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가에 앉는 마음 Jul 04. 2024

887. 노동대신 팔당 물안개공원

코스모스 피는 가을에도 볼만하다고 한다.

 요즈음 오전에는 집안일을 하고 오후에는 손녀 보러 출근한다. 묵은 짐을 버리고, 청소하고, 뜯어진 벽지 붙이기, 변색된 도어 시트지 처리, 마루 칠 벗겨진 곳 바니쉬 도포, 형광등을 LED등으로 등기구 교체 곳곳을 리폼하느라 바쁜 2, 3월을 보내고 있다.

 리폼하는 종류를 보면 손재주가 기가 막힐 것 같지만 단연코 아니다. 손재주 없는 곰손이다. 뜯어진 벽지 붙이기는 50cm 남짓으로 전문 업체에 부탁하면 욕먹을 사안이다. 시트지도 곰손이니 당연히 주름이 생긴다. 주름이 생겨도 표시 나지 않게 나무무늬가 들어간 것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바니쉬 도포도 작은 면적이라 전문가 부르기도 부끄럽고 등기구 교체는 명색이 전기공학을 전공했으니 자신 없어도 해야 하는 분야다.

 작업하기 전 인터넷을 보고 재료와 방법을 보면 도움 된다. 인터넷을 보면 아주 쉽고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고 하지만 100% 믿지 않는 것이 좋다. 그들은 전문가다. 곰손 들은 어설픈 것이 당연하다. 


 이사를 자주 다니면 묵은 짐을 버리게 되어 집을 넓게 쓴다는데 이곳에서 20년을 살았으니 묵은 짐이 많다. 또한, 당장 불편한 것만 고치고 살다 보니 곳곳이 낡고 손볼 곳이 많다. 실내인테리어를 다시 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예산과 공사기간 동안 나가 살아야 하니 잠자는 것도 불편하다.  

 20년을 살았다고 하나 지방근무를 하느라 그리 오랜 기간을 살았던 것은 아니기에 내 손으로 고치거나 리폼한 기억이 거의 없다. 20년 동안 밀린 일을 몰아서 한꺼번에 하려니 일이 많은 듯하다

 피아노, 책장, 침대, 서랍장, 앉은뱅이 식탁, 여행용 트렁크... 곳곳에 사용하지 않는 짐들이 너무 많다. 아이들이 사용하던 짐들을 처분했다. 구석에 있어 있는지조차 몰랐던 옷, 신발, 책도 처분했다.  

 요즘은 버리는 것도 돈이다 예전에는 중고로 팔렸다는 피아노는 팔기는커녕 버리는 가격이 7만 원이다. 책장, 침대등도 크기에 따라 폐기물처리비용으로 4~5천 원 정도 내야 한다. 놀랍게도 옷은 무게로 팔았다. 재활용함에 넣는 것도 힘들어 인터넷을 검색하니 방문수거에 돈까지 준단다. 2만 5천 원 벌어 과일 사 먹었다.


2024.03.12 화요일, 사위가 학교에 가지 않아 손녀돌보미들은 휴가를 얻었다. 휴일에는 특별한 약속이 없는 한 아내와 나들이를 가기로 했다. 또한 나들이를 가지 않으면 노동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으니 나가야 한다.

 비 소식은 있지만 급하게 정한 행선지는 팔당물안개공원이다. 공원까지는 33km, 1시간 거리로 점심 식사 후 공원 한 바퀴 돌고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 하기로 했다. 하지만 외출준비를 하다 일이 생겼다. 세면대 수전이 고장 나 물이 멈추지 않고 나온다. 오늘 나들이는 불가할 것 같았으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 동네 생활보수(못 박기부터 변기교체까지 시공해 준다. 분당에서는 유명한 집이다.)’사장님이 오늘은 시간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전단 밸브를 잠가 임시조치를 하고 나들이하기로 했다. 


 팔당물안개공원은 광주시 남종면 남한강줄기에 있으며 입장료와 주차비는 무료다. 원래 명칭은 귀여섬이나 팔당물안개공원으로 개명했단다. 지형이 변해 섬은 아니지만 주차장에서 100미터 정도 되는 다리를 건너가니 섬이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북쪽 강 건너 맞은편에는 양평 두물머리가 있고 남쪽 맞은편에는 남양주 정약용선생 유적지가 있다. 강을 건너가려면 팔당대교나 양근대교를 건너야 하니 먼 거리다. 

 공원으로 들어가는 다리를 건너기 전부터 물가에는 연과 갈대와 물 버들이 가득하다. 아직 북쪽으로 가지 못한 오리와 물닭 같은 겨울철새들이 첨벙거리며 놀고 있어 전체적인 분위기는 평화롭다. 하지만 큰일이다. 오늘 나들이에서 경치는 뒷전이고 곳곳에 산재된 낚시 포인트에만 눈길이 갈 것 같다. 의도된 것은 아니지만 가끔은 이렇게 눈 호강하고 횡재하는 날도 있어야 한다. 섬 곳곳은 붕어들이 우글거릴 것 같은 분위기다. 

 낚시꾼들은 분위기만 봐도 붕어의 서식여건을 알 수 있다. 물안개공원 옆 동네인 분원리는 예전부터 민물고기가 많이 잡혀 붕어찜과 매운탕, 쏘가리회로 유명한 곳이다. 1976년 개업했다는 분원붕어찜집은 아직도 영업 중이며 붕어찜가게가 몰려있는 붕어찜마을도 있다. 물론 이곳은 낚시 불가한 상수원보호구역이라 마음만 낚시를 하고 있다.


 물안개공원은 걷기에 특화된 공원 같다. 강변에 위치해 있어 공원전체가 평지라 아무 생각 없이 걷기 좋다. 공원은 만 걸음정도 걸으면 일주 가능할듯하고 자전거 길은 한도 끝도 없이 이어져 있다. 강 건너를 바라다보며 ‘물멍’할 수 있는 명당벤치는 이미 발 빠른 사람들이 선점해 일어날 생각을 않는다. 공원을 한 바퀴 도는 일주도로 사이에 구불거리는 스네이크산책로도 많이 있다. 성수기가 아니어서인지 곳곳에 있는 벤치는 낡고 먼지가 많아 털어내고 앉아야 한다. 

 이른 봄, 평일이며 비소식이 있어 날씨도 스산해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이 드물다. 강가라 자생 물버들이 흔하고 물버들은 움이 터서 봄을 알리고 있다. 조경수를 보니 벚꽃나무와 삼나무가 많다. 아마도 보름정도 지나 벚꽃 필 때는 주차할 곳이 모자랄 것이다. 코스모스 피는 가을에도 볼만하다고 한다.

작가의 이전글 886. Round1 마지막, Kenya AA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