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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May 07. 2024

861. 계획에 없던 천진암

성지에 와서 막판에 은혜받지 못했다.

 큰아이 내외가 휴가를 얻어 놀러 가니 손녀육아돌보미들도 덩달아 휴가를 얻었다. 짧은 휴가를 얻을 때는 서울과 경기도권 볼만한 곳을 당일치기로 다녀오고, 긴 휴가를 얻게 되면 멀리 가기로 했다. 

 2024.01.28일 3,8일에 열리는 광주 경안 5일장이다. 상설시장인 경안시장에 잇대어 노점을 열었기에 규모도 크지 않고 기대했던 시골 5일장 모습을 찾지 못했다. 북적거림도 모란장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작다. 그래도 인근 주민들은 많이 찾았는지 주차장은 북새통이다. 지방도시 전통시장이나 주차장건물이 있는 것은 장점이나 주변 이면도로에는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다. 주차장규모가 작기도 하지만 설계가 잘못되어 들고나는 차량들 交行(교행) 이 어렵게 되어 있다. 


 경기도 광주권에는 이주노동자가 많은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상점들이 많다. 중국 식재료 전문점도 보이고, 포장마차거리에는 베트남 쌀국수, 터키 케밥 포장마차도 있다. 물론 장터마다 빠지지 않는 호떡, 떡볶이, 도넛 포장마차도 있다.

 상설시장은 현대식으로 바닥에 보도블록이 설치되어 있어 질척거리지 않고 깨끗하다. 천정에는 투명아크릴판이 설치되어 채광도 되고 비도 막을 수 있다. 유명한 먹거리를 검색해 보니 ‘송엘림 두 마리 통닭’이며 줄 서는 집이라 한다. 하지만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줄 서는 풍경은 볼 수 없었고 생체시계는 점심을 가리키지 않아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지방시장에는 뻥튀기 가게가 빠지지 않고 있다. 드라이브하면서 먹으려고 쌀튀밥 한 봉지 사고 팔당으로 향하려다 갑자기 천진암이 생각났다. 천진암은 불교 관련일까? 아니면 천주교 관련일까? 아내도 가본 적이 없다 하여 방향을 틀었다. 

 요즘 나들이가 꽤 충동적이다. 퇴직 전까지는 가까운 곳에 가려해도 사전에 계획을 수립해 출발하는 시간, 식사장소와 메뉴를 정해야 하며 계획이 어긋나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 나들이 가는 것도 일하는 방식과 같았다. 성격을 아는 아내도 계획이 불합리해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사전에 정해진대로 해야 트러블이 생기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

 퇴직 후 철이 들었는지, 아니면 마음 편하게 살기로 작정해서 그런지 계획이 틀어져도 불안하지도 당황해하지도 않는다. 요즘 들어 흐르는 대로 살았던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있다.


 천진암은 분당에서 약 40Km, 멀지 않다. 원래 천진암은 불교사찰이었으며 폐허가 된 천진암을 1984년 한국천주교회 창시 200주년을 맞아 성역화하기로 결정했단다.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있다. 세계 10대 성당에 들어가는 대규모성당을 100년에 걸쳐 짓겠다며 총 35만 평을 확보하여 1985년부터 공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가로 세로 150m 높이 85m 규모로 지을 예정이나 현재는 부지조성만 되어 있으며 공사진행된 것은 없다.

 주차장에서 가파른 십자가의 길을 오르면 정상에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이 있고 길옆에는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신 과정이 설명되어 있다. 경사진 길을 올라 예수상을 올려다보니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십자가를 진 예수님이 승천하시는듯하다. 깡마른 얼굴과 드러난 갈비, 고난 받고 돌아가신 모습을 잘 표현해 냈다.

 예수상 뒤의 넓은 운동장이 대성당 건립예정부지다. 축구장을 여러 개 만들어도 될 정도로 부지는 광활하다. 100년에 걸쳐 대성당을 짓기로 한 시간이 60년이나 남은 것이 아니라 60년밖에 남지 않았다. 가우디성당이라 일컫는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1881년부터 짓기 시작해 아직도 진행형이다.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버금가는 걸작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가우디성당에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스테인드글라스를 황홀하게 쳐다봤던 기억은 잊히지 않을 감동이었다.

 운동장 왼편으로 거대한 성모마리아상이 우뚝 서있다. 대성당이 건립되면 어울릴만한 크기다. 성모마리아상은 도자기처럼 구워 만들었는지 묘면 질감이 매끄럽게 보인다. 150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 성모성당은 규모가 크지 않다. 200m 정도 떨어진 곳에 박물관이 있다 하여 질척거리고 곳곳이 빙판인 언덕길을 올랐다. 주일임에도 성모성당은 예배를 드리지 않고 박물관 문은 굳게 잠겼다. 질척거리는 길을 ‘사전 안내 없음’에 대해 툴툴거리며 내려왔다. 성지에 와서 막판에 은혜받지 못했다. 


천진암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우산리 앵자봉(鶯子峰) 아래에 있는 사찰로 한국 천주교 성지의 하나.

1779년(정조 3) 남인계 소장학자들인 권철신(權哲身)·일신(日身) 형제와, 정약전(丁若銓)·약종(若鍾)·약용(若鏞) 3형제, 이승훈(李承薰), 김원성(金源星) 등은 독특한 학풍을 형성하며 천진암과 여주군 금사면(金沙面) 하품리(下品里)에 있던 주어사(走魚寺)에서 학문을 연구하며 강학회(講學會)를 가졌다.

강학의 내용은 유교경전을 위주로 했는데 그들이 천진암에서 강학회를 계속하던 중, 조선천주교회의 창설단원 중의 한 사람인 이벽(李檗)이 내려와 베이징[北京]에서 가져온 과학서적과 〈천주실의 天主實義〉·〈성리진전〉 등을 소개함으로써, 그들 모두가 천주교에 눈을 뜨고 천주교에 대한 관심이 학문적 지식에서 종교적 신앙으로 전환되었다.

이 강학회에서 이벽은 〈천주공경가 天主恭敬歌〉를, 정약종은 〈십계명가〉를 지었다고 하며 그들은 가르침에 따라 아침 및 저녁에 기도를 드리고 매월 7, 14, 21, 28일에는 일을 쉬고 묵상에 잠겼다. 그 뒤 폐허가 된 천진암은 1962년 남상철(南相喆)에 의해 사지(寺址)가 확인되었고 1979~81년에는 이벽·정약종·권철신·권일신·이승훈 등 한국천주교회 초기인물들의 묘소가 이곳으로 이장되었으며, 1984년 한국천주교회 창시 200주년을 맞아 유적지들에 대한 대대적인 성역화사업이 추진되었다. 현재 이곳에는 천주교회 창립 200주년 기념비, 순례대성당, 강학당, 갈멜 수도원, 가톨릭 신학연구소 등이 세워져 있다.  출처: 다음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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