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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May 15. 2024

-11. 편견에 치우치지 마라

유스티치아(justitia), 한 손에는 저울 또 다른 한 손에는 칼

 이곳에 내려온 지 2년이 넘었다. 주위 동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인복이 많아서 행복하겠다.’라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이곳도 예외는 아니었다. 통솔력 있는 과장, 추진력 있는 주임, 실력 있는 직원, 부지런한 협력직원, 불평 없는 일용직원 등 모두가 Ehf똘 뭉쳐 맡은 바 일을 척척 알아서 해주니 주위의 부러움을 살만큼 복 많은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가끔씩은 일진 사납고 복이 없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직원도 없고,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뒤따른 다면 어떠한 불편도 감수하는 직원들이지만 사람 사는 사회이니만큼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때마다 상응하는 벌칙의 수위를 결정하기 위해 고민을 하곤 하는데 오늘은 사고 친 직원에 대한 벌칙이야기를 할까 한다.


어제 술이 과했는지 직원 한 명이 조회 중에 살금살금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조회가 끝난 후 살짝 불러 몇 병 먹었냐, 누구랑 먹었냐, 어디에서 먹었냐? 꼬치꼬치 캐물은 후 주의를 줬다. “인간이 태어나서 먹을 수 있는 술의 양은 하나님께서 개인별로 정해주신다고 한다. 젊었을 때 많이 먹으면 나이 들어서 먹을 술이 없단다. 과음으로 건강을 해치면 빨리 죽고, 나이 들어 마실 술은 제사 술 밖에 없으니 거짓말이 아니다. 또한 신체검사 결과를 보니 간이 좋지 않다고 했으니 특히 조심해야 한다. 땀 흘려 번 돈을 짧은 쾌락을 위해 낭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니 2차는 단란주점 대신 저렴한 생맥주 집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간장약 하나를 손에 쥐어주며 지각한 벌칙으로 점심시간에 족구 하지 말고 창고정리를 하도록 했다. 우리 팀에서 족구 금지 조치는 극형에 달하는 엄청난 벌칙이다. 씩 웃으며 “알겠습니다.”하는 대답이 기분 상한 투가 아닌 것 같아 내 마음도 덩달아 가볍다. 물론 매번 이렇게 좋은 분위기에서 벌칙을 주고받는 것은 아니다.


 부임 초기 몇 건의 문제에 대해서는 심할 정도의 강경책을 썼었다. 식중독에 걸렸다고 거짓말하고 10여 일 결근 후 출근한 직원에게는 말한마디 하지 않고 출입문을 가리켰으며, 자신의 물건을 챙겨나간 그의 모습은 영원히 볼 수 없게 되었다. 취중 폭력을 행사한 직원도 있었다. 그중 한 달간의 금주벌칙을 성실히 이행한 직원은 건강한 직장생활을 했으나, 금주벌칙을 어겼고, 재차 폭력에 연루된 직원은 무단 결근한 직원이 퇴직한 문을 통해 나갔고 그 역시 다시 보이지 않았다.

 벌칙이야기를 하니 떠오르는 것은 정의의 여신 유스티치아(justitia)다. 한 손에는 저울을, 또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어 엄정함과 공정함을 나타내는 그녀가 두 눈을 가린 이유는 편견에 치우치니 말라는 뜻이란다. 애가 주는 벌칙이 공정하고 엄정했으며, 편견에 치우치지 않았는가는 반성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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