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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May 08. 2024

-7. 자유와 책임은 붙어 다닌다.

자유와 책임은 분리해서 말하기 어렵다.

 전기팀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산만한 팀 분위기에 무척 의아해한다. 어쩌면 그들은 ‘정말 난장판이군. 규율도 없어 보이고 무질서하고... 팀장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내 눈에도 어수선하니까.

 그도 그럴 것이 근무시간임에도 신문 보는 직원, 소설책 보는 직원, 현장에서 풀지 못한 문제를 놓고 토론하는 직원, 컴퓨터 오락 하는 직원, 편한 자세로 길게 앉아있는 직원들이 있는 반면 급하게 장비를 챙겨 들고 현장으로 향하는 직원들까지 일용직원을 포함한 모든 직원들이 생활하는 사무실 풍경이다.

 내 눈에도 정리되고 질서 있는 분위기로는 보이지 않으나 타인들 시각과 조금 상이한 것은 무질서와 혼돈이 아니라 자유롭게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하루의 반 이상을 회사에서 살아야 하는 우리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만이라도 편안함과 자유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마음이 푸근해지기까지 한다.


 요즘은 아침에 찾아오는 사람이 없으나 조회시간에 무심코 들어왔던 사람은 너무나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로 인해 얼굴이 붉어져 까치발로 살금살금 나가곤 했다. 숨소리도 내지 않고 전달사항을 경청하는 것을 보면 훈련이 잘된 군대 같기도 하고 엄격한 규율의 조폭집단을 연상케 하며 질서의 표본을 보여주는 듯하다. 더욱 질서 정연할 때는 토요일 중식시간을 이용한 족구시합 준비인데 편 가르고 인원 헤아려 중국음식을 주문하는 것을 보면 지극히 기계적이기까지 하다.


 자유와 책임은 분리해서 말하기 어렵다. 책임이 뒤따르지 않는 자유란 있을 수 없으며 자유를 만끽하려면 책임 있는 행동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전기팀의 책임은 무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담당설비에 trouble이 있는 경우에는 퇴근할 생각을 하지 못하며, 필히 준수해야 할 사항을 전달받으면 작업방법 등은 본인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얼마 전 고객으로부터, '어젯밤을 새운 사람이 퇴근도 하지 않고 일을 계속하는 것을 보니 팀장이 너무 무서워서 그런 것 아니냐?'는 농반 진반의 질문을 받았다. '고객의 눈이 무서우니 퇴근 못하는 것이지요.' 했지만 열심히 일하는 것을 인정하는 질문이니 기분 나쁜 질문은 아니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시간 외 근무를 지시하는 경우가 없으며 설비사고, 안전사고의 위험이 없는 경우에는 일을 어렵게 하든, 쉽게 하든 담당자의 책임이며 자유다. 담당자의 자율적 판단과 할당된 업무를 수행하려는 책임감을 믿는 것이 전기팀의 기본 질서이며, 선행호기보다 적은 인원으로 시운전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자발적이고도 유일한 전략이라는 것을 전기팀 직원들은 알고 있다.

 무질서하게 보이는 듯한 자유가 있고 해야 할 일에 대한 무한책임 등 보이지 않는 듯한 팀 내 질서를 존중할 줄 아는 전기팀 직원들이 오늘도 희망찬 얼굴과 즐거운 마음으로 힘차게 출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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