없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 행동은 더욱 느렸다. 총선과 대선승리에 도취되어 아무런 대책도 내지 못하고 뭇매를 맞고 있는 형상이다. 국민들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없으니 6.4 재보선은 투표도 하기 전 이미 결과가 내정되어 있었다.  


 두 번째 문제도 있다. 입으로는 서민을 위하며 경제를 우선시하는 것 같으나 위정자들은 이에 익숙하지 않으며 그럴 마음도 없는 듯하다는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그들에게 반문을 하고 싶은 것이 있다. 한우 말고 수입육을 먹어본 적이 있는가? 

 원산지표기의무를 지키지 않아도 처벌은 솜방망이인 실태이므로 고급음식점에서 내주는 가짜 한우를 먹어본 적은 있을지 모르겠다. 수십억 원의 정치헌금을 한 국회의원과 강부자내각만큼은 수입육을 사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네들 입장에서는 광우병파동은 이웃집의 이야기이지 우리 집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국민들은 책임자가 자결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이웃나라에서는 공직자 비리나 정치적 스캔들이 발생하면 당사자 또는 비서가 자결하여 사건을 종결시키는 묵시적인 국민적 합의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은 품성이 그렇게 잔인하지 못하고 한우처럼 온순하기 이를 데 없어 잘못을 빌고 사죄한다면 넘어갈 수 있는 일을 이지경까지 몰고 갔으니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마지막으로 정직함이 최선이었다. 솔직하게 ‘이번 협상은 시간에 쫓기어 졸속으로 타결되었으니 죄송합니다’라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면 국민들이 이렇게 분노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서민들은 이러한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정직함이 최선이란 것을 살아오면서 배웠고 아버지 회초리를 통해 알고 있다. 정직함과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사과야말로 모든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는 지름길임을 알기에 그러한 모습을 보이라는 것이다. 

 국가 간의 협정이며 잘못된 부분이 없으므로 재협상 절대불가에서 SRM부위 반입억제, 수출입 업자 간 자율결의 등 재협상에 준하는 보완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거짓이 드러나니 이번 사태는 정부의 협상실패가 발단이 되었으나 거짓말로 인해 불행한 사태가 초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어릴 적 생각을 되짚어보면 아버님께서 회초리를 들었다는 것은 마지막 기회인 것이다. 눈물 흘리며 잘못했다 빌어야 한다. 국민들이 회초리를 드셨다는 것도 마지막 기회인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3. KT&G와 고정관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