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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가에 앉는 마음 Jul 28. 2024

897. 김경일의 지혜로운 인간생활(1)

김경일著, 저녁달刊

부제 님을 위한 인간관계 지침서

     

프롤로그: 능력보다 상황이다.

 인지심리학자라고 하면 그게 뭐냐고 물어봅니다. 사전적 정의는 ‘인지심리학은 실험심리학 영역의 하나로 행동의 주관적인 측면을 중시하여 지식 획득과 심리적 발달 등과 연관된 정신적 과정을 탐구하는 분야이자 정보처리 관점에서의 인지활동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동안 이렇게 딱딱하고 재미없는 문체로 인지심리학 책이 만들어지고 강의되어 전 세계적으로 학부생들이 가장 기피하는 과목이 되었죠. 그럼에도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물리학적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인지심리학자들은 방대한 데이터를 모았고 놀라운 실험결과들이 그래프와 표가  난무했기에 세상사람들과 만나지 못했습니다. 


 인지심리학자로 30년을 살다 보니 약간의 통찰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지 인지심리학에 대해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을 구분해 주는 학문입니다.’라고 말합니다. 반복된 연구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면 상수와 변수에 대한 안목이 생기는데 인지심리학의 묘미 중의 하나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알아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쉽게 빠르게 불행해지는 방법 중 하나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생을 가장 허망하게 보내는 방법 중 하나가 ‘바꿀 수 있는 것을 그대로 방치하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성격과 지능지수는 타고나니 상수에 가깝고 성품과 지혜는 좋아지거나 나빠질 수 있으니 변수입니다. 상수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변수에 대해 무언가를 시도해 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상수보다는 변수가 힘이 셉니다.

 창의성은 변수이며 창의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상황’으로  바꿀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창의성이 달라집니다. 타인과 적정거리를 유지하며 잘 지내는 능력도 성격과 기질이 아니라 상황‘입니다. 이 책은 타인과 나 사이에 상수와 변수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상황'바꾸기 방법을 소개합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유학 가서 할 일이 없어서 죽어라 하고 공부만 했습니다. 토요일, 일요일 심지어 크리스마스이브에도 공부했어요. 지도교수가 걱정되는지 불러서 말씀하시더라고요 ‘경일, 네가 미국에서 이렇게 공부하면서 보내는 오늘, 하루하루가 네 인생에서 마땅히 행복해질 권리가 있는 날들이야. 오늘은 집에 들어가 가족들하고 맛있는 거 먹고 푹 자도록 해. 3일 쉬고 다시 연구실로 돌아와’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왜 사세요?’ ‘행복해지려고요’

‘왜 일하세요?’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요'

 연세대 서은국교수님이 ‘행복의 기원’이란 책을 쓰시면서 저한테 이런 얘길 하셨어요. ‘내가 지금까지 행복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사실은 이 책에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어요.’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죠?’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도구예요. 행복이란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나 생을 마감하는 어느 순간에 최종적으로 도달해야 할 상태가 아니라 오늘 하루하루에도 마땅히 느껴야 하는 겁니다.’


 행복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행복은 달려가면서 인고해야 하는, 그래서 끝내 어느 순간에 만나야 하는 목표가 아닙니다. 오늘 하루하루 우리가 소소하게 느껴야 하는 도구일 뿐입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언제 죽을지도 모르고 언제 그 지점이 오는지도 모르는데 행복이라는 걸 멀리 밀어냅니다. 행복은 늘 저기 어딘가 멀리 있어요. 20년, 30년쯤 행복하지 않고 고통을 참아가며 인고의 세월을 거치면 그날이 올 거라고,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오늘을 쾌락만 탐닉하며 살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먼 미래, 기약도 없이 뜬구름 같은 행복을 위해 오늘 하루를 지나치게 고통스럽게 살고, 인고의 세월을 참아내면 먼 훗날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은 명백한 착각이라는 말씀을 분명히 드리고 싶습니다.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주관적 안녕감이라는 이름아래 행복연구를 주도한 심리학자 Ed Diener교수가 강조한 행복의 법칙입니다. 100점짜리 행복을 열흘에 한번 느끼는 사람과 10점짜리 행복을 10일간 누리는 사람은 총합은 같아도 10점짜리 행복을 매일 느끼는 사람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오래 삽니다.

 보통사람들이 범접하기 어려운 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연예인들인데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크고 화려한 행복감을 느끼지만 빈도가 낮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삶 속에는 작은 행복이 여러 번 있어야 합니다.


작은 행복은 여러 번 느끼는 것은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고 큰 것은 주지 못해도 작은 것을 기꺼이 줄 수 있는 친구들이 주위에 있는 것, 주변 인간관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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