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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May 10. 2024

-8. 꿈은 이루어진다.

유성이 흐를 때 소원을 빌면

 발전소를 한 주기 동안 정지시키지 않고 운전한다는 것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쉽지 않은 일이었으나, 최근 운전과 정비품질이 향상되면서 한주기무고장운전을 달성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그러나 25년이 넘은 원전운영 역사상 아직도 깨지지 않는 기록이 있다면 첫 주기 무고장운전일 것이다.

 사상 최초의 기록달성을 향해 순항 중이던 영광원자력 5호기가 송전선 지락사고로 불의의 일격을 당해 정지되었을 때, 자연재해이나 운전조건상 고장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의견은 분분한 상황이다. 긴급복구 후 한수원 부소장님과 저녁식사를 하며 ‘참으로 아깝습니다. 한수원과 한전KPS직원들이 그토록 공을 들이고 밤새우며 노력했었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날씨만 좋았어도 그런 일이 없었을 텐데...’ 참으로 애석해하시는 표정이었으나 내 진의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듯하여 한마디 덧붙였다. ‘후속기인 신고리 원자력발전소가 첫 주기 무고장운전을 달성하려면 약 10년을 기다려야 하니 부소장님께서 울진원자력발전소 5,6호기로 가시기 전에는 기회가 없는 겁니다. 또한  한전KPS 입장에서는 울진원자력발전소 5,6호기 시운전을 경쟁업체에서 수행하고 있기에 기술의 차별성을 부각할 수 있는 호기였는데 벼락 한방으로 그 꿈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린 것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유성이 흐를 때 소원을 빌면 그것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유성이 흐르는 짧은 시간에 소원을 빌 수 있다는 것은 평소에 꿈을 품고 산다는 것이니 꿈을 갖고 사는 사람은 언젠가는 그것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이리라.

 월드컵 열기가 전 세계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던 작년 6월, 붉은 악마 구호처럼 꿈의 4강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대표선수들의 꿈이 단지 16강이었다면 아마도 4강 실현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나는 우리 팀 식구들에게 언젠가는 이뤄야 할 꿈이야기를 자주 한다. 아침 조회시간이나 회식자리에서도 우리 전기팀이 사업소에서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일등 부서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꿈이라고. 심지어는 명절 선물로 나누어주는 양말에도 ‘일등부서를 만들어가는 전기팀 식구들에게’라는 메시지를 붙여주곤 한다.

 아직까지는 많은 부분이 일등이라고 내세우기는 어려우나 직원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일등 수준을 넘어 프로 수준에 도달한 분야가 있기는 하다. 우리 팀 직원들의 족구실력이 그것인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족구장으로 달려가는 극성 탓에 몇몇 직원들의 족구 실력은 입신의 경지에 들어선듯하다.


 나는 전기팀 식구들에게 또 다른 꿈을 간직해 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영광원자력발전소 6호기가 사상 최초 첫 주기 무고장운전 기록을 달성하여 기술의 차별화를 통해 울진 5,6호기 경상정비는 물론 신고리 시운전정비 공사는 ‘한전KPS가 아니면 안 된다.’라는 말이 고객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 달라고. ‘꿈은 언젠가는 이루어진다..


위 내용은 사보 연재물로 2003년 3월 작성했으며 이듬해 영광원자력발전소 6호기가 사상 최초 첫 주기 무고장운전 기록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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