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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Apr 30. 2024

859. 강림낚시터 바보사장

주인장은 손님을, 손님은 주인장과 다른 손님들 양식을 믿는다.

 낚시하는 사람들이 꼽는 좋은 낚시터로서의 첫 번째 조건은 뭐니 뭐니 해도 조황이다. 다음은 수질, 경관, 청결 등이나 대한민국에서 경치 좋고 조황 좋은 곳은 드물다. 대부분은 조황이 좋으면 경관이 없고 경관이 좋으면 조황이 저조하다. 또한, 자연지를 찾는 조사들에게 화장실이 가장 커다란 문제이며 특히 여성조사들에게는 심각한 문제다.

 수도권은 전부 유료낚시터이므로 경관과 청결은 제외되고 접근편의성, 조황과 수질, 좌대시설을 따진다. 인공적인 시설로 만들었기에 경관은 포기했고 청결은 기본이다. 유료낚시터는 비즈니스다. 누가 투자를 많이 해서 접근편의성을 높이고, 조황과 수질을 관리하며, 현대화된 좌대시설을 갖출 것인가로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

 즉, 도심 가까운 곳에서 편리한 시설을 갖추고 얼마나 많은 붕어를 푸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더욱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누가 돈을 많이 쏟아 부울까? 와 관련되어 있다.


 강림낚시터는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동림리에 위치해 있다. 지번으로 보면 멀 것 같으나 분당 서현역에서 10Km 남짓하니 가장 가까운 낚시터에 마실 가듯 가벼운 마음으로 다닌다. 낚은 붕어를 다시 놓아줘야 하는 손맛터이니 붕어개체수는 많다.

 잉붕어, 향붕어 전용 낚시터로 붕어씨알은 모두 월척급을 넘는다. 잉붕어는 잉어와 붕어의 교잡종이며 향붕어는 향어와 붕어의 교잡종이다. 낚시꾼들은 잉어와 향어를 싫어하고 붕어를 선호한다. 붕어는 찌 올림이 좋고 잉어는 찌를 빨고 들어간다. 잉붕어는 잉어 피가 많이 들어가면 입에 작은 수염이 생긴다. 향붕어는 향어 피가 많이 들어가면 비늘모양이 향어를 닮는다. 교잡종이지만 붕어 습성이 많기에 찌 올림은 붕어와 닮았고 힘쓰는 것은 붕어보다 낫다.

 짧은 낚싯대와 연질대를 선호하므로 굵은 씨알의 붕어는 하루 10마리 정도만 잡으면 된다. 물론 집중하면 더 많이 낚아낼 수 있지만 많이 잡는 것도 피곤한 일이다. 손맛터의 문제점은 잡았다 놓아주기를 반복하니 붕어들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이나 강림낚시터는 주기적으로 붕어를 방류하고 붕어를 솎아내니 붕어가 깨끗하다. 연초에 조그만 저수지임에도 1 ton(1000kg, 최근 붕어가격 kg당 만원이므로 천만 원)을 새로 풀었기에 개체수는 매우 많다.


 입어료는 25000원이며 쿠폰 10장은 20만 원으로 할인하므로 자주 다니는 사람은 2만 원이다. 2만 원 내고 하루종일 놀아도 되니 다른 취미에 비하면 가격은 헐한 편이다. 자체식당도 있고 골프장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10분 정도 나가면 음식점도 많으며 메뉴도 다양하다.

 분당과 가까운 위치임에도 산속에 위치해 있어 차소리가 없고 딱따구리를 비롯해 온갖 잡새소리가 들려온다. 조용한 곳이지만 가끔 가구공장에서 소음이 들려오기도 하나 불경기인 요즈음에는 가구가 팔리지 않는가 보다. 강림낚시터의 또 다른 장점은 계곡수가 유입되어 수질이 좋은 것이다. 개구리, 두꺼비가 살고 민물새우도 있다고 하는데 새우는 보지 못했다. 가끔 민물우렁이가 잡히는 것을 보면 수질은 매우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


 잡이터는 대부분 좌대를 운영해 추위와 더위를 견디게 해 준다. 손맛터도 드물게 좌대를 운영하는 곳이 있지만 강림낚시터는 좌대가 없다. 깔끔하게 방부목으로 데크를 만들어 놓았으며 천장은 천막이라 비와 해를 피할 수 있는 평범한 수준이다. 좌석은 80석으로 휴일에는 만석을 이루며 이 경우에는 비좁다고 느낄 수 있다.

 퇴직 전에는 비좁음도 감수하고 휴일에 낚시했으니 이제는 한가한 평일을 이용하며 제일 구석진 자리에서 먼 산 바라보며 낚시한다. 가장 구석에 있는 자리는 바닥이 고르지 않아 낚시하기 불편하나 산을 볼 수 있기에 유료터에서 자연지 기분을 낼 수 있는 자리다. 

 손님들은 거의 단골들이다. 정식인사를 나눈 사이가 아니라도 지나가며 가볍게 인사하는 정도라 다툼이 없고 시끄럽지 않다. 단골조사들이 많으니 손님들 스스로 주변을 정리하고  청소하니 낚시터는 더욱 깨끗하다.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잘생긴 사장님은 어느덧 흰머리가 많이 생겼다. 강림낚시터 단골이 된 것은 접근편의성과 조황이나 경관 때문이 아니다. 용인시에는 손맛터가 여러 곳 있으며 시설이나 경관이 더 좋은 곳도 있다. 사장님 마음씀씀이와 낚시터분위기로 인해 단골이 되었으며 오랜 기간 이곳에서 낚시하고 있다.

 이곳에 오면 마음이 푸근하다, 주인장도 그렇고 손님들도 점잖고 조용하다. 주인장은 손님들이 낚시만 즐길 수 있도록 일체 간섭이 없고 손님들은 자율적이며 공중도덕을 지킨다. 손님들끼리 큰소리 내는 것을 본 적이 없으며 물건을 놓고 가도 없어지는 경우가 없다. 청소와 소독, 치어구제, 바닥청소도 주기적으로 한다.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음료수도 나눠주며 인스턴트커피는 무제한 셀프서비스다.


 사행성 낚시터는 아니지만 가끔 경품을 걸고 이벤트를 한다. 만석이 되거나, 입질이 없어 조사들 입이 튀어나오기 일보작전인 날에도 이벤트를 하지만 특별한 날도 아니고 아무런 사유가 없는 날임에도 사장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듯하다. 떡밥 한 박스, 낚시찌 10개, 무료이용권 등 경품을 건다. 고가의 상품은 없지만 경품 총액은 꽤 나간다. 입어료도 비싸지 않은데 바보스럽게 낚시터경영을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벤트 진행방식이 특이하다. 사무실옆 탁자 위에 경품을 올려놓으면 규칙에 따라 붕어를 잡은 조사들이 자율적으로 경품을 집어간다. 경품을 지키는 사람이 없는 완전 자율이며 강림낚시터만의 독특한 풍경이다. 주인장은 손님을 믿고 손님들은 주인장과 다른 손님의 양식을 믿는다. 사람 사는 냄새 가득한 곳이 강림낚시터다.

 이벤트 규칙은 주인장이 마음대로 정한다. 커다란 붕어를 낚으면 떡밥 한 봉지(6~7천 원), 치어를 잡으면 낚시찌(2~3만 원)..., 바보 같은 규칙이다. 떡밥을 작게 만들므로 고양이가 좋아하는 치어를 잘 잡는다. 바보 주인장이 정한 바보 같은 규칙 덕분에 낚시찌를 받아오는 날도 있다. 바보 같은 웃음을 지으면서...


 한편으로 걱정이다. 바보사장님이 경영을 잘해야 오래도록 마음 편하게 낚시할 텐데 원가계산이나 잘하는지 모르겠다. 강림낚시터 수면적은 약 700평 정도로 아담하다. 낚시터 전체 면적은 2300평 정도로 주차문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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