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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May 04. 2024

-5. 전기팀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오직 즐거운 마음과 성실성만이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전기팀 식구들은 직원, 계약직원, 협력직원, 일용직원을 모두 포함해 38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외모, 능력, 성격 면에서 여느 팀과 다를 바 없다. 크고 작고, 마르고 뚱뚱하고, 적극과 소극, 염치와 몰염치, 실력과 무능, 태만과 성실이 존재하는 소사회이나 조금 다른 점은 개인의 자유와 책임이 많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그들만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한다.


 일중독(workhorism)에 감염된 사람은 열심히 할지는 모르겠으나 능률이 오르지 않고 형식에 얽매어 일을 망치지만, 노동의 기쁨과 즐거움을 아는 사람은 효율적이고 창조적으로 일하며 일을 즐긴다.

 평소에 업무와 취미생활에 열정적인 그(3인칭 단수이나 우리 팀의 많은 직원들을 지칭)가 쉬는 날이라 좋아하는 산행을 계획하고 있으면 담당설비를 점검해야 할 경우가 자주 발생하곤 했다. 매번 등산을 포기하고 출근하는 그가 딱해서 다른 직원들이 있으니 안심하고 등산하라 해도 한사코 출근했다.


 하루는 식사를 같이하며 자주 나오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그가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담당설비에 문제가 발생했는데 출근하지 않고 놀러 가는 직원이 어디 있습니까? 놀러 간들 경치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뿐더러 동료들에게 미안해서 안됩니다. 전임사업소에서 고참직원들이 일을 도맡아 해서 장비만 들고 뒤를 따라다녔는데 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담당설비가 생겼고,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이 생겼는데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믿어만 주신다면 언제라도 기쁜 마음으로 달려 나올 테니 개의치 마십시오.’

 나는 그가 우리 팀은 물론 우리 회사의 기둥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타고난 성실성과 비교적 젊은 나이에 노동의 기쁨을 아록 있으니까.


 노동의 기쁨과 즐거움을 깨우친 그가 몇 년이 흘러 머리에 서리가 내릴 쯤이면 후배들에게 이런 말을 할듯하다. ‘발전소를 정비하는 것은 홍명보의 월드컵보다, 박세리의 LPGA보다, 박찬호의 메이저리그보다 더욱 재미있고 익사이팅하다. 풀리지 않던 문제점을 어렵게 해결했을 때의 희열은 월드컵 4강보다 더하며 3~40일간 계획예방정비 후 발전기가 힘차게 돌아가고 있는 것을 볼라치면 LPGA우승보다 가슴이 벅차다. 또 선배들을 따라다니기만 하던 견습생활을 마치고 설비담당자가 될 때는 메이저리그 입성보다 훨씬 짜릿할 것이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라도 기쁜 마음으로 즐기듯이 한다면 어떠한 난관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들 눈앞에 놓여 있는 일들은 기계팀이나 한수원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며, 힘들다고 내일로 미룬다거나 위험하다고 도망을 간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오직 즐거운 마음과 성실성만이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산을 좋아하는 그가 편한 마음으로 등산을 할 수 있도록 좋은 날이 연속되길 바란다. 또한 등산의 기쁨을 소중히 여기는 만큼 노동의 기쁨도 변치 말고 간직해 주길 기대한다. 이 세상의 발전소가 모두 없어져 한전KPS란 회사가 불필요해질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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