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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May 23. 2024

868. 와우정사, 원숭이의 가르침

원숭이 세 마리가 각각 입과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석상이 이채롭다.

 2024.01.30, 호암미술관 일정이 빨리 종료되었다.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와우정사가 있다. 길이 12m, 높이 3m 거대한 臥佛(와불)로 유명한 와우정사는 집에서 가까운데도 가보지 못했다. 아내는 기억이 가물거린다고 하여 와우정사로 향했다. 臥佛은 향나무 한그루를 이음새 없이 조각했다고 한다. 

 ‘대한불교 열반종’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와우정사는 열반종의 본산이며 1970년대에 건립된 사찰이라 고색창연하지 않고 현대식이다. 하지만 깊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볼거리는 많다. 


 사찰 규모는 매우 크며 가파른 비탈에 위치해 있어 구석구석 보려면 약간의 발품을 팔아야 한다. 절에 들어서자마자 커다란 황금색 불두상이 있으며 경내 위치해 있는 악어, 코끼리, 부엉이를 비롯해 포대화상 등 각종 조각, 조형물들이 이국적이다. 네팔,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스리랑카 등 동남아시아에서 기증한 다양한 불상과 조형물로 인해 일반 사찰 풍경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유명한 臥佛은 현재 허름한 가건물에 모셔져 있어 실망스러웠다. 새로 모시게 될 건물은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한창 공사 중이다. 세계유일하다는 녹색 비취탑에는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다. 거대한 와불은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하며 500 나한상을 비롯해 크고 작은 수천 개 불상이 자리 잡고 있다.


 나쁜 것을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 말라는 뜻으로 원숭이 세 마리가 각각 입과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석상이 이채롭다. 세상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인간이 원숭이에게 배워야 할 것 같다. 눈 부릅뜨고, 귀를 쫑긋 세우고, 험한 말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은 치열하면서도 소신껏 사는 것 같아도 얼마나 피곤한 삶을 살고 있는가? 

 * 귀, 눈, 입은 3가지 보물이니, 꽉 닫아두고 열지 말라. 眞人(진인: 도가에서 말하는 도통한 사람)은 깊은 연못처럼 잠잠하고, 俗人(속인)은 법규 속에 매여 있다. - 혼자 있는 시간이 가르쳐주는 것들(허균著, 메이트북스刊) -


 방문 전 웹서핑을 통해 정보를 얻고 가면 관람하는 재미가 배가될듯하다. 참고로 세계불교박물관은 휴관 중이다. 원숭이에게 세상사는 법을 배우고 가면서도 관람료는 무료다.

     

 늦은 점심시간이 되었다. 근처 맛집을 알아보니 고등어구이와 이면수구이도 있고 보리밥 청국장전문점도 있다. 가본 곳도 있어서 범위를 넓히니 칼국수, 수제비집이 있다. 줄 서야 한다는 칼국수집을 찾았더니 점심시간이 지났음에도 줄을 섰다.

 처인구청부근 ‘엄마손칼국수’ 메뉴는 칼국수와 수제비 2개다. 메뉴와 줄 선 것을 보니 맛집이 맞는듯해서 5분남짓 기다렸다. 수제비보다 칼국수가 나은듯하고 시장이 반찬이라 해도 배추 겉절이가 보통이상이다. 신김치 좋아하는 분을 위해 신김치도 준비되어 있으나 겉절이에만 손이 간다. 단점은 주차장이 없는 것이다.

 마침 칼국수집 앞에서 용인민속5일장이 열리고 있다. 용일민속5일장은 김량장이라고도 하며 5, 10일장이다. 시장구경 좋아하니 도랑 치며 가재 잡고, 마당 쓸며 돈 줍는 셈이다. 용인민속 5일장이 특이한 것은 금학천이라는 개천 따라 1km 정도 길게 장이 선다. 일자로 줄을 서니 구경하기 좋다. 개천을 따라 왕복하면 5일장 전체를 모두 볼 수 있다.

 광주5일장보다 크고 모란 5일장보다 조금 작은 규모다. 아직 겨울이라 그런지 지역 특산물은 없는듯하며 모란, 광주, 용인 모두 동일할 정도로 유사상품들을 팔고 있었다. 심지어는 낯익은 상인도 보인다. 비슷한 풍경이라도 열심히 사는 삶의 현장에 들어와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다. 배가 든든하면 시장바구니가 가볍다고 한다. 입맛 돌게 매운 청양고추부각을 한 봉지 구매했다.

 5일장 구경에서 가장 곤란한 사항은 주차문제다. 다행스럽게 방학기간이라 학교운동장 신세를 졌다. 용인민속5일장은 기흥과 에버랜드를 잇는 용인 에버라인 경전철 김량장역에서 내리면 된다. 경전철역 인근 여건 좋은 주차장을 이용하고 경전철 타고 시장에 오는 것도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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