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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May 18. 2024

-13. 제 이야기는 언제 나옵니까?

‘팀장님 제 애기 이야기는 언제 나옵니까?’

 전기팀이야기가 몇 번 연재되자 원고청탁이 들어와 5,6회로 마무리하려던 당초 계획을 부득이하게 연장하기로 했다.

 요즘 잘 나가는 코미디프로 중 ‘그렇습니다’라는 코너가 있는데 그 코너의 유행어처럼 직원들이 다음 달 이야기는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하기 시작했고, ‘팀장님, 제 이야기는 언제 나옵니까?’하고 직접적인 원고청탁도 들어왔다.

 ‘너는 매일 사고만 치니까 사고 쳐서 벌 받는 이야기가 나오면 물어볼 필요없이 네 이야기다.’라고 답해줬다. 하지만 그는 고객들도 인정해 주는 매우 유능한 직원 중의 한 명이다.. 신입직원 뽑은 지 오래되어 입사 8년 차인 그는 팀 내 서열이 막내급이나, 실력으로만 따지면 주임급에 속한다. 이전 사업소에서 같이 근무한 직원으로 내가 본사로 전근 가며 헤어졌다. 언젠가 때가 되면 스카우트하려고 눈여겨봐 왔으나 먼저 이곳에 와서 자리 잡고 있으니 호박이 넝쿨째 들어온 격이 되었다.


 어릴 적 내 명은 일본순사였다. 반일감정이 높았을 때니 좋은 별명은 아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지금은 전직대통령이 두 분이나 사시는 유명한 동네로 변했고, 예전 흔적들은 모두 사라졌다. 어릴 적 연희동은 언론인과 외국인이 사는 한적한 동네로 물고기 뛰노는 맑은 개천과 논과 밭이 있는 이곳 풍경과 다를 바 없었다. 

 동네 형에게 매 맞은 후 복수하겠다고 하루종일 뒤다라 다니다가 해질 무렵 개천을 사이에 두고 한 놈은 도망가고 한 놈은 따라다니느라 지쳐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는데, 이를 본 동네 어른들이 일본순사같이 독하고 질기다하여 지어 주신 별명이다. 지금도 예전 동네어른들은 얼굴은 알아보지 못하셔도 일보순사라고 하면 기억하신다.


 그의 일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 저 친구 별명을 일본순사라고 지어줄까 하는 생각에 실성한 사람처럼 피식 웃곤 한다. 업무를 할당받으면 문제와 원인이 명확히 밝혀질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파고드는 끈질김에는 선후배 모두 감탄할 정도다. 2~3년 후를 내다보며 자기 계발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도 동료들이 눈여겨볼 부분이다.

 사무실내에서 기술적인 토론이 벌어지면 눈을 반짝이며 관심을 보이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토론의 주체가 되는 그를 발견할 수 있다. 이런 호기심 또한 쟁이로서 대성할 수 있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여 머지않아 선배들이 그에게 기술자문을 구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노는데도 열성적이어서 결혼도 안 할 줄 알았는데 얼마 전 탈총각을 하여 예쁜 색시를 맞이한 그가 요즈음은 애기아빠가 되기 위해 끈질기고도 치열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근시일 내에 애기아빠가 될 것이 분명한 그가 또다시 원고청탁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팀장님 제 애기 이야기는 언제 나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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