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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May 11. 2024

-9. 똘똘 뭉친 팀웍, 전기팀을 따라올 수 없다.

조금 큰 우물 안의 개구리일 뿐이니까.

 우리 팀 식구들같이 운동에 극성인 직원들도 드물다. 공 한 개만 있으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지칠 줄 모르고 뛰어다닌다., 지난겨울 눈이 와서 꽁꽁 얼어붙은 아스팔트 도로를 곡괭이와 삽으로 정성스레 치우는 직원들이 있었다. 길이 미끄러우니 동료들 안전을 위해 눈을 치우는구나 대견스레 생각했더니, 점심시간에 족구를 하려고 눈을 치우는 것이란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족구를 해서 발전소 내에서는 족구 잘하는 팀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외부 사람들의 실력을 모르니 ‘우물 안 개구리’식의 족구챔피언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제4회 영광군 족구대회에 우리 팀 직원으로만 선수를 구성하여 출전하겠다고 하니, ‘예선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시고 상심해 하는 직원들 모습이 상상되어 걱정이 앞섰다.

 더구나 대회일자는 임박했는데 선수 희망자가 많아 엔트리구성도 못했고, 기왕 출전하는 것이니 퇴근 후 발을 맞추었으면 했으나 오늘은 더워서, 내일은 약속이 있어서 하며 점심시간에만 연습해 걱정되었다. 그러나 직원들은 태평스럽게 첫 번째 외부대회 출전이니만큼 배우는 자세로 평소와 같은 수준으로 하자는 이야기만 나누고 있었다.


 일요일 아침부터 경기가 시작된다 하여 유일한 취미인 낚시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운동장으로 뛰어갔다. 예선 첫 경기를 2:0으로 이겨 상큼하게 출발했단다. 2번째 게임도 일방적인 우세 속에 마무리되었다. 우리 팀은 평소에 하던 것 같이 여유 있게 즐기듯 게임을 하는 반면 상대팀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공격과 수비수가 확실히 구분된 것 같으나 축구와 같이 전원공격, 전원수비에 배구와 같이 강타, 연타에 속공까지 곁들이니 상대방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3번째 게임부터는 많은 관중과 타 팀 선수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묘기에 가까운 공격과 수비가 이어지니 박수가 끊이질 않았고 새로운 전술과 기술이 연출될 때마다 감탄사가 이어졌다.

 게임이 거듭될수록 지치기는커녕 더욱 더 탄탄해지는 팀웍과 물 샐 틈 없는 수비와 날카로운 공격이 살아나니 지켜보는 나도 감탄할 정도였다. 결승까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승리를 거두자 협회관계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기 시작해 도대회, 전국대회 참가시 협조를 부탁드린다며 선수들의 신상파악에 들어갔다.


 발전소를 정비하는 일이나 운동하는 것이나 정신자세에서 승부가 결정되는 듯하다. 안전사고와 설비사고사례를 보면 이런 것쯤이야 하는 자만심으로 기본적인 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 발단이 되어 대형사고가 발생되듯이 이번 족구대회도 배우는 자세로 열심히 하겠다 하여 성적이 좋았지, 발전소애 챔피언이란 자만심을 갖고 출전했다면 예선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을지 모를 일이다.

 이번 대회 우승이 자랑스럽기는 하나 우리 식구들이 자만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발전소라는 작은 우물에서 벗어나 영광군이라는 조금 큰 우물 안의 개구리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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