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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May 13. 2024

-10. 따끈따끈한 온정이 살아있는 일터

근면성실과 끈끈한 동료애

 외모로 봐서는 조폭들도 말 붙이기 힘들 정도로 남자답게 생겼지만 마음씨가 비단결 같고 불평 없이 일 잘하며 사람 좋기로 소문난 박대리의 형님이 오랜 병환 끝에 돌아가셨다. 오랜 기간 형님의 병구환으로 고생했기 때문에 주위에서는 큰 짐을 덜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박대리 마음의 허전함은 오래도록 지속될 것 같다.

 부모님도 오래전에 돌아가셨고 사회활동이 없으셨던 형님이라 문상객이 없을 줄 알았는데 손님들이 의외로 많아 박대리의 사람됨됨이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하긴 영광지역에서 박대리의 사철탕 맛을 맛보지 않은 사람은 없었을 테니 지역사람들과 인근 사업소 직원들로 문상객이 넘처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오랜만에 만나보는 직원들의 안부를 묻고 술 한잔씩 나누는 역할밖에 하지 못했으나 문상객들의 뒷수발은 우리 팀 식구들 몫이었다. 음식을 나르고 식탁정리를 하는 잔심부름에서부터 운구까지 인원배치를 하는 것은 사무실에서와 똑같이 주임이 할 일이었고, 주어진 일을 자신의 일처럼 성심성의껏 처리하는 것은 막내들의 역할이었으며, 박대리의 상심한 마음을 달래주는 것은 우리 팀 식구들 전체의 몫이었다.


 기업문화라는 것은 누가 강요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며,  멋들어진 구호가 있다고 일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카린 밀수로 사회의 지탄을 받던 S그룹이 제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것은 최고의 대우를 받는 직원들이 만드는 제품은 최고일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이 깔려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려고 노력한 결과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최고의 회사, 최고의 인재로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H그룹도 샤프하지는 않지만 뚝심이 있고 저돌적인 추진력이 연상되며, 지금은 쇠퇴한 그룹이지만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고 외치던 D그룹도 가방하나 들고 세계를 누비며 털옷입은 에스키모에게 냉장고를, 맨발의 아프리카인에게는 운동화를 팔았던 프로세일즈맨들을 연상하게 된다. 아마도 그러한 기업이미지가 구축되기까지는 약 2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우리 회사도 기업문화, 기업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수년동안 노력을 해왔으나 주위 시각이 어떨지는 나 자신도 궁금하거니와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 솔직한 표현일 듯하다. 그러나 이번에 박대리 형님상을 치르면서 근면성실과 끈끈한 동료애가 직원들 저변에 깔려있는 기업문화이자 직원들의 정서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여러 사업소를 거치면서 수많은 상을 치러봤지만 우리 회사 직원들같이 장이 많고 큰일 있을 때마다 자신의 일처럼 처리해 주는 직원들을 보지 못했다. 상을 당한 우리 직원이 장남이든 막내니든 상가의 궂은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은 우리 회사 직원들이었다. 형님이나 동생회사 직원들은 일반 문상객처럼 조의를 표하고 가지만 우리 회사 직원들은 문상객을 위한 천막을 치고 전등을 설치하는 것부터 문상객들의 수발과 운구까지 친형제, 친부모가 돌아가신 것처럼 해주니 참으로 바람직한 기업문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직원들은 장례식을 마무리하고 아무 닐도 없었다는 듯 제자리로 돌아왔다. 상을 당한 박대리 마음의 빈자리는 좀처럼 채워지지 않을 것이나 동료들의 따뜻한 마음시가 조금씩 빈 구석을 메우기 시작할 것이므로 조만간 박대리 얼굴에도 웃음이 돌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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