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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May 17. 2024

-12. 모든 직원이 상 받는 회사라면...

표딱지를 하나씩 붙여주면 어떨까 하고 혼자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열 손가락 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 없다고, 미우니 고우니해도 우리 식구들이 타 팀 식구들보다 예쁘고 잘생겨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인지상정인가 보다. 모범직원이나 유공직원 포상시기가 되면 각 팀장들은 자기 식구들 챙기느라 혈안이 되곤 하는데 상은 한정되어 있고 부서는 많으니 각 부서 의견을 충족시키려면 솔로몬의 지혜를 갖고 있어도 어림없는 일인듯하다. 

 치열한 설전과 나름대로의 논리를 동원하여 포상우선권을 받아내도 팀장들 고민은 계속된다. 날마다 고생하는 주임들은 다른 직원들이 입사하기 전에 상을 받았으니 한 번쯤 다시 받을 시기가 되었고 누구는 팀의 초창기 멤버로 부서에 제일 오래 기여한 명분이 있다. 누구는 경력은 짧으나 일과 맞닥뜨리면 죽자사자하는 치열함이 돋보이고, 어떤 이는 자질과 능력면에서 장래성이 돋보이니 자격이 충분하다. 어떤 이는 지난 한 해 사고복구와 수주확대에 혁혁한 공이 있는 등 처녀가 임신해도 이유가 있다고 부서원 모두가 상을 받을만한 사유가 있어 열 손가락 중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많았으면 하는 고민에 빠지곤 한다.


 작은 애, 큰 애가 같은 초등학교에 다녔는데 번갈아가며 상을 받아왔다. 일기 잘 써서, 청소 잘했다고, 책 많이 읽었다고, 친구들을 웃겨줬다고... 열린 학교, 참 교육 등 요즘 매스컴에서 이야기되는 교육 관련 용어의 참뜻은 모르겠다. 하지만 상을 타서 아이들이 우쭐대며 좋아하는 것을 보면 3~40년 전의 획일화된 교육시스템보다는 많이 발전되고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당연한 듯 상을 타오고 그 대가로 피자, 햄버거를 요구해 부모들 주머니를 가볍게 하지만 공부는 못해도 청소에서 만큼은 일등이라는 자신감을 심어줬으니 주머니가 가벼워진 것 이상의 효과가 있으리라 판단된다.


 하긴 우리 팀에도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수여하는 포상 말고도 다양한 상이 있기는 하다. 트럭이 승용차인 박대리에게는 중량물 운반 또는 야유회 갈 때 차량을 지원해 준 공로로, 부서 상조회 총무에게는 알뜰주부가 울고 갈 정도로 맵게 부서비용을 운영한 공로가 있다. 생일을 맞아 떡을 해 온 직원에게는 직원들 입을 즐겁게 해 준 공로가 있다.

 공로직원에게 약간의 기념품을 주고 있는데 볼품없고  조그만 상일지라도 직원들의 정성이 듬뿍 담겨있으니 의미만큼은 회사에서 주는 공식적인 상에 비해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고 하겠다.


 상은 남발되면 희소가치가 떨어져 포상의미가 퇴색괴고, 나눠먹기식 포상제도로 전락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열심히 일한 직원 등 모두가 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사창립기념일, 노조창립기념일에 당연한 듯이 받고 있는 기념품이 배부되기 전 예방점검을 잘해서, 발전기를 잘 고쳐서, 사무실 청소를 잘해서라는 표딱지를 하나씩 붙여주면 어떨까 하고 혼자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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